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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에서 흘러내리는 빨간 쇳물, 마스크와 보호경을 쓰고 파란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공의 모습. 누구나 중소기업 현장을 떠올릴 때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뿌리산업이란 말그대로 기초가 되는 국가의 중추 산업으로 주조·금형·용접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의미한다.

 뿌리산업은 전통 제조업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을 견인하는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 1대 생산시 6대 뿌리산업 관련 비중이 부품 수 기준 90%(2만2,500개), 무게 기준 86%(1.36톤)으로 비중이 큰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중소기업의 근로환경, 노동투입형 산업특성으로 용접, 주·단조 등의 산업은 우리에겐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의 대명사로 인식되며, 그 역할과 중요성이 저평가 돼 왔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러한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몰리고 있다. '뿌리산업'으로 불리우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제품에 내재돼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공정산업으로 지난해부터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본 토요타가 부품 결함으로 기업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었고, 이는 곧 부품 경쟁력이 제품의 경쟁력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뿌리산업, 용접·열처리 등은 과거 우리나라 산업근대화 시기에 중심기능을 담당한 '단순기능'으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그 우수성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아직 젊은 세대에는 어렵고 힘든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으며, 우리 기성세대에도 가급적 내 자녀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는 직업 중 하나였다.

    물론 과거에는 그랬고 현재도 그런 이미지는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뿌리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부터 필요하다. 과거의 단순기능도, 현재의 최첨단 스마트폰에 숨어있는 금형기술도 뿌리산업이다. 오랜 전통과 기술력을 갖춘 뿌리산업군의 존재가 첨단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명품 제조업의 탄생을 견인했으며, 스위스의 경우 손목시계, 쌍둥이 칼, 독일의 벤츠, 이태리의 핸드백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

 국내 자동차·조선·IT 산업의 성공도 주조·금형·열처리·소성가공 등 뿌리산업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6대 뿌리산업의 관련산업 비중은 자동차 25%, 전기전자 29%, 조선산업기계 24%에 이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품의 성능에서부터 디자인에까지 뿌리기술은 모든 곳에 녹아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제품의 개량, 응용을 통한 개선정도로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단순 기능의 취급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로 전환되는 기술분야가 현재의 뿌리산업이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다. IT 융복합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는 현대과학 기술혁신의 일반적 현상이다. 뿌리산업과 IT 기술 융합을 통한 제조공정 혁신과 작업환경개선 등 뿌리산업의 성장 잠재력 확충하고, 생산성 제고와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을 IT 기반 제조 공정으로 전환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며 불량률을 개선해 수요 대기업과 뿌리 기업간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등 견실한 동반성장 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2010년에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뿌리산업전략도 마련됐다. 뿌리산업IT융합지원단을 발족하고, 뿌리산업 전용 R&D지원 등을 통해 뿌리기업의 기술고도화 지원은 물론, 뿌리기업 기술인력의 체계적인 공급을 위한 마이스터고 육성 등에까지 동 산업을 지역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도 쉽게 예견치 못했던 금융위기, 기존기술의 진부화, 소비자 선호의 빠른 변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기업 경제상황 속에서 우리 뿌리기업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기술프리미엄 영역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지역의 뿌리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한 뿌리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질 때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뿌리기업이 지역 제조업의 근간으로 기술고도화를 통한 명품기술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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