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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엔고현상 관광수요 줄고
가족의 해체로 '독거문화' 고착
방대한 종교 자유 민족뿌리 흔들
가깝고도 먼 일본 새롭게 인식을



얼마전에 일본을 다녀왔다. 이름난 유명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성큼 성큼 들어와 이것 저것 흩어진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얼핏보니 남자 직원같기도 하고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자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수줍은 듯 이것 저것 수거하더니 홀연히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보며 당혹스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욕탕을 나와 안내 데스크의 한국 직원에게 물었다. 일본에선 여종업원이 남탕에 들어가 청소하는 것은 일반이라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하며 아연실색하는 내게 그는 일본문화는 원래 그렇다한다.

 일본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일본내 금리가 형편 없기에 부자 자국민들 대부분이 미국 비롯해 해외은행으로 종자돈을 유치하고 예금하는 바람에 자국 은행권내 자본금은 제로 상태다. 그동안 미국의 은행들은 이 엔화로 미국내 국민들에게 저렴한 이율로 대출해주고 미국민들은 이를 집과 땅을 사는데 투자했다. 이는 결국 최근까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부자나라의 해외 투자로 또다른 부자나라가 위기에 처하게된 아이러니한 꼴이다. 엔화는 우리나라 원화의 14대1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1,000원이 일본에선 140원쯤인 셈이다. 일본의 편의점에 가서 과자 한봉지를 사고 얼마냐고 물으니 140원을 달라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과자값은 1,000원인데 400원을 더 달라는 말과 같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그동안 해외로 풀어 놓은 일본 부자님들의 은행돈을 미국의 경기악화로 인해 다시 거둬 들이다보니 엔화 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말을 듣고는 부자의 끝없는 욕심의 행태는 국적을 떠나 조금은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한가지 일본이 앓고 있는 몸살은 독거문화다. 전통적인 다가족문화가 지닌 의미들을 상실한 채 핵가족화에 따른 독거형태의 문화는 우리나라의 원룸화 돼가는 주거문화와도 닮아있다. 가족간의 해체는 결국 독거 문화로 이어지고 독거 문화의 귀결은 고립감으로 인해 결국 자존감의 해체로 이어지기에 위독한 문화가 된다.

 조용하고 깨끗한 나라.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예의바른 나라로서 자국민의 정서를 자랑해온 일본이지만 종교수가 5,000개가 넘는 다잡신을 숭배하는 일본. 지금도 신사참배가 끊이지 않는 나라 일본은 오늘도 여전히 혼돈 가운데 있는 나라다. 한국보다 300년 앞서 기독교가 들어왔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기독교 탄압 정책으로 기독교는 씨가 말라버린 일본의 종교문화는 표류 중이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종교의 뿌리가 없는 민족은 혼잡스럽다. 전세계사의 중세와 근세에 이르러 종교의 대세는 기독교다. 물론 기독교의 병폐 역시 끊이지않는 가운데 발전과 변혁을 거듭해왔다. 종교문화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화의 핵심요인이 돼 왔음을 간과할 수 없다. 척박한 삶 가운데 도덕성이 메말라가는 시대에 뚜렷한 뿌리를 내린 종교문화는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해왔다.

 타 민족의 종교 문화를 타 국민이 운운하는것은 주제 넘은 발상이자 오류겠지만 한 민족의 종교 문화가 빚어낸 문화풍습은 서로 닮아있기 마련이기에 지면을 빌어 짧은 생각을 그려보았다.  세계화 시대에 국경이 없다고 하는데 한국이 가장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할 곳이 일본인 것 같다. 
  
    거리는 가깝지만 많은 것이 다르다 보니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 한다. 한 나라의 문화는 전세계적으로 국적 불문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그로서 인정해줘야 할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첫 걸음, 일본문화를 바로알고 이해해 보는 것도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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