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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
주인이라는 생각에 군림말고
자연과 공존법 모색해야 할 때

봄이 오는 게 두려운 듯 많은 눈이 내렸던 겨울이 점점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2주전쯤 눈이 간만에 많이 내린 날 나는 지리산이나 한라산의 눈꽃을 보는 일은 평생 사진으로만 해야 할 것 같아 집 앞 등산로를 따라 눈꽃 구경을 나섰다. 우의 까지 입고 나선 나의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아침부터 내린 눈이 제법 나의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가끔 저녁부터 시작한 눈이 제법 쌓여서 자정이 넘어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이는 절호의 기회가 오면 일년내내 그 순간을 기다린 사람처럼 아파트 앞마당에 나가 흘러간 옛 영화의 주인공인듯 눈밭에 눕기도 하고 눈 온 풍경을 찍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여 먼지까지 날릴 만큼 사람들로 붐비는 등산로지만 이날은 정말 한 바퀴를 도는 2시간동안 단 6명과 마주쳤다. 오드득 오드득 하는 눈 밟히는 소리와 가끔 후두둑 나는 새들의 소리만이 온 등산로에 가득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내려오는 길에 나는 아주 작은 참새 한 마리와 마주했다. 보통은 사람이 다가오면 참새가 날아가는데 이 조그만 참새는 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땅으로 머리를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먹고 있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5분쯤 지났을까? 먹을 만큼 먹은 참새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는 5분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만큼은 인간의 등산로가 아닌 내가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온듯한 마치 나니아 연대기의 루시가 된 느낌이랄까? 그 조그마한 참새의 의연함이 인간인 나에게 등산로의 기득권을 잊게 했던 것이다. 5분 동안이나 말이다.

 국내 항공사의 최근의 TV광고 중에 원숭이들이 온천욕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광고가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류, 일본 온천을 말하다' 편으로 일본 거장 5명의 메시지로 이루어지는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시리즈 중 하나로 무라카미 류의 내레이션을 활용한 신선함과 온천에서 노천을 즐기는 원숭이를 광고 소재로 활용하여 '온천하면 사람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이 돋보이는 광고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공감을 배제하고 내세움에만 급급한 요즘 광고와 달리 '주인 행세하는 원숭이', '불청객은 인간이었구나!'라는 표현으로 인간도 결국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메시지가 공감을 이끌어 낸다고 평가해 국내 최고의 광고회사 CD(Creative Directer)들이 뽑는 2월의 애드와플 월간 베스트 creative 광고로 선정되었다. 처음 그 광고를 TV로 접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원숭이의 그 편안한 표정 때문에…. 노천온천속의 그 고즈넉하고 평안한 어울림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이 자연스럽고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왜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에 서툴까? 수많은 종교들과 선현들의 가르침에 인간에게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라고 했던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란 사실은 알지만 우리안의 욕심이란 놈은 한계가 없어 놈이 우리를 조절하려든다면 극단적으로는 카다피나 무바라크처럼 되지 않을까싶다. 우리가 자연과 조화롭게 되는 방법은 그렇게 거창한 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을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에서부터 적당량의 세재를 쓰고, 써야 된다면 환경을 생각한 세재를 쓰고, 물을 낭비하지 않으며, 단순간의 수확을 위해 땅을 괴롭히지 않으며 등등 얼마든지 가까이의 생활패턴을 수정하여 자연과의 화해를 청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일어난 뉴질랜드 지진이나 아이티지진, 쓰나미등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머나먼 미래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가까이 나와 이웃의 자녀들, 그리고 자녀들의 자녀들을 위한 일이라 여기며 자연에게 화해하는 방법을 매일 하나씩 실천하다보면 언젠가 노천 온천속의 원숭이들처럼 우리도 자연과 하나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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