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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의 난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신문이 난립하는 도시가 대체로 지역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지 못한 도시라는 점에서 그 걱정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어쩌면 신문시장의 진입이 너무나 쉽다는 점이 지역신문의 난립을 부채질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시장 진입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난립과 직결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역신문이 난립이라는 천박한 용어에 덧칠을 당하는 사태는 그동안 뿌리 없는 언론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됐기 때문이다. 뿌리가 없다보니 언론인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소양과 정신무장이 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신문시장 진입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사고로 이어졌다고 본다.

 문제는 지역신문이 발행되는 사실이 아니라 이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에 있다. 소규모 자본으로 신문을 창간하고 창간한 신문에 해당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일정부분 지원을 해주는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새로운 신문의 창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뿌리 없는 지역 언론인과 관행처럼 되풀이하는 지자체의 시스템이 지역신문의 난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관행을 깨는 혁명이 일어났다. 이른바 양산발 '지역신문 철밥통깨기'가 그것이다. 양산시는 일정규모 이상의 독자를 갖지 않은 신문에 대해 시가 지원하는 공고나 광고 등을 중단하고 기자들의 출입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양산시가 제시한 기준에 들지 않는 지역신문사들은 즉각 반발했고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양산시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시민의 혈세를 보편타당한 기준을 갖고 집행한다는 원칙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양산시의 경우와 다르지만 지난해부터 경남도를 시작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지역신문 지원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9월 경남도가 전국 처음으로 지역신문 지원조례를 제정한 이후 충남·북, 경기, 부산, 광주·전남 등이 조례 제정을 추진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신문을 지원하려는 것은 지역신문이 지역여론의 구심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하나같이 지역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지역발전이라는 코드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제대로 된 지역신문을 지원하면서 지역신문의 경쟁력과 건전한 발전을 꾀하고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첫 제정된 경남도의 지역신문발전지원 조례안이 실질적인 차별화나 건전한 지역언론 육성과는 다르게 보편적 지원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간지 8개와 주간지 인터넷신문 등 32개 신문을 지원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조례제정 이상의 의미를 찾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충남도와 충북, 부산 등에서는 실질적인 지역신문 발전법안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충남도의 경우 지방정부 주도로 미디어센터 설치 운영 조례를 공포하고 지역언론 지원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한 충남도 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도의회나 지역 언론학회, 시민단체, 지역언론 등에 위원회 위원 추천을 받아 공모를 통해 심사를 거쳐 지원사업을 확정한다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다.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는 지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문화를 발굴, 육성하는 데 있다. IT화로 대변되는 오늘의 시대에 자칫 중앙에 집중된 뉴스의 편중성을 지역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창이 지역신문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두고 지역신문사들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 혈세를 지역신문사에 직접 지원하는 우선지원제도는 열악한 지역신문사의 취재기능과 장비개선에 많은 공헌을 했다.

 실제로 지역신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작된 이후 일부지역에서는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정신문화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새로운 지역신문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이 효과를 본 것은 바로 지원 대상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사후관리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법에 근거한 정부의 지원은 지면개선과 콘텐츠강화, 구독자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절차는 심사가 까다롭고 엄격해 해마다 100여개 사가 신청하지만 선정되는 곳은 20% 남짓이다.

 울산의 경우 매일 발행되는 지역신문이 6개이고 주간지와 인테넷 신문 등을 포함하면 10여개 이상의 지역언론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대로 가면 일간지 10개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역신문이 지역민의 여론을 선도하고 지역발전과 지방자치의 밑뿌리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울산시와 의회는 엄정한 기준을 정해 지역신문을 포함한 지역언론 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은 누구나 오갈 수 있게 열려야 하지만 불량상품이 유통되는 현실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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