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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산 산악회 심규명 회장과 회원들이 무룡산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시산제가 있는 날 아침이다. 혹시나 하고 창밖을 보니 역시나 예보된 대로 비가 내린다. 그래도 양이 많지 않아 산행엔 별 무리가 없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예정된 대로라면 화봉 교회에서 산행을 시작해 매봉재를 거쳐 정상을 향하는 것이었으나 언제 쏟아 질지 모를 비 때문에 강동동 정자항 방향 임도를 통한 간단한 산행을 시작했다.

 무룡산은 북구 연암동과 화봉동, 강동동 일대에 걸쳐있는 높이 452.3 m의 진산(鎭山)이다. 옛날에는 진산(鎭山)과 주산(主山)의 제도가 있었는데 무룡산은 울산의 진산이었다. 진산이란 그 도읍을 누르고 지키는 산으로써 각 고을마다 하나씩 있었다.

 이에 반해서 주산은 풍수지리상 묏자리나 집터 또는 도읍의 운수와 기운이 매어 있다는 산인데 울산의 주산은 함월산이며, 병영의 황방산이다. 또한, 옛날 날이 가물게 되면 진산이나 기우소의 신에 비를 내려줄 것을 간절히 빌었다.

울산 지켜온 수호산 빗속 등반

 임금도 때로는 이름난 산천에 향을 내려 비를 빌게까지 했다. 이러한 기우제의 옛스러운 말이 무제(舞雩祭)이다. 무룡산이라 이름 붙여진 것은 바로 무제를 지내는 산의 무(舞)와 산의 서쪽 계곡의 용굴에서 용이 살았다해 용(龍)자와 합성된 이름인데 이 이름은 근대에 와서 부르게 된 것이다. 

 무룡산이 울산을 지켜온 수호산이었기에 고을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가뭄이 들면 여기에서 비를 빌었고 성산(聖山)이었기에 가뭄에는 암장묘를 찾아 나서서 이를 파헤쳐 신성을 유지해 왔다. 무룡산은 해발 452.3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울산도심을 끼고 동해와 연결돼 있어 정상에서의 경치는 일품이다.

 동으로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바다에 떠있는 어선을 볼 수 있고, 남으로는 태화강의 흐름과 울산공단의 위용을, 서쪽으로는 울산 시가지를 볼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으로 연결된 산맥의 용트림을 구경할 수 있다. 무룡산의 일출은 새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하며, 도심에 있는 관계로 야간산행이나 가족끼리의 산책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 한해의 안전산행을 기원 하는 날, 무룡산에서 시산제를 지내게 된 것은 어쩌면 무룡산 산신이 이미 정해놓은 계획에 의해서가 아닐까?  안개가 자욱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정상 팔각정 아래에는 총무님 이하 몇 분이 시산제 음식을 잔뜩 준비하고 벌써 와 계셨다.

정성 가득 제상 앞에 '안전산행'빌어

 웃음을 머금고 하는 말씀이, 자리도 잡아야 하고, 음식도 나르고 한다고, 어제 저녁부터 와서 준비를 했다고 하신다. 내가 볼 땐 약 1% 정도의 거짓말과 99%의 회원을 위하는 마음이 녹아있는 것 같다.  몇 분도 내리는 비에 시산제 진행이 차질없게 천막을 준비하고 계신다. 상쾌한 산행 후 절 한번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우리야 별거 아니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뒤에서 손수 음식을 하고, 준비를 하시는 분들의 노고 때문에 우리가 편하게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 아니겠는가?

 제물이 다 차려진 후 사회자의 진행으로 시산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칠 때쯤에는 빗줄기가 많이 굵어졌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이제 또 한해의 산행이 시작된다. 오늘 이 지면을 빌어,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신 회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 이번 시산제를 계기로 올해는 더욱 발전하고 단합되는 가지산 산악회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회원님들 가정에 화목과 행복이 함께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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