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 1인당 902명 ·약국도 한곳이 3,253명 담당
시민들도 선입견으로'대도시 원정치료'앞다퉈
사회기반시설 받쳐줘야 우수 인력 유치 쉬워져


세계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의료부분이다. 의사 1인당 인구가 서울의 2배에 달하는 것 뿐 아니라, 암센터나 의료연구기관 등이 없는 등 지역 의료인프라 수준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국 평균 밑도는 의료인프라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주요 보건의료인력 현황, 지역별 상위 다빈도 질환, 요양기관 현황 등을 시·도(시·군·구)별로 조사 한 내용에서도 열악한 울산의 의료환경은 여실히 드러났다.
 의사 한 명이 담당하는 울산의 의료보장인구는 902명으로 서울(456명)의 1.98배에 달했다. 의사 한 명당 의료보장인구 비중은 서울, 대전(516명), 대구(528명) 순으로 낮은 데 비해, 울산, 경북(851명), 경기(841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 평균은 639명이다.
 약국 역시 울산이 가장 부족했다. 약국 한 곳당 담당 인구는 울산이 3,25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2,881명, 인천 2,837명 순으로 약사 수가 적었다. 반면 서울 1,989명, 전북 2,054명, 대구 2,112명 순으로 약국 비중이 높았다.
 
#국립종합병원·암센터 유치 무산

공공의료부문이 취약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외에는 특별한 의료센터가 없는 점 역시 문제다. 최근 울산대학교병원이 기능형 지역암센터 지정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인천의 가천의대 길병원을 지역 암센터로 최종 선정하면서 무산됐다. 복지부는 경기, 울산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암센터 선정 사업을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강병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차 의료기관, 연구기관, 전문 의료센터 등이 설립돼야 한다. 하지만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따르다보니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민간병원이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국에서 이름을 떨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병원은 종교병원, 대학병원, 기업병원이나 국·공립병원으로 이들 병원은 재정적 부담을 보전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민간종합병원으로서는 자체해결이 어렵고 재투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울산시에서도 지난 2004년 996억원을 들여 300병상 규모의 국립종합병원을 유치키로 하고 '지방거점 국립종합병원 설립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일반병상 과잉, 경영적자, 국립병원의 지역건립 첫 사례라는 점을 들어 불가 결론을 받으며 무산됐다.
 인력 확보 역시 큰 숙제다. 부산이나 대구만해도 대학병원이 4~5개 있어 자체 인력수급이 가능하지만, 후발주자인 울산은 전공의가 부족할 뿐더러 확보도 어렵다.

 울산대학교병원 관계자는 "그나마 지역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도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또 외부에서 우수 인력을 끌어오려 해도 울산의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으로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스스로도 '울산은 열악'

지역 의료계는 시민들이 '울산이 열악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외부로 원정치료를 가는 것도 울산 의료 발전을 저해해는 한 요소라고 밝혔다.
 지역 병원 관계자는 "울산지역의 의료 수준이 서울과 비교해 떨어지진 않는다. 몇몇 암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의료수준이 기대심리에 못 미치고 의료장비도 수도권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보니 외부로의 유출이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의료수준이 낮은 것이 아닌데도 외부로 환자 유출이 일어나다 보면 지역 의료계가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지역 내 병원을 이용하는 것은 그 지역의 의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차원의 적극적 대응 필요

지역 의료계는 시설 및 인력 확보 등을 위한 재투자 등에 힘을 쏟고 '건강박람회'를 통해 실제 시민들이 지역의 의료기술 수준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는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자구책도 필요하지만 시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대학교 병원 관계자는 "울산시가 과거와 달리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폐암 발병률 1위'라는 결과 발표에도 조기발견이나 환경개선 등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처 방안에 대한 시 차원의 고민은 없는 것 같다"며 "시가 시민들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이보람기자 usybr@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