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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버릇은 손가락 빨기
엄마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듯
왼쪽엄지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입천장이 해지도록 빨았다.
빨다보면 딸꾹질 하듯 울음 멎었다
여자아이 혼자 담겨있던 집,
마른먼지 손가락으로 꼭꼭 찍어 혀끝에 올리다 보면 해거름,
오빠 셋은 나를 빙 둘러앉아
침으로 범벅이 되어 퉁퉁 불어터진 내 손가락에
아까징끼를 발랐다가, 붕대를 감았다가, 마이신을 묻혔다가,
손을 꽁꽁 묶어 겨드랑이에 착, 붙여 놓았다가
그러나 나는 좁다란 골방에 혼자 틀어박혀
숨넘어갈 듯 손가락만 쫄쫄 빨아대곤 했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미끄러져 나오는 순간 단절,
울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손가락 빨기는 내 안의 엄마를 불러내는 일
나를 먹여 살렸던 지독한 자위행위
살아도,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혼자, 텅 빈 자궁 속에 들어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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