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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술년도 12월의 달력을 펴면서 이미 다 갔음을 알린다. 참 하고 싶었던 말들도 많았던 2006년이지만 우주의 운행과 세월의 흐름은 복잡한 인간사와 무관하게 흘러 한해를 마감하는 태양은 서산으로 기울어간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사회적으로도 어수선하여 중심잡기가 참말로 어려웠던 지난 몇 년간이었음을 감안할 때 한해가 가는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되어지는 게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조금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면 바로 정치의 장이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한 시대를 구가했던 옛 사람들이 수면에서 깨어난 듯 일제히 TV에 등장함으로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더욱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부류들이 한자리에 휩쓸리고 평생 좋아서 손 놓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어느 날 낭떠러지위에서 구원의 손길을 비정하게 놓아버리는 모습 역시 정치계절의 한 단면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순방을 하루 앞두고 밤새워가며 작성한 장문의 편지내용이 화제 거리로 등장하여 연일 시시비비하는 모습이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걱정된다. 어제는 죽어도 같이 죽자던 한솥밥 먹던 사람들끼리 오늘 갑자기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해대고 나만이 정통성이 있는 듯 운운하는 것이 권력무상과 인생무상의 전면임을 느낄 때 마음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더러는 호남맹주, 영남맹주라 하여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에 자신은 지역의 이익을 한껏 받으면서도 남에게는 지역주의는 안 된다는 위선적 타파 일로가 대세를 이루며,  현실과 정서적으로도 엇박자임이 확연한데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비정서적인 지방에 가서 연일 공들이는 모습이 구차해 보인다. 불구대천도 개의치 않고 손잡으면서 이익만 있다면 그것을 위해 흩어지고 모이는 게 정설인양 또 다른 정당의 생성은 역시 또 하나의 정당파괴를 예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당사가 암울하기만 하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십년은 고사하고 5년도 못가는 정당의 탄생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작금의 시시비비의 문제 역시 낳아준 자신의 어미를 잡아먹는 거미와도 같은 이치로 보여 서글프다. 정치사가 날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듯 전혀 진화하지 못하고 거기에 연루한 정치의 걸음 또한 본인 당사자들만 바쁘지 백성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걱정 말고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다.
 북한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을 보유함과 동시 핵보유국임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우쭐거리면서 우리를 깔보고 있는 데도 우리는 제대로 대응조차도 못하고 있으니 안과 밖의 문제를 생각하면 자존심 상하고 어지러울 뿐이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북한 핵이 오히려 자위적 수단이라는 궤변으로 위협이 아니라, 선군정치에 의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다는 몽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또한 핵에 대한 중대한 의논마저도 우리나라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한 것 자체가 수치임을 알아야하는데 오히려 민족만을 앞세운 얼치기 민족주의자들 때문에 정작 나라가 휘청거림에도 불구하고 자기편 일부와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없다 하였고 그래서 나라가 이 모양이라 하는데 있어서는 유구무언이다. 
 손자가 말하기를 유능한 장수의 용병술은 예컨대 상산에 서식하는 솔연이라는 큰 뱀의 몸놀림과 같아야한다. 머리를 치면 꼬리가 날아오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벼든다. 또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한꺼번에 덤벼든다. 이처럼 세력을 합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세력을 합치기위해서는 예로부터 적대시해오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한배를 타고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폭풍우가 몰아쳐 왔을 때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불문가지다. 이러함에도 우리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국들을 스스로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배마저 모조리 파괴함으로서 강을 건널 배조차도 없으며 이는 우리와 상생할 나라도 없는 고립무원의 현실이 되었음을 통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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