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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 힘든 희귀해양생물 산호와 5대양 6대주 1,000여종의 패류, 그 외 여러 신비한 해양동물 등을 만날 수 있는 '간절곶 해양탐사체험장'.

세계 누비며 46년간 수집한 조개·산호 수천점 전시

푹푹 찌는 무더위가 계속되면 자연히 떠오르는 것이 바다이다. 탁 트인 정경에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철썩~철썩~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귀까지 시원하게 해주면 어느새 더위는 싹 잊게 된다. 직접 형형색색의 자연의 빛깔을 담은 바다 속 풍경을 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스킨스쿠버를 하자니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겁도 슬며시 난다. 스킨스쿠버를 하지 않고도 눈 앞에서 산호초와 조개를 보고 바다 속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딴 곳도 아닌 울산에 있다. 바로 간절곶 해양탐사체험장이다.
 
#200㎏ 식인조개부터 따깨비까지

   
▲ 국내최대의 세계 희귀 산호·패류전시관과 전시관 입구 정원에 전시된 1미터이상 자라는 지구에서 제일 큰 패류인 식인조개.
 건물 앞 조그마한 연못에는 비너스의 탄생에서 본 조개껍질이 비너스는 떠나고 무심하게 놓여있다. 하나도 아닌 여러 개가 놓인 걸 보면 조금 전 비너스 너댓명이 탄생한 모양이다. 남태평양 언저리 인도해 근처에서 주로 볼 수 있다는 조개를 보고 있자니 잠시 필리핀에 온 듯한 착각도 인다.

 껍질 한 짝에 100㎏에 달하는 이 조개의 이름은 식인조개(killer clam, man-eating clam)다. 거대한 모습에서 사람도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이 조개는 다 자라면 크기가 1.5m나 되며 무게도 200kg이나 나간다. 그만큼 자라는 데는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돌계단 위 꽃처럼, 화병처럼 일렬로 자리잡은 식인조개를 지나치면 어느새 바다 속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따개비도 보이고 커다란 바위만큼 큼 조개군락도, 카페트상어도 보여 마치 바다 바닥을 실제로 걷는 듯하다.

#패류 1,000종·갑각류 100종 등

   
 
1층 패류관에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미 등 5대양 6대주 전 세계에서 몰려든 1,000종 이상의 패류와 100여종의 갑각류, 상어박제 표본 및 해초 등을 만날 수 있다.

 노랑, 주황, 다홍 등 자신만의 색을 발해 감탄사가 자신도 모르게 나오고 이 모든 게 자연의 색이라는 데 다시 한 번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국화조개, 코끼리코조개, 녹두조개, 하트조개, 천사의 심장 등 말그대로 처음 보는 희귀한 조개가 여기서는 흔하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만났던 노란 스펀지밥의 실제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 마늘의 모습 그대로인 마늘고둥,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공작나팔고둥, 바다 속의 앙드레김 운반고둥(Xenophoridae)도 만날 수 있다. 토끼와 달리기 경주를 벌였던 거북이와 용왕님의 병을 고치고자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왔던 거북이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붙어 자라나는 조개나 고둥도 전시돼 있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세계 각국 희귀종 총망라

2층으로 올라가자 바다 속 초원이 펼쳐진다. 돌산호, 대나무산호, 나팔산호, 뇌산호 등 500여종 이상 1,000점이 넘는 산호숲을 거닐면서 코 앞에 두고 산호를 살필 수 있다.

    다른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유리관 속에 보관된 산호를 보는 것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울산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좀 더 가까이서 산호나 바다를 보고 배우기를 바란 체험장 설립자 박한호(73)씨의 뜻이다.

 세계 어느 박물관에서도 보지 못한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대형 희귀 산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산호의 군락대로 전시가 이뤄져 실제 바다 속을 걷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대나무산호, 양털산호, 뇌산호, 장미산호부터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된 나팔산호도 볼 수 있고, 먼 바다가 아닌 간절곶 앞바다에서도 발견되는 문어발산호도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수집된 조개, 바닷속 신비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 1층 '패류관'.
#코앞에서 펼쳐지는 바다숲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2.5m의 손가락산호이다. 무게가 500㎏에 달하는 이 산호는 보루네오에서 왔다. 길이 2m의 브러쉬 산호도 있고, 1.5m의 사슴뿔산호도 있다.

    수온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산호가 1년에 5~28㎜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0년에서 300년 가까이 바다를 지키며 살아온 바다의 나무들이다.

 이 곳에 전시된 산호들은 모두 20~30년 전에 수집을 마친 것이다. 최근에는 엘리뇨 등 심각한 바다수온변화와 환경오염에 의해 산호초들이 사라지고 있고 환경보호 규제 등이 강해지면서 국내에 반입이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렇게 좋은 체험기회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라커텐, 조개거울, 조개목걸이 등을 만들수 있는 체험장.
 다만 이 전시관에서는 지켜줘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유리벽을 없애고 관찰의 기회를 극대화 한 만큼 산호를 만지지 않는 것이다. 훼손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찰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한 발 더 다가서 관찰하기를 바란 박한호씨의 뜻을 살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산호숲을 따라 모네타 등 예쁜 조개로 만들어진 지압코스도 있다. 밟기에는 아까운 예쁜 조개이지만 건강을 위해 지압코스 위를 따라 걷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17일 정식개관

   
수많은 산호, 예쁜조개, 소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
체험장에서는 조개 등 패류를 활용한 목걸이, 액자, 생활용품 등 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바다 다큐멘터리도 시청할 수 있다.

 46년간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박한호씨는 수집품들을 판매했다면 큰 돈을 벌었을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책에서도 보기 힘든 해양생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랬고, 자신의 고향 서생에 전시관을 건립하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울산의 청소년들이 책에서 볼 수 없던 해양생물을 보고 해양학자로의 꿈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울산의 관광명소 간절곶에 위치한 이 체험관을 방문한 울산의 청소년들 중에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해양학자가 탄생하는 것을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체험관은 오는 17일 정식 개관한다. ☎052-239-6709. 글=이보람기자 usybr@  사진=유은경기자 us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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