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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서가밀면 '물밀면'


요즘같이 더울때 여러분들은 어떤 음식이 생각납니까?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냉면 훌훌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실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냉면이 질리신다고요. 이럴때 '밀면' 한그릇은 어떠세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울산의 밀면 집들을 찾아가 보세요. 냉면과 또다른 밀면만의 '시원함'이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구어 줄 것입니다.


한국전쟁 시절 피난민 허기 채워
부산·진주 등 경남지방 먼저 정착
밀가루로 만든 면발·육수 맛 일품



밀면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6.25 때 부산이나 경남지역으로 피난 온 이북사람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이 그리워 미군이 주는 구호품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두번째로는 함흥 출신의 모녀가 부산에서 냉면집을 열면서 밀면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는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고, 메밀로 만든 냉면 면발이 부산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자 밀가루로 대신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번째는 진주 밀국수 냉면에서 유래됐다는 설입니다. 예전부터 진주에는 멸치로 국물을 낸 밀국수 냉면이 있었는데 1925년 경남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의 밀국수 냉면이 부산을 비롯해 인근 경남지방으로 퍼지며 밀면으로 정착됐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밀면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됐는지도 모릅니다. 유래야 어찌됐건 밀면이 우리와 친숙한 음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밀면은 기본적으로 물밀면과 비빔밀면, 잔치밀면(따뜻한 밀면)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얼음과 함께 시원한 물밀면 한그릇 먹으면 좋고, 또 매콤한 비빔밀면에 육수를 마셔도 잘 어울립니다.
 앞서 밀면 유래에서도 살펴봤듯이 밀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산이지만, 울산에서도 3대째 '70년 밀면 외길'을 고집하며 꾸준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 3대서가밀면.

 바로 남구 보람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3대 서가밀면'입니다. 실제 이곳 가계의 사장님이 '서'씨라 가계이름도 서가밀면입니다. 직접 밀면을 조리하는 서이수(55)사장은 밀면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서가밀면을 소개하자면 6.25전쟁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 사장의 어머니인 오분연 여사가 피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자 서가밀면을 차리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김해에서 처음 가계문을 열었는데 30년동안 특별한 직원없이 밀면 한가지 음식에만 매달린 결과, 깔끔하고 깊은맛의 육수와 양념을 개발했습니다.

 


 이어 지금의 서 사장이 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고 가업을 이어갔으며, 약 2년전에 김해를 떠나 울산에서 가계를 새로이 단장했습니다.
 실제로 서 사장의 집안은 친인척들이 모두 밀면 사업에 매달리고 있어 소위 '가족형'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 사장은 "제 동생도 김해에서 여전히 본점을 운영하고 있고, 친척들이 모두 가업을 물려받아 총 4곳의 밀면지점이 있습니다. 이게 모두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죠"라고 웃습니다.
 때문에 서 사장은 "제가 직접 밀면 육수부터 식재료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어 밀면 하나만큼은 어느 가계와 비교해도 자신이 있습니다"고 밀면부터 내밉니다.


 역시 음식은 말보다는 맛입니다. 일단 김이 모락모락 따끈한 육수부터 맛을 보았습니다. 밀면이나 냉면이나 먼저 입맛을 돋궈주는 육수야말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음식입니다. 한모금 맛보니 진하고 고소하다는 느낌입니다.
 주방안을 살펴보니 커다란 솥에 이집 밀면의 비법인 육수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닭발이니 닭대가리니 이런 잡것을 쓰지 않고 순수 한우 소머리를 36시간이상 삶아 고아냈다고 합니다.
 자 이제는 밀면 차례입니다. 역시 여름하면 뭐니뭐니해도 살얼음이 들어있는 물밀면입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밀면은 맛이 아닌 소리로 먹는다고. 살얼음과 쫄깃한 밀면이 부딪쳐 만드는 '삭삭' 비비는 소리가 침이 절로 나오게끔 만듭니다.


 먼저 밀면 그릇을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진하고 깊은 맛입니다. 이와 더불어 이집의 자랑거리인 매운갈비찜도 맛보았습니다. 이 매운 갈비찜은 서 사장의 아들이 직접 양념을 발라 만듭니다. 이 양념 또한 밀면과 잘 어울리게 하기 위해 수년간 고심끝에 개발한 특제 소스에 그 비밀이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이집에는 겨울철에 특히나 인기가 있는 황태요리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국물맛이 개운한 황태탕을 비롯해 황태구이, 황태해장국, 황태찜, 황태전골 등 그 메뉴가 다양한데, 이는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직접 공수해온 황태만 사용하고 있어 손님들이 즐겨찾는 별미입니다.

 

 

   
▲ 동래밀면.

 밀면하면 역시나 부산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 부산의 인기있는 밀면을 울산에서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삼산동 남구보건소 앞에 위치한 '춘하추동 동래밀면'입니다.
 사장님이 십수년간 부산에서 소문난 밀면집의 주방장으로 근무해 직접 밀면을 손수 만드는 등 입소문이 널리 퍼져 점심시간때는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울산의 대표적인 밀면집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5년 8월부터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한 동래밀면의 최덕수(38) 사장은 여타 음식점 사장들과 비교해 다소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식만큼은 고리타분하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그만큼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자 이제는 맛을 볼 차례. 동래밀면도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주 메뉴로 하고 있지만, 여름철에 인기가 높은 물밀면을 맛보았습니다. 우선 국물의 첫 맛은 상당히 개운하고 깔끔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서가밀면의 국물과는 또다른 '시원한' 맛입니다. 비법은 하루동안 펄펄끓은 솥에서 우려낸 사골국물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타 밀면보다 다소 쫀득한 면발이 식감을 높입니다.
 최 사장은 "어린애들부터 어른, 노약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가계를 찾습니다"며 "이에 소화도 빠르고 음식을 먹기에 편한 면발을 생각해냈습니다"고 말합니다.


 '한번 등을 돌린 손님은 다시 찾지 않는다'는 동래밀면만의 철학처럼, 최 사장은 가족과 함께 오는 아이들에게도 작은 접시에 밀면을 무료로 제공해 나름의 서비스 질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는 대성공. 이제는 이 주위에서 동래밀면집을 모르는 주민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음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준 손님들에게도 최고의 서비스와 친절을 보이는 사장님 때문인지 이 집 밀면은 음식이 아닌 정성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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