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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계령의 '설계탕'

기운빠지고 입맛잃는 여름철
위장·간 보호하는 최고의 보양식

겨울에 먹어도 제맛 '설계탕'
의성마늘 넣은 33년 전통 '옻닭'
영양만점 메뉴에 담백함이 매력

올해 삼복 중 마지막 복날, 말복(8월13일)이 다가왔습니다. 사실 복날 되면 으레 삼계탕을 찾지만 타고난 맛집도 특별히 맛없는 집도 찾기 힘들죠.

    그래도 소문난 삼산동의 삼계탕집을 찾자니 북적이는 인파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안 먹고 넘어가자니 왠지 허전하기만 합니다. 초복, 중복에 챙겨먹은 삼계탕 탓에 흔한 삼계탕 말고 좀 다른 보양식은 없을까 눈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쩍 무더운 요즘, 울산의 '색다른 삼계탕'을 찾아 떠나볼까요?

#이열치열의 묘미, 삼계탕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는 절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는 가장 무더운 여름에 해당돼 몹시 더운 날씨를 가리켜 '삼복더위'라 하지요.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이 기간 우리네 조상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 찜질을 하며 더위를 물리쳤습니다. 또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개장국, 삼계탕 팥죽 등의 보양식을 먹었지요.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합니다.

 삼계탕은 계삼탕(鷄蔘湯)이라고도 하는데, 닭에 찹쌀·마늘·대추 등을 넣고 끓여내는 탕입니다. 여름철 식욕이 떨어지고 만성피로 등 여름을 타는 증세가 나타나거나,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빠지고 입맛을 잃기 쉬울 때 먹으면 보신효과가 매우 높은 우리네 전통음식 입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굳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탕류의 음식을 먹으려는 이유는 뭘까요? 여름철에는 바깥의 상승된 기온때문에 체온도 함께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 근처는 다른 계절보다 20~30%의 많은 혈액이 모입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내 위장과 근육의 혈액순환은 잘 되지 않게 되고, 체온이 피부로만 몰려 상대적으로 체내 온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네 조상들은 여름에 오히려 따뜻한 음식으로 위장과 간을 보호해준거죠.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여름속 겨울 전하는 '설계탕'-삼계령

 

 

   
▲ 삼계령의 '옻계'

 '설계(雪鷄)탕'이라고 들어는 보셨나요? 삼계탕이랑 이름이 비슷한 걸 보면 뭔가 닭으로 만든 보양식인 것 같은데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계탕을 파는 곳은 바로 남구 삼산동의 '삼계령(參鷄嶺)'입니다. 어딘지 모르겠다구요? 쉽게 알려드릴 방법이 있지요. 바로 예전에 보스 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입니다. 레스토랑 건물에 삼계탕이라….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지만 직접 가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 얘기는 뒤로 미뤄두고 일단 설계탕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설계탕은 구운 삼계탕입니다. 엥? 삼계탕을 구워? 굽는 치킨은 들어봤어도 굽는 삼계탕이라니. 하지만 궁금하니 일단 도전해봅니다.
 식탁 위로 설계탕이 놓여집니다. 노릇노릇 기름기가 쪽 빠지게 구워진 닭 주위로 하얀 은이버섯이 소복소복. 마치 눈처럼 감싸고 있네요. 닭 위에 얹어진 노란 천연 삼산배양근도 눈 앞의 설계에 운치를 더합니다. '아! 이래서 설계탕이구나' 음식이 나온 순간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김문환 지배인의 "겨울에 먹는 삼계탕이란 의미도 있고, 구운 삼계 주위로 하얀 은이버섯이 눈처럼 감싸고 있어 설계탕이라고 부른다"는 친절한 설명도 더해집니다.

 이름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됐지만 아직 맛의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먹는 동안 닭이 식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온도가 유지되는 설계탕 전용기도 신기합니다. 설계탕에 따라 나온 육수를 자작하게 두르자 설계탕은 한층 촉촉하고 부드러워집니다. 담백한 맛이 입안을 감도네요. 양귀비가 먹었다는 은이버섯도 오돌오돌 특유의 식감이 즐겁습니다. 이 순간 양귀비도 부럽지 않습니다. 구워서 터벅할 것 같다구요? 다리살만 구워 담백함만 남겼습니다. 스테미너에 으뜸인 천연 산삼배양근과 표고버섯보다 비타민이 20배나 많다는 은이버섯에 기름기 쪽 뺀 닭까지. 올 여름 마지막 복날 설계탕 어떨까요? 설계탕 2인 기준 3만8,000원.

 아차차, 레스토랑이 삼계탕 집으로 변신한 이유 알려드려야죠. 사실 보스 레스토랑 김수아 사장의 본가가 70년 가까이 대대로 함양에서 옻닭을 해온 집입니다. 확실한 비법이 있으니 뒤돌아보지 않고 변신을 한거죠. 레스토랑 분위기에서 즐기는 삼계탕은 또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삼계령에서는 삼계, 옻계, 설계 딱 세 종류만 취급합니다. 가게 이름이 삼계령인 이유입니다. ☎(052)266-6617.
 
#제대로된 '옻닭' 즐기려면 - 왕궁삼계탕

 

 

   
▲ 왕궁삼계탕의 '옻닭' 

요즘은 옻이 오르지 않는다는 옻닭을 파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집 옻닭은 옻이 오릅니다. 진짜 옻을 쓰거든요. 어디냐구요?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구 전하동 '왕궁삼계탕'입니다.

 

 

    들어서마자 보이는 것은 가게 한 켠을 채운 옻나무 입니다. 건물도 가게 안 식탁도 의자도, 탁자도 모두 가게와 같은 역사를 지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외할머니댁을 찾은 느낌도 듭니다.
 옻닭을 주문하자 "우리 집은 옻이 오르는데…"라며 옻이 오르는 체질인지 묻습니다. "요즘은 옻 안오르게 뭘 어떻게 한다던데, 난 그런거 몰라요"

 저만 특별히 옻이 끓여지는 솥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24시간 우려내다보니 솥도 옻물이 들었습니다. 옻물이 모여있으니 갈색을 지나쳐 검게 보일 정도네요. 구경하는 제 옆에서 사장님은 "쪼개고, 씻어서, 24시간 은근한 불에 삶고 하는게 일이 많긴 한데 그래도 옛날 사람들이 하던 방식이 왠지 믿음이 가잖아"라고 말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마늘도 의성마늘 아니면 남해마늘을 사용한다네요. 마늘에 따라 삼계탕의 맛도 달라지기 때문이랍니다. 의성마늘은 다른 마늘에 비해 매운 맛과 향이 더 짙어 삼계탕의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기다리던 '진짜' 옻닭이 나왔습니다. 깍뚜기에 김치, 풋고추 단촐하지만 30년 먹은 탁자 위에 놓여지니 소박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갈색빛이 도는 닭을 보니 군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일단 국물부터 후루룩 먹어봅니다. 담백하면서 깊은 맛이 입안을 감돕니다. 이제 그냥 삼계탕은 싱거워 못 먹을 것 같네요. 옻이 오르는 분들은 엄나무삼계탕(1만원)을 드시면 됩니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에 찾았기에 이런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추억거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현대중공업 다니던 어떤 사람이 강원도 아가씨랑 연애해 상견례를 왕궁삼계탕에서 했는데 그 아들 상견례를 얼마 전 다시 여기서 했다는 얘기, 국민학교 졸업식 때 삼계탕을 먹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 그 맛이 생각나 왔다는 손님 얘기.

 음식에만 집중하는 것이 왕궁삼계탕을 찾아준 손님들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이자 친절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장님은 이 때문에 불친절하다고 소문났다며 웃습니다. 어느새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기운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옻닭 1만3,000원. ☎(052)251-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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