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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벤 것은
적의 목이 아니다
 
햇빛 속에도 피가 있어
해 속의 피를 잘라내어
하늘과 땅 사이
황산벌 위에 물들이고
 
스러져가는 하루의 목숨을
꽃수 놓듯 그려 놓았으니
 
일몰아였으되
그 하늘 언제나
꽃수의 꽃물로 가득하여 밝은데
이를 어찌 칼이라 하랴

 

■ 시작노트
사람이 할 수 있는 수 많은 일 중에서 시 쓰는 일이 상위 몇 번째에는 놓이는 일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것도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주옥편을 지을 수 있을 때에만 해당되는 일일 터이다. 어려운 시대에 내 깜냥의 눈으로 본 세상, 삶의 모습을 누군가는 보아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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