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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부임한 지 이제 갓 한달이 지났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연을 맺게 되는데 한국은행 지역본부장으로 울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인근에 가지산, 신불산을 중심으로 고래등처럼 남북으로 뻗어있는 고산준령들이 산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근육의 긴장감을 가져다 주고 지척의 거리에서 넘실거리는 만경창파의 푸른 동해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고 대신 정신적 포만감을 안겨다 준다. 덤으로 바다에는 갖가지 해산물, 뭍에는 한우고기와 산채를 비롯한 먹거리가 즐비하니 좀 과장해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업전진기지로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화학분야 대규모 공단을 구축하기 시작한 1962년 당시만 해도 울산의 인구는 3만5천여명에 불과한 소도시였다. 그나마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종사자가 2만3천여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50년 사이에 울산은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드넓은 면적의 땅을 가지게 되었으며 인구도 이제 120만명을 바라보는 거대 도시가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경제 규모만 살펴보자. 울산광역시의 지역내총생산액(GRDP) 규모는 50조를 넘어서 전국 6개 광역시 중에서 서울, 부산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생산액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생산액은 4천 6백만원으로 2위인 서울특별시의 2천5백만원을 훌쩍 넘어서 단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전국 어디를 가나 울산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울산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동안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울산을 공업화의 전진기지로 개발하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역대 정부의 역할이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요인 외에 울산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시 발달의 가장 첫째 조건인 큰 강이 시가지 중심부를 흐르고 공장부지 조성에 안성맞춤인 드넓은 저습지가 해안가에 산재해 있으며 방어진과 장생포는 깊은 수심에도 불구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불과 1미터도 안되는 천혜의 항만조건을 형성하고 있으니, 울산이 우리나라 공업입국의 요람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도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생물과 같다. 계속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퇴락하고 만다. 한때는 최고의 화려한 번영기를 누렸다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몰락의 길을 걸었던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등의 옛날 도시국가들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감안할 때 울산광역시는 이제부터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울산광역시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울산이 세계 속의'글로벌 도시'로 재탄생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의 주된 생산기지로서 그 명성이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리적으로 일본, 태평양, 동남아 등으로 연결되는 선로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300년전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도시'였던 베니스가 항구도시였고 이후 형성된 수많은 거대도시들이 항구도시였던 점을 상기하면 울산도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글로벌 도시'란 무엇이며 울산을 '글로벌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쉽게 말해 '글로벌 도시'란 세계로 열려있는 도시, 이방인들이 찾아오고 싶어 하고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말한다.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동경, 암스테르담 등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글로벌 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들은 하나같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고 우수한 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 의료, 치안, 관광, 편의시설 등의 인프라를 제대로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울산도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환경 등 여타 부문에서 다른 도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는 어느 특정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울산광역시를 비롯한 행정기관, 언론계, 학계, 금융계는 물론이고 울산시민 모두가 세계로 향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가능하다. 희망과 번영으로 가득찬 미래를 위해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래된 구호이지만 중단 없는 전진만이 우리가 살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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