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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은 전라남도 신안군은 827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해안선의 길이도 짧고 동해안에 위치해 섬의 수가 거의 없어 무인도만 3개가 있다. 신안군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숫자이나, 양보다는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더욱 중요하다.

 해녀들의 안식처로, 꽃과 나무들의 휴식처로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던 울산 울주군의 섬들. 빼어난 경치와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울주군의 섬들은 모두 공단 개발에 밀려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공장들 사이에 초록빛을 가지고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목도는 아름답다기 보다는 애처러운 느낌이 든다. 제비도 쉬어간다는 연자도는 이제 더 이상 바닷새 보금자리가 되지 못한다. 연자도 주변 공유수면이 모두 매립되면서 섬 자체가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밤마다 인위적인 조명을 켜 놓은 명선도는 섬이라는 고립감과 신비감을 상실한지 오래다.
 

   
▲ 목도


# 공해 속의 자존심 목도

커다란 정유공장에 가려 언뜻 지나가면 섬이 있는지 모르는 섬이 목도이다. 육지에서 280m 떨어져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공장을 만들면서 방파제를 쌓아놓아 더욱 가까워보였다. 원래 이 섬은 동남해안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있던 유인도였지만, 현재는 무인도로 되어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기보다는, 살 수 없는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변을 온통 큰 공장들이 둘러싸고 있어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섬은 물고기의 눈처럼 생겨 '목도(目島)', 과거 이 섬에 살던 주민들이 화살대를 심어놓아 '죽도(竹島)', 남해안의 동백을 옮겨 심어 놓아 '동백섬' 혹은 동백나무중 3월에서 4월에 꽃을 피우는 춘백(春栢)이 많아 '춘도(椿島)'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동백나무 외에도 후박나무ㆍ사철나무ㆍ벚나무ㆍ팽나무ㆍ담쟁이덩굴 등 4,500평에 푸른 상록수림이 빽빽이 자라고 있는 섬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가 섬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부터 출입이 통제되었다. 각종 중금속을 제련하는 온산공단의 한쪽 끝에 자리잡아 다행이지만, 몇 해전 공단 입주업체들의 새 공장터에 포함됐다가 환경단체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다. 목도의 상록수림 보호를 위한 일반인 출입 제한이 조만간 해제되면 계속 푸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 명선도


# 아름다운 섬 명선도

울주군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진하해수욕장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해수욕장 앞에 동해안에서는 귀한 명선도가 있기 때문이다. 거칠고 단조로운 동해안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진하해수욕장은 명선도가 한가운데 위치해 이런 단조로운 느낌이 적고 바닷물이 잔잔하다.
 명선도는 1만1000㎡의 면적으로 여름이 되면 매미가 많이 운다해 명선도(名蟬島)로 불렸으나 지금은 신선이 내려와 놀았던 섬이라는 의미의 명선도(名仙島)로 불린다. 해송과 동백이 많고 후피향나무와 후박나무, 사철나무 등이 단아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명선도가 단순히 바라보기에 좋은 섬이었다면 가치가 반감했겠지만 이 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가 볼 수 있는 섬이다. 해수욕장에서 명선도까지 길이 100여m, 폭 5m 규모로 바닷물이 빠지고 모래 바닥이 드러나면서 바닷길이 열리는 '작은 모세의 기적'이 매년 음력 2월~4월 낮 12시에서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평소 이곳의 수심은 1.5m~2m에 이른다. 명선도는 특히 일출 사진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섬 사이로 바라보이는 일출 장면이나 육지와 명선도 사이의 파도, 섬을 배경으로 고기잡이에 나서는 어선의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또 명선도 일대에 설치된 100여개의 야간조명과 명선교의 불빛은 밤 늦은 시간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연자도


# 섬 기능을 상실한 연자도

온산읍 이진리 앞바다에 있는 1만여㎡ 규모의 연자도는 이미 섬의 기능을 상실했다. 제비도 쉬어간다는 연자도는 대나무와 억새가 자라 바닷새 보금자리였다. 온산공단 조성 전에는 풍부한 해산물로 해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섬이었고, 어촌마을의 방파제 구실도 해왔다.
 울산에서 몇 안 되는 섬이고 문화재가 출토된 곳이어서 보존이 필요한 섬인데도 연자도는 온산공단 확장을 위한 대규모 매립공사로 육지에 편입되어 버렸다. 당초 울산시는 연자도 주변 해수면이 모두 매립되더라도 연자도 일부는 육지공원으로 보존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공단 조성 편의를 위해 공장부지에 편입되었다.

 온산읍 주민 박인식 씨는 "공단 편입으로 고향이 사라진 뒤 고향 생각날 때마다 연자도를 보며 힘을 내고 시름을 달랬는데, 볼 수 없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매립 이전 육지와 600m 떨어져 있었던 연자도에서는 공장부지 조성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아궁이와 구들 등이 있는 고려시대 건물터 20여동과 저장 및 기타 용도의 구덩이 등이 여러 개 확인되기도 했다. 울산지역에서는 매우 드문 고려시대 유적일 뿐 아니라 육지가 아닌 작은 섬에서 다수의 호족층 건물터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자도에서 발굴된 유물은 울산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된다.   정재환기자 han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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