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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전례 없던 진도 9.0의 일본대지진이 바로 그것이다. 8.0의 지진에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 구조의 건물들은 힘없이 무너졌고,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전력 차단으로 냉각기가 작동하지 않아, 지난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방불케 했던 후쿠시마 원전 사태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이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일본은 상황을 수습하고 피해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이 위기 극복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우선 타국의 협조가 큰 몫을 했다. 자연 재해 소식을 듣자마자 전문가 2명을 급파하고 담요 등의 물자를 지원해준 대한민국, 로널드 레이건호와 함께 구호물자를 제공해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뿐만 아니라 '욘사마' 배용준을 비롯해 류시원, 원빈 등 한류 스타들의 아낌없는 기부 또한 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런 지원보다도 더 큰 힘을 내게 한 원동력이 됐던 것은 일본인, 일본사람들이었다. 전쟁과 같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고, 가족보다 사회를 먼저 생각해 집이 아닌 원전으로 달려간 한 노동자의 모습에서 읽혀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바로 그들의 원동력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수습에 나선 '후쿠시마 원전 결사대 50인', 사력을 다하고 있는 '하이퍼 레스큐', 봉사를 자발적으로 지원한 수천의 일본 국민들…. 재난을 극복하려는 일본인들 스스로의 의지가 모여 피플 파워를 냄으로써, 하나 둘씩 사태를 정리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본인들의 모습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부끄럽게도 필자는 이런 질서정연한 일본과 상반되는 우리나라의 실태가 떠오른다. 방사능의 유출이 본격화되자 일어났던 부산에서의 라면 사재기 조짐, 지난 구제역 사태에서 보였던 국민들의 단결력 부족, 결국에는 전국적 확산으로 치닫았던 과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혼자서만 이익을 챙기려고 했던 결과가 아니었던가.


 정(情)의 사회였던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각박해진 현실에서 대재해 앞에서 일본이 보여줬던 그들의 단결력, 시민의식은 하나의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춘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가? 우리에게 재앙이 발생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는가?
 사전적 의미로 '폐, 성가심, 귀찮음'을 의미하는 '메이와쿠'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하나의 행동 문화로써 일본에 뿌리박혀 있다. 이번 재해 수습 때 보였던 행동들이 이 문화에 근거하는데, 공동체 의식이 약해진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이웃나라의 이런 문화를 보며 우리는 깊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 역시 과거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 당시 일본 못지않은 단결력을 보였지 않았던가.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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