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열 효모세포의 복제를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물질의 존재를 처음 밝힌 공로로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팀 헌트 박사(68)는 이번 한국 방문이 세번째다. 두번은 대부분의 일정을 서울에서 보냈고, 이번에는 울산이 위주다. 그는 UNIST 입학식에 참석하고, '세포 간 신호 교신을 통한 암 제어 연구센터' 명예소장으로 선임돼 개소식에 참석한 후 기념 심포지엄에서 '세포분열의 비밀과 암 문제'에 대해 주제 강연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시간을 쪼개 유니스트 학생들과의 열정적인 인터뷰에 응했다.

 

 

   
▲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박사(68)가 UNIST '세포 간 신호 교신을 통한 암 제어 연구센터' 명예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과학자라면 표면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표면 뒤에 숨겨는 사실들에 주목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UNIST, 참다운 매력 가져
어릴땐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구한다면
노벨상 저절로 찾아와



△ 울산과 UNIST 방문에 대한 소감은.
- 아직 울산 시내를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 했지만, 간혹 지나가다 구경하고 싶은 곳이 있어 운전기사에게 요청을 할 정도로 울산이라는 도시와 UNIST는 참 매력 있는 곳이다.
 특히 UNIST는 2009년 개교한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물과 학생들 모두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아직 결과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이 이른 시기이지만,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UNIST 학생들의 책임이 크다. 앞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개척자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
 
△ UNIST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공부 열심히 하고 수업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표면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표면 뒤에 숨겨진 사실들에 주목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하고 해결해야 한다. 과학자에게는 이러한 태도가 중요하다.
 과학자의 연구 태도에 관한 말로 'Taste blood!'를 소개하고 싶다. '처음으로 경험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과학은 처음으로 경험해 성공의 맛을 보면 매우 재미있고 계속하게끔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빠져 들어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렸을 때 노벨상을 꿈 꾸었나.
- 어릴적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스포츠를 특히 풋볼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느 날 노벨상을 받고 나서, 내가 10살 되던 해에 알고 지내던 스웨덴 여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당시 그녀는 내게 자신이 알고 있는 옥스퍼드 '팀 헌트'가 맞냐는 질문을 했었고, 나는 그녀에게 지금 보는 내가 노벨상을 탈 것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받는 사람은 수많은 과학자들 중에 소수이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 노벨상을 꿈 꾸었다. 과학자로는 당연한 거라 생각하며 꿈꾸는 것 자체가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에 직면한 중요한 문제를 풀고, 현상의 이면에 있는 것을 발견하는 꿈을 꾸고 열정을 쏟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일이었다.
 

   
▲ 2일 울산과학기술대를 찾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박사가 UNIST 학생들과 울산과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포분열의 비밀과 암 문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노벨상 받은 전과 후의 차이점이 있는가.
- 먼저 많은 곳으로부터 초대를 꼽고 싶다. 일례로 내가 여기 UNIST에 초청을 받아 앉아 있지 않는가.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심포지엄이나 기타 행사에 참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상을 받은 후에는 여행을 많이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뛰어난 능력이라기보다는 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guilty)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벨상은 굉장한 파워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은 아니다. 요리하는 것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쿠키 먹는 것을 좋아하며, 이탈리언 요리나 스시를 즐겨 먹기도 한다. 김치 먹는 것은 도전이었다. 또한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바로 이 주머니에도 카메라가 있다. 신문은 많이 안 보지만 잡지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고 경제에 관한 기사를 많이 읽는다.
 
△ 삶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세상을 올바르게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대할 때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나누는 것은 좋지 않고 상호 존경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는 총장이 있고 일하는 청소부가 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책임을 다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암을 예방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면.
- 나는 암에 대한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폐에 해로운 담배를 멀리 했다. 2년전 심장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바이러스에 전염이 됐는데, 적시에 의사가 발견해서 치료받았다.
 
△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 20세기에는 노벨상이 주로 유럽이나 아메리카 쪽에서 수상했다. 21세기에는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좋은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삶의 목표가 있다면.
- 인생은 여행(journey)이며 마지막 목표는 없다. 난 단지 즐길 뿐이다. 현재 퇴직한 상태라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없다. 어떤 것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운이 좋다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발견(discovery)은 가치있고 굉장한 일이다.
 
△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나.
- 난 20살로 돌아가기 싫다. (웃음) 지금이 너무 좋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난 내가 누구이며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연구원(post-doc)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됐다. 오랜 시간이 걸린셈이지만, 삶은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워가는 작업이다.
 박송근기자 song@ulsanpress.net



■ 팀 헌트 프로필
 출생 : 1943.2.19, Neston, Cheshire, England    굧국적 : 영국
□ 약력
 1968 University of Cambridge 박사
 ~1990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New York Biochemistry,
  University of Cambridge 교수 Imperial Cancer Research Fund(현, Cancer Research UK)
 1993 Abraham White Scientific Achievement Award
 2001 노벨상 수상(생리의학상) (Paul Nurse와 공동수상)
 2006 Royal Medal   
 현, 영국암연구소 Cancer Research UK 수석과학자 Principal Scientist
□ 주요연구분야
 Biochemistry, Cell cycle regulation  
 세포주기의 핵심 조절 인자 발견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