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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울주군 두서면 활천리 북서쪽 골짜기를 재앤골이라 하는데, 이곳에 고려 때의 동도 명기(名妓) 전화앵(轉花鶯)의 묘가 있어'전화앵=재앤=쟁골'이 되기에 그렇게 부르고 있다. 전화앵묘가 있는 두서면 활천리 일반산업단지 내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매년 많은 추모객들이 모여 그녀를 기리는 전화앵제를 열고 있다.
 전화앵에 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경주부 고적조 열박령편에 소개되어있는데, 열박령은 경주부의 남쪽 30리에 있는데 동도명기 전화앵이 묻힌 곳이다. 전화앵은 신라가 망한 후 고향인 활천리에 살다가 열박산(백운산)에서 수도하였던 신라 명장 김유신 장군을 따라 열박령에 묻힌 사람이다. 고려 명종 때 한림학사 김극기가 우연히 그녀의 무덤을 지나다가 문득 애절한 마음이 들어 붓을 들었다.

 '옥 같은 용모의 그대 혼을 재촉해 세상을 등지다니/헛되이 하늘가의 바위벽만 보이네/신녀(神女)가 비를 모아 무협(巫峽)에 뿌리는데/고운 님 모습은 낙천(洛川)에서 끊겼도다/운학무를 춤추던 소매 땅에 끌리고/월투가를 부르며 흔들던 부채 하늘에 닿았구나/지나는 나그네는 몇 번이나 마음 아파하여/수건 가득히 붉은 눈물 적시는 구나' 라 회상하였다.
 아무 관계없는 과객인 그가 이처럼 그녀의 넋을 슬퍼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전화앵은 신라의 천년영화가 사라진 뒤 그녀를 아는 고려의 관리들이 송도로 데려가고자 애를 썼으나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고향을 지키며 이후로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충절과 절개를 지키며 죽어간 전화앵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즐겨 찾던 활천리 열박령에 묻어주었고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진혼곡을 드리고 있는 것이다. 신라 말의 기녀 전화앵은 이처럼 국가의 비운을 맛 본 여성이었다.

 전화앵제는 처음에 울산학춤보존회에서 시작하였고 이제는 지역문화의 유지 및 계승차원에서 독특한 지역축제로 나아가고 있다. 조선조 최고의 명기였던 황진이와 통일신라왕조의 최고의 명기 전화앵. 황진이는 세상의 주목을 받고 일찌감치 화려하게 되살아났으나 전화앵은 아직까지 활천의 야트막한 언덕에 이름 없이 묻혀 있다.
 전화앵의 무보(舞譜)를 발굴해내어 한번 그 춤을 부활시켜보고 싶다. 과연 어떤 춤사위였을까. 땅에 끌리는 옷소매와 노래를 부르며 부채도 흔들었다는 대목에서는 스페인의 플라멩코 춤이 연상된다. 플라멩코 춤은 붉고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춤사위, 라틴풍의 경쾌한 음악이 가미되어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지난 60~70년대에 김세레나라는 민요가수가 있었다. 그녀는 전통 민요의 가락과 정서를 서양 음악에 접목시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로 발전 시켜온 국악계의 반항아였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 민족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전통 악기나 관현악 반주로 고전무용으로 춤추며 노래할 때면 온 국민이 열광했는데 그녀만의 이런 특유한 민요풍의 곡은 세계에서도 통했다. 어느 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공연을 일본 NHK 방송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화앵의 무보를 새로 만들 바에는 새롭게 창의력을 발휘하여 한복의상과 노래에다 작은북, 장고, 피리 등을 이용하여 현대적인 강한 비트를 가미하고 리듬감각을 살려 경쾌하고 역동적인 춤으로 만들면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시나 군 등 관계당국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 전화앵의 노래와 춤이 플라멩코를 능가하고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K-POP처럼 전 세계의 젊은이들까지도 열광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은 창의성으로 연결되고 창작된다. 우리는 역사서에 한 두 줄 기록으로 대장금이나 왕의 남자를 창조해내어 세상을 즐겁게 만들었고 지금도 드라마 광개토태왕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정말 놀랍다. 스토리와 공감하는 메시지, 재미, 감동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문화컨텐츠가 된다.
 전화앵은 정체성과 역사성을 갖춘 만능엔터테이너로서 고소하고 진한 맛이 우러나는 우리만의 컨텐츠다. 더욱이 전화앵은 가공의 인물이 아니다. 나비부인 이상의 대중성과 재미와 감동을 유발하는 근사한 창조물이 될 수 있다. 춤과 노래와 미인의 고장 울산에서 전화앵은 울산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자산이다. 음악계, 무용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멋진 전화앵의 컨텐츠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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