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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인간의 뇌구조만큼이나 예측불허다. 아이폰으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생각의 힘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곤 한다. 며칠전 애플의 성공신화를 견인한 스티브 잡스가 야심작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였다. 한입 배어낸 사과 하나에 세계가 열광하는 것은 아이 시리즈가 아니라 잡스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은 예측불허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따라다니는 '아이(i)'는 이제 애플의 전유물이 됐다.

 흔히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의 대가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그는 공학도 출신이 아니다. 처음에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했다. 문학과 철학에 심취해 히피처럼 돌아다니길 좋아했지만 과시욕이나 허풍도 만만찮았다. 그런 그가 컴퓨터에 심취한 기술자 워즈니악을 만나 애플을 만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IT 분야의 선구자는 아니었다. MP3, 휴대폰, 태블릿, e북, 클라우드 그 어느 것 하나도 애플이 최초로 발명한 것은 없다. 문제는 누가 발명했고 누가 첫 선을 보였느냐가 아니다. 전원을 켜야 살아 움직이는 전자통신기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발명 자체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전자통신기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IT 생태계라는 말을 만들어낸 잡스의 꿈은 사실 워즈니악이라는 기술의 천재를 만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흔히 외톨이 몽상가와 천재 기술자의 만남이라는 애플 창업자의 결합은 만남 자체부터 변화와 혁신, 그리고 창의성을 밑천으로 한 투자였다. 자본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창의성으로 부각된 오늘이지만 애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해도 창의와 혁신은 부화하기 전이었다. 한발 앞선 이들의 결합은 결국 창의성을 무장한 기술이 극대화된 발산효과를 끌어내 지금 세계 전자통신기기 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플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IT 강국으로 업계 1, 2위를 주장하는 삼성과 LG는 애플의 질주에 그저 허겁지겁 따라가기 바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클라우드라는 놀라운 발상 앞에 세계 1위의 휴대폰 판매사가 휘청거리고 있다. 거의 따라잡았다 싶으면 다시 점프를 해버리는 애플의 창의력은 후발주자들을 허탈하게 한다. 그 상실감이 도저히 따라갈 수없을 지경이 될 때 후발주자는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키아다.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였던 핀란드의 자랑 노키아는 삼성에 추월 당한데 이어 이제는 애플의 아이 시리즈에 백기투항을 한 상태다. 노키아의 추락은 날개도 없이 보인다.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 직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 데다, 미래 전망도 암울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극단적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의 몰락은 첫 번째가 아니다.  1865년 핀란드의 한 시골에서 목재펄프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한 노키아는 컴퓨터와 텔레비전, 통신시스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다 한번의 굴욕을 맛봤다. 첫 번째 위기에서 노키아의 선택은 미래에 대한 투자와 집중화였다. 생소한 업종인 휴대폰 제조회사로 변신하는 모험을 감행한 노키아는 당시로서는 모험이었지만 불과 10년만에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는성과를 올려 슈퍼기업 반열에 올랐다.

 문제는 안주에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1위라는 노키아의 자만은 비극을 키웠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휴대폰 시장이 급변했으나 변신의 귀재 노키아는 부른 배만 두드리고 복지타령으로 세월을 보내다 후발주자들의 맹공에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의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맥락을 걷고 있다. 세계시장이 '빅3'으로 판을 짠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현대의 급격한 부상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바로 최근 세계자동차시장의 화두인 친환경성 때문이다. 1970년대 이래 대두된 환경에 대한 관심은 자동차업체들로 하여금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아붓게 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은 대체에너지차 개발경쟁에서 승리하는 업체가 잡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그래서 유효하다.

 세계시장은 밀림의 법칙으로 발톱을 세우는 중이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전기자동차의 비율을 2016년까지 13%로 늘리고 수출 시장에서의 비중을 더욱 확대할 추세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자동차 산업도 이미 친환경 차량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디자인과 엔진분야에서 과거의 경험에 새로운 기술을 포장해 미래형 자동차 산업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노사문제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노사문제가 덜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쓰나미가 닥칠 판에 세간 다툼을 하고 있으니 딱해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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