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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시장이 경제부시장을 교체했다. 박시장의 인사스타일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경제부시장 인사만으로도 박시장의 용인술을 잘 읽을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임기 4년의 단체장을 3선이나 한다는 것은 외연과 내공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외연부분에서는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이어서 조그만 실책도 부풀려지기 십상이다. 그 대표적인 표적이 인사문제로부터 비롯된다. 인사는 용인(用人)이다. 자체 역량을 통한 인적 재구성이 인사로부터 나오고 조직의 막힌 곳을 열어준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이고 잘 된 인사는 만사를 형통하게 하는 법이다.


 중국 고대사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전쟁으로 초나라와 한나라의 대회전인 초한전쟁을 들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자나 병력, 규모 면에서 압도덕인 우위에 있던 초나라 항우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한나라 고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 고조가 천하를 얻은 뒤 신하들이 어떻게 이겼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고조는 '공지기일(公知其一)이오 미지기이(未知其二)야라'고 답했다.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몰랐던거야"라는 그의 말에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자신에게는 장막 안에서 천리를 내다볼 줄 아는 장자방과 국가내정을 잘 관리하는 소하, 백만 대군을 능히 지휘할 한신이 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장황한 이야기지만 용인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마다 인용되는 고사다. 퇴임한 주봉현 부시장만 해도 울산과 전혀 인연이 없던 중앙행정기관의 마당발을 박시장이 '울산사람'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박시장은 건설토목분야에서 경험과 인맥을 갖춘 인물을 물색해 경제부시장으로 등용했다. 울산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스스로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한 용인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한번 믿고 맡긴 사람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인사 스타일이나, 인재를 찾아 널리 발품을 파는 용인의 철학이 3선시장들이 쉽게 빠지는 매너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한 내공이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부임한 장만석 경제부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 부시장이 스스로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울산은 성장의 여력이 무궁무진한 도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시절 4대강의 롤 모델로 태화강을 흠모한 그가 태화강 관리의 주무 책임자가 됐기에 생태환경과 선장동력의 조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 부시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수자원 확보와 관리에 대한 그의 역할이다. 국토부 재직시절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쌓아온 그이기에 암각화 보존을 둘러싸고 정부와 문화재청, 지자체 간에 얽혀 있는 울산권 물문제를 제대로 풀어가 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부임한 장만석 경제부시장에게 반구대암각화와 관련한 몇 가지 바람을 전하고 싶다. 장 부시장이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미 공부가 되어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우선 반구대암각화부터 찾아 주길 바란다. 마침 겨울철이라 사연댐 수위도 내려가 암각화의 온전한 모습을 생생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능하다면 펜스 아래로 내려가 최대한 암각화 암면 가까이 다가가 주길 바란다. 암면에 새겨진 고래그림을 선을 따라 천천히 음미해보면 혹은 깊게, 혹은 어긋나게 한 땀 한 땀 쪼아낸 7,000년 전 선사인의 심장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뒷걸음을 하고 원경으로 암각화를 바라보면 암면과 상단부가 확연히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 회칠한 것처럼 뿌연 부분이 오는 여름 장마와 함께 물 속에 잠길 부분이다. 반구대암각화는 그렇게 40년 이상 자맥질을 반복했다. 물론 사연댐을 건설할 당시엔 반구대암각화의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 자맥질 자체에 책임을 느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알고 난 뒤의 일이다. 올해로 암각화 발견 40년이지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제 울산 시민이 된 장 부시장도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이 모양으로 방치되고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주길 희망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암각화와 수원확보 문제를 조금은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특히 개발논리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울산시가 이미 대체수원을 확보하기 전에는 사연댐의 수위 조절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대체수원 확보를 주장하는 울산시의 입장은 시민들의 식수 확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유로변경안이라는 현실적인 안을 제시했지만 문화재청은 제대로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암각화도 살리고 식수원도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자원 분야의 전문가인 장 부시장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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