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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초의 선조가 만든 세계 최고의 작품.
 바로 높이 4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 도화지에 최고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이다.
 암각화에는 우리 선사시대의 선조들이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의 모습 등 생활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고, 사냥감이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놓은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의 각종 동물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선과 점을 이용한 그림들은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해 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 최고의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알타미라동굴벽화나 프랑스의 라스코동굴벽화 등과 함께 세계 3대 벽화로서도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경주 전체의 문화역사와 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에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물에 잠겨있던 것이 1971년에 발견되었고, 이후 40여년 간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면서 문화적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검토자료'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기간이 매년 평균 151.1일에 이르고, 특히 2008년에는 무려 305일이나 잠겨 있었다. 이렇듯 365일 중 절반 이상 침수되어 있기에 그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또한 지난 2003년에는 모 대학 소재 연구소가 암석 강도를 조사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면을 해머로 189곳을 타격하고 연구를 하겠다며 5군데를 파괴해 암석을 강제적으로 떼어낸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김황식 총리를 비롯해 관계부처 장관, 국회의장 등이 현장을 다녀오면서 심각성을 인식했다. 이에 주무장관 주관 대책협의도 수차례 있었다.
 또한 암각화 보존방안을 두고 '보존을 위한 사연댐 운영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대체수원의 우선적 확보'를 주장하는 울산시 간의 갈등이 지속되어 왔으나, 총리실 중재를 통한 조율로 지난 3월 큰 틀에는 합의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두고 여전히 관계 기관 간 이견을 보이고 있고, 특히 맑은 물 공급사업의 표류로 아직까지 시원한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14일,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에 대해 '끝장(?)'을 보려고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수자원공사, 울산시, 정치권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도록 했었다.
 처음으로 관계기관 모두가 모여 대토론을 펼친 것 자체가 큰 의미였으며, 예산확보문제만큼은 차질 없이 해결하겠다는 성과도 이뤄냈다.
 그리고 암각화와 관련해, 모두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사안이 아니며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한 만큼, 다시 모이기로 약속한 8월에는 매듭을 지어내는데 노력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울산시가 안정적으로 식수원을 확보할 수 있게끔 모든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 시급하다는 논리로 정부를 설득시켜가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세계 최고의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1분 1초가 아쉬운 이때에, 서로의 입장차로 논쟁하면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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