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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피해 잠시 그늘에 서서 땀 식히는데
건너편 공사장
함지에 돌무더기 담아 부지런히 이다 나르는 저 여자
노래방 도우미만 해도 한 시간 몇만 원이라는데
공짜 술에 노래에 장단이나 맞추어주면
넉넉한 하루 일당이라는데
참 딱하다 시원한 그늘을 두고
땡볕 아래 구슬땀 흘리며 가지 뻗는 저 여자
큰 나무가 드리워준 시원한 그늘을 마다하고
있는 힘 다해 그늘을 밀어내며
은근히 파고 들어온 남정네의 취한 손길을 밀어내며
참 딱하다 그늘에서 퍼낸 돌무더기
뙤약볕 아래 자꾸자꾸 내다 버리고 있는 저 여자
그녀가 버린 돌무더기
환한 땡볕 아래 모여 앉아 반질반질 윤기 나는 눈으로
이쪽 그늘의 나를 쳐다보는데
와르르 또 한 번의 돌무더기를 내려놓고
바삐 돌아서는 저 여자
그늘에 선 나를 쓸어 담아
와르르 뙤약볕 한가운데 내려놓으려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저 여자
시작노트
사물이 나를 불러 세우기에 적합한 상태,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러운 사물에게 잘 포착되도록 나를 내버려두려고 애쓴다. 내가 분주하면 사물이 나를 불러 세우기 힘들다. 그 일에 게으름은 유용하다. 게으름과 망각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잊어버리게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내가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게 한다. 내 부족함은 철저하게 게으르지 못한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