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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우리병원 강관수 원장이 신정시장을 돌며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료 및 상담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재래시장이 시민들의 곁으로 한층 다가서고 있다.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간판을 새로 만들고, 통로의 노점들을 정비해 편안한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주인공들인 상인들은 여전히 힘든 불편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잠시도 쉴틈없이 손님들을 맞아야하고, 매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때문에 중년 또는 노년층이 대부분인 이들 상인들의 척추와 관절 건강에 적신호를 호소한다. 울산신문은 척추전문병원인 울산우리병원과 함께 '허리펴는 재래시장'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울산지역 재래시장 활성화와 시장 상인들의 건강 챙기기를 돕는다.

#"상인들에게 희망주는 계기"

"어깨가 너무 아픕니더. 뒷목도 뻐근하고…"
 "자세가 안 좋으면 그럴 수 있습니다. 상당히 근육이 뭉쳐 계시네요. 일을 하는 중간중간 가슴을 펴고 턱을 당기는 바른 자세를 의식적으로 해주면 조금 나아질 겁니다"
 지난 22일 오전 남구 신정시장 상인회 건물 1층에 병원이 하나 차려졌다. 혈압, 당뇨, 골다공증, 체지방 분석, 척추상담 등 약식이긴 하지만 상인들은 그동안 바빠 가지못했던 병원이 시장 내에 차려지자 반가운 눈치다. 울산우리병원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MRI척추건강검진권도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0일 울산신문과 울산우리병원(원장 박성훈)이 지역 내 전통시장 활성화와 시장상인 건강을 위해 맺은 '허리펴는 전통시장 프로젝트' 협약에 따라 마련, 처음으로 신정시장에서 진행됐다.
 신정시장 상인회 손병길 회장은 "처음 '허리펴는 재래시장'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시장에는 하루종일 구부려 일하다보니 허리가 굽은 상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의료 목적보다도 전통시장에 희망을 전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허리펴는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종사자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정시장 내에서 생선장사를 한다는 손인숙(53·여)씨는 이날 상인회 건물에서 건강검진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평소에 어깨와 뒷목이 너무 아파서 무슨 병에 걸린건가 걱정은 했는데, 병원 가야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1년이고 2년이 되는 거지요. 저 뿐만이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 가게 비우기 힘들고 단골 손님 떨어질까 걱정도 되고….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셔서 진료를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울산우리병원 무료진료봉사자들이 상인들을 대상으로 혈압, 당뇨, 골다공증, 체지방 분석, 척추상담 을 하고 있다.

#혈압·당뇨 검사도

울산우리병원의 무료진료봉사를 통해 몰랐던 병을 알게된 상인도 있었다. 혈압 및 당뇨 검사를 통해 약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된 한 상인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몇 번이고 감사를 표했다.
 대다수의 시장 상인들은 허리, 어깨, 다리의 통증을 호소했다. 시장상인들이 주로 한정된 공간에서 구부리고 앉아 일을 하고,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등 좋지 않은 자세로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관수 원장은 설명했다.

 강 원장을 비롯한 울산우리병원의 의료진은 상인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며 직접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며 일하는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권했다.
 오전 10시부터 상인회 사무실에서 진료 및 상담을 하던 울산우리병원 의료진은 점심시간이 지난 후 직접 상인들을 찾아 나섰다. 시장 내에 마련되긴 했지만 가게를 비울 수 없는 등의 이유로 그 조차도 찾아오질 못하는 신정시장 상인들을 위해서다.

 신정시장에서 가장 오래 장사를 했다는 한 할머니는 울산우리병원 의료진의 방문에 반가워했다.
 "무릎이 많이 아프다. 일 하다보면 한 번 일어날 새도 없어. 이래 와서 아픈데 봐주고 하니 얼마나 고맙노"
 울산우리병원의 찾아가는 병원은 단순한 진료에만 그치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나눴으며, 상인들의 어깨, 다리를 주무르는 등 친자식, 손자·손녀 같은 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그들이 방문한 시장 내 가게에서는 봄꽃 같이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했다.
 

   
▲ 울산우리병원과 신정시장 상인회는 22일 상인회 사무실에서 울산우리병원과 함께하는 허리펴는 재래시장 MOU를 체결 했다.

#지난해 전국우수시장 대통령 표창

울산 남구 신정시장은 1970년대 초 신정동에 개설됐다. 처음에 노점이 모인 형태로 시작한 이 시장은 점차 골목형 시장으로 발전했다.
 울산시청 건립과 더불어 2층의 상가건물로 시작,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됐으며, 도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 대형 전통시장으로 발전하게 됐다. 지금은 울산을 대표하는 대형전통시장으로 농·수·축산물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취급하는 종합시장이다. 현재 남구 신정1동 630-1번지 일원을 중심으로 437여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신정시장은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5년 등록한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장살리기에 나섰다.
 신정시장은 아케이드 설치를 비롯한 시설현대화와 상인친절교육 및 특가판매 실시를 통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상인대학운영 등 상인 의식교육과 중기청, 남구청에서 실시한 고객만족을 위한 친절 및 맞춤형교육을 실시하는 등 상인들의 자구노력을 통해 시장발전을 이뤄냈다.

 또 특가판매 등 할인특판행사를 꾸준히 실시해 고객유치에 성공하고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 등을 통한 지역사회에 환원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인들의 노력과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최근 3년간 빈점포가 없을 정도로 시장에 활기가 넘쳐나는 등 신정시장은 울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전통시장 활성화사업 우수시장으로 추천한 전국 16개 시·도 추천 23개 시장과 지방중소기업청 추천 11개 시장 등 총 34개 시장을 대상으로 공적심사를 받은 결과, 전국우수시장 최고 영예인 대통령 표창 대상으로 선정돼기도 했다.

#"인근 상권과 더불어 활성화 되길 기대"

   
 
신정시장 상인회 손병길(사진) 회장은 무엇보다 노령화 등으로 굳은 시장 상인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예전엔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도 워낙 상인들의 나이가 고령화되다 보니 힘들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대형마트는 물건을 보고 구매를 하지만, 전통시장은 주인을 보고 삽니다. 그만큼 주인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러한 신뢰를 쌓아 고객이 최대한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고 말했다.

 대통령 표창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손 회장은 말한다.
 "어느 전통시장을 가나 나오는 얘기지만 주차장 문제가 가장 큰 문제 입니다. 고객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신정시장에서 장을 보려면 2명이 필요하다. 한 명은 물건을 사고 한 명은 주차할 곳을 찾아 인근을 빙글빙글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찾는 고객이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놔도 주차할 곳이 없어 돌아간다면 그만한 낭비가 어디있습니까. 정부나 지자체 등이 주차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합니다"

 그는 부족한 주차시설 뿐 아니라 배송센터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도 대형마트처럼 일정금액 이상 구매하면 배달을 해주는 등 마트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신정시장 인근 상권을 모두 통틀어 상권 활성화 구역으로 승인받고 싶다고 밝혔다.
 "전통시장만 살아남아서도 안 되지 않습니까. 신정시장을 비롯한 인근 상권이 활성화시켜 신정동을 대표하고, 나아가 울산을 대표하는 그러한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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