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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의 발현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가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야만을 온몸에 두른 왜구의 노략질은 한반도 남쪽 해안에서 사라질 날이 없었다. 조선왕록실록을 보면 태조~세종시대 60년간 184회의 왜구의 침입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계해조약이 체결된 이듬해인 1444년 이후로는 왜구의 침입이 한 차례도 없었다. 바로 이 시기에 왜구를 잠재운 인물이 울산의 이예 선생이다. 이예 선생이 왜구의 침입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대일 외교에 있어 원칙과 강경책을 앞세우고 때로는 회유책을 동원했던 외교술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라질 육두문자부터 먼저 터져 나오지만 시정잡배의 분탕질 따위로 넘길 일이 아니다보니 깊은 숨 한번 내쉬고 생각해 보는 게 맞지 싶다. 지금 일본의 정치상황은 비상시국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참사까지 이어지면서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간 나오토 정권의 현실이지만 간 총리는 물러날 뜻이 없는 모양이다. 이 틈을 비집고 재집권 음모를 꾸미는 무리가 바로 자민당의 극우인사들이다. 극우세력이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툭' 건드려도 별로 손해 볼 게 없는 얌전한 이웃이기에 또다시 독도를 그들의 놀음판에 올려놓았다.

 이미 독도문제는 일본의 계산서대로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세계는 진실이나 사실 따위와 상관없이 두 나라 사이의 작은 섬을 놓고 벌이는 '내꺼다' 입씨름을 즐기고 있다. 이쪽과 만나면 그래 당신꺼다고 웃어주고 저쪽과 만나면 맞다 알고 보니 당신 쪽이 옳다고 악수하면 그뿐이다. 그런 형국이니 망나니 같은 일본의 정치인 세 명이 김포공항에서 벌인 9시간의 퍼포먼스는 효과가 만점이다. 오지 말라는데, 와도 곧바로 가야할 것을 알지만 한국산 김이라도 챙겨가려는 세 명의 망나니는 적어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입국쇼가 일본인들에게 보이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쇼를 통해 우익세력의 결집을 꾀한다면 일석이조라는 얄팍함까지 깔려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근성이 바로 '왜놈근성'이고 일본의 본성이다. 한자로 왜(倭)는 종족을 뜻하는데 작고 왜소한 종족을 칭하는 비천한 용어가 그 기원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그 출발이 해안가의 비천한 노략질 무리였기에 강한지 앞에서는 끝없이 무릎을 조아리고 약자에게는 무자비하고 악랄한 만행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이 유전인자로 흐르는 민족이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이나다 도모미,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 이번 입국쇼의 주인공이다. 울릉도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 외치고 싶다는 이들 방문단의 좌장 격인 신도는 지방공무원 출신 중의원 4선으로 자민당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위원장 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군을 상대로 '옥쇄작전'을 펼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 육군 대장의 외손자로 기회만 있으면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할 만큼 했다"고 외치는 인물이다. 자민당 보도국장을 맡을 만큼 언론 플레이에도 능한 그는 한국 방문에 동행할 일본 취재진을 기자회견장에서 모집하기도 했다. 입국을 거부당하는 모습을 언론에 최대한 노출시켜 외교 문제로 부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벼밭 근처에서 아비와 어미가 생산한 딸이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나다는 "난징(南京) 대학살은 허구"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는 논리나 이성이 마비된 전형적인 극우파다. 이들 을 하나로 엮는 고리는 바로 일본회의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조직은 일본의 지하 극우 사령탑이다. 전국 47개 도도부현마다 본부를 설치하고 무려 3300개의 기초지자체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들의 한국방문을 놓고 우리는 극명하게 여론이 갈렸다. 한쪽은 철저하게 봉쇄하자는 강경론이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화끈하게 보여주자는 여론도 있었다. 보여주자는 개방형 외교는 얼핏 '통 큰 외교술'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통 크게 보여준다고 왜놈이 통 큰 대한민국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언제나 '조용한 외교'를 내세운 보여주자는 식은 이제 일본정치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조용했던 독도대응의 결과는 결국 일본이 지난 3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시한 방위백서를 발간하는 대담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만하게 보이니 슬쩍 찔러보다 통째로 삼킬 요량이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과거사 때문이 아니라 자칫하다가는 통째로 삼킬 수 있기에 왜놈근성에 대못을 박아야 한다. 적어도 이성을 가진 인사들이 일본 정치판에 존재한다는 믿음이 통할 때 조용한 외교도 약발이 있는 법이다. 지금 재집권을 노리는 자민당이나 이종사촌격인 간 나오토 정권 모두가 이성적 통찰력은 쓰나미에 잃은 상황이다. 이성을 잃었으니 니꺼내꺼의 구분은 고사하고 외교적 관례나 절차 따위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육두문자를 부채 뒤에 숨기고 점잖게 헛기침을 한다면 그건 통 큰 게 아니라 한참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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