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국가적 현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보장은 물론 사회적 인식변화는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가 이러한 후진국형 기업문화를 확연히 입증해 준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만큼 승진이 늦어진다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45.6%였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고등학생 때는 용돈이 없었기 때문에 금지였던 아르바이트를 몰래 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곤 했다. 그래서 당시에 잡지를 산다는 건 엄청난 사치였다. 라는 잡지책을 갖고 싶었다. 대구역 건너 내리막길엔 야트막한 높이의 중고서점이 여러 개 있었다. 차로옆 인도 쪽에 있었다. 지하차도로 내려가는 길목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형태의 삼각형 점포였다. 갖고 싶던 '논노'라는 잡지를 샀다. 생각해 보면 제법 큰맘을 먹고
교육부가 학교폭력 예방을 도모하고자 도입한 것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SPO)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 사안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학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주요 목적이다. 울산시교육청도 지난 2학기 시범 운영한 학교폭력 제로센터를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각각 설치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도를 새학기부터 본격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비롯해 피해 학생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학교 교육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강북·강남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문 주무관과 전직 교원, 전직 경찰, 법률가, 학
울산시 울주군이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총 3억원의 예산으로 '관광숙박업 전환 시설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숙박업소가 관광숙박업으로 전환을 희망할 경우 소요 비용의 50% 이내로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상 내용은 객실 증·개축, 소방·안전시설 정비, 욕실 등 시설개선, 건물 내·외관 개선, 서비스 개선, 기타 시설개선 등이다. 하지만 실제 숙박시설 개선에 따른 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울주군에 따르면 지난해 총 4개 업소가 사업을 신
새해가 온 지도 벌써 스무날이 넘었다. 새해 첫날 처음 맞은 그 순간, 순간들이 쌓여 벌써 1월을 다 채워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순간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것이다. 매 순간이 풀어 놓는 것이 새롭게 다가오고 새롭게 사라진다. 새로운 만남도 사라짐도 순간처럼 흘려보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순간은 많은 것을 품고 많은 것을 버리기도 한다. 지금 볼 수 없던 것이 다 지난 후 다시 보일 때도 있다. 시인이 풍경과 맛과 분위기를 응시하고 느낀 순간은 언제나 잠시이다. 짧은 의미이지만 또한 포착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이는 것과
내 이름 '혜 수'는 깨달을 혜(蕙)에 물가 수(洙)이다. 나는 이름처럼 물가에 앉아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이른 새벽,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 생각이 함께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닷가에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는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인간의 삶도 보게 한다. 해일 같은 거대한 파도는 맞서지 말고 물밑으로 숨어야 더 안전하다. 그렇지 않으면 파도가 집어삼켜 버릴 것이다. 어쩌면 인생도 그러하다. 비겁하고 나약하게 느껴질지라도 자신을 낮추고 몸을 숨겨야 할 때가 있다. 성난 파도가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동구는 대왕암공원에 서려 있는 용의 기운을 받아 지역 경제 회복뿐 아니라 주민들이 계획한 일까지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구의 경제는 조선업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지난 6~7년간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었다. 동구 일자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업계의 저조한 선박수주로 구조조정을 거듭하면서 17만 6,000여 명에 달하던 인구는 2만여 명 이상 급격하게 줄었다. 조선업에 치중된 경제구조 탓에 지역 경제는 끝
취약계층 365만 가구의 전기요금 인상이 한 번 더 유예된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40만명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3월 말부터 최대 150만원 줄여준다. 아울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유동성 지원에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원의 자금을 새로 공급하고 온누리상품권 총발행 규모도 4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해 전통시장·골목상권의 월 구매 한도를 50만원 늘리기로 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확정된 '설 민생대책'의 골자다. 더불어 이번 대책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몇가지 더 있다. 해마다 시행해 온 것이지만
울산지역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도심 인근에 조성되어 있어 산업현장의 화재·폭발 사고위험에 현장 근로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간에서 울산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사고는 136건으로 인명피해는 254명, 재산피해는 1,174억원이 발생하였으며, 울산지역으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중대사고는 32건 (23.5%), 인명피해는 72명 (28.3%), 재산피
울산 총인구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88개월만에 인구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한 이래 12월까지 총 1,067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구 위기로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시점에서 나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영남권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울산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니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분명하다.최근 사회적 인구이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4개월(2023년 9월~12월)간 '일자리'에 의한 전입자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23명 증가했고, 전출자는 같은 기간 대비 546
산업수도 울산의 지난해 수출이 899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900억 달러대가 무너져 업계는 물론 울산시 등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조선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제품이 전년 대비 감소 폭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결국 석유·석유화학, 완성차, 자동차부품 등 주력 품목들의 호조로 926억4,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924억 달러)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전년도 수출 실적이 반짝 효과에 그친 셈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울산세관이 발표한 '2023년 울산
최근 산업현장의 가장 큰 이슈는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기로 돼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소기업 대표 등 경영계에서는 경영 리스크로 인한 기업 경쟁력 및 국가 경쟁력 저하 등의 경제적 논리로 법 시행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노동계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노동자의 인권 및 인간의 존엄성을 거론하며 즉각적인 법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18년 12월 발생한 화력발전소 유연탄 운송설비 점검 노동자의 사망사고처럼 사업주가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에 대해 사
필자는 가끔 사회적인 모순과 병리 현상에 대해 SNS나 신문에 그들을 고발하거나 개선을 요청할 때가 있다. 하지만 보통 90% 이상은 일선 담당자의 일방적인 소견으로 알량한 답변만 듣게 된다. 때로는 관련 법규를 내세우며 부당한 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일 예로 각 지역에 택시승강장이 설치돼있다. 여기에 일반 차들이 상습적으로 주차해 택시 정차가 불가능해져 이를 고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주차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맹점도 다 있구나 싶었다. 그러면 왜 택시승강장을 만들어 놓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일부다. 학창 시절 입속에 줄줄 외웠던 시인의 시 때문에 몰랐던 것들의 이름들을 찾아보고 부르려 애를 썼다. 시궁창에 핀 꽃도 이름을 불러 주니 보살핌을 받는 정원의 꽃보다 더 예뻐 보인다. 참소리쟁이, 참나리 같은 풀들이 내가 아는 예쁜 이름들이다. 동네 개울을 지날 때면 혹시 내가 아는 이름의 풀포기가 없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내 눈에 들어야만 불러 줄 수 있는 이름들이다. 이름을 부르고 또한 불리는 일은 따스한 봄기운을 마주하는 것
동네 사는 80대 선배는 명문대 법대 출신이지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심성이 착하다. 회사 일도 직원이 편법으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도, 정도(正道)로 하라고 한다. 세무 감사를 받아도 아무 하자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아랫 직원이 고함치며 대든다며 크게 상심해 했다. 자기는 화 한번 안 내는 성격인데 이게 무슨 봉변이냐며 하소연했다. 영화 '집으로'를 보면 80대 벙어리 외할머니와 6살 손주가 나온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무한 사랑을 베풀지만, 손주는 할머니를 깔보고 골탕 먹이기도 한다. 누가 가르친 것
울산시가 올해 첫 청렴주의보를 발령했다. 청렴주의보는 '반부패 청렴 정책' 일환으로 인사철, 휴가철, 명절 등 부패 취약시기에 대비해 공직자 청렴 의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때 수시로 발령되는 조치다. 이번 청렴주의보는 설 명절을 앞두고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청렴한 울산 만들기에 동참을 유도하고자 오는 2월 15일까지 실시된다. 특히 올해는 제22대 총선을 앞둔 만큼 공직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등에 대한 특별감찰도 병행한다.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일로 여길 만하다. 알다시피 청렴은 공무원의 본분인 동시에
HD현대중공업이 22일 울산 지역 국회의원과 가진 '해양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최근 한화오션의 잠수함 건조 기술이 해외로 통째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명분도 있고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은 국내 함정 산업 분야의 보안시스템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향후 해외 함정 시장 공략에 관한 지역 조선사의 대응에 모아졌다. 이날 이채익 의원은 "한화오션이 이미 3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해킹을 당한 전력이 있어, 이번 잠
유리 상자 안 빛을 받으며 서 있는 한 여인이 있다. 한손에 쥐어도 될 작은 몸체에 잘룩한 허리와 풍성한 엉덩이를 가진 신석기 시대의 여인이다. 그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본 수많은 유물 가운데 가장 반가운 대상이었다. 여인의 이름은 '신암리 여인상'이다. 흔히 신암리 비너스라고 부른다. 비너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밀로의 비너스상 이래 서양인의 미의 기준은 언제나 비너스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너스상은 독일 빌렌도르
앨범을 열자 사진은 마치 마법의 문 같다. 열면 그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여행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삶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담아낸 보물이다. 시간을 초월한 감동과 순간이 언제까지나 기억될 흔적들이 담겨 있다. 풍경, 사람들, 음식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보인다. 함께한 이들의 따뜻한 미소, 도시의 번화함, 자연 속의 평온함, 각인되는 예술품과 향기, 소리 맛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변화 없는 삶에 외줄 타듯 하루하루를 보내다 떠나는 여행은, 새로운 전환점과 변곡점을 만든다. 혼자 여행하기에 부족함을 느낄 즈음, 여행
극심한 호흡기 감염병에다 설사, 구토, 복통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까지 유행함에 따라 보건당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코로나19 때는 개인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사회적 이동과 접촉을 줄인 탓에 호흡기 감염병 발생이 감소했으나 지금은 일상 회복을 시작하면서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대면접촉도 늘어나 호흡기 감염환자가 급증한 때문이다. 동시에 면역을 획득한 인구 집단이 줄어 독감 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심각성을 더한다고 판단해서다.질병관리청이 지난주 발표한 최근 4주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환자 발생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