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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부양책은 시장의 실망만 불러일으켜 글로벌 이중침체(더블딥)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일부 은행에서 예금 대량인출(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중국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간밤 유럽과 미국 증시가 3% 넘게 급락했다. 하나같이 한국 증시의 하락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우려는 적중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장 마감 때까지 속절없이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 8개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키웠고, 결국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 떨어진 1697.44로 마감했다.
 이에 앞서 얼마전 S&P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을 연출한 적이 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에서 촉발된 투매행위가 단시간에 지수를 급격히 하락시킨 것이다. 이러한 순간적인 주가폭락은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악화시켜 하락폭을 훨씬 더 키우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주식시장에는 이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다.
 첫 번째는 써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써킷 브레이커는 집집마다 달려있는 전기회로 차단장치, 일명 '두꺼비 집'을 말하며 배전반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순간적으로 전기를 차단함으로써 화재를 막는 역할을 한다.
 주식시장의 써킷 브레이커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KOSPI 지수 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대비 10%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의 모든 주식 거래를 30분간 정지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이드 카(Side Car)다. 과속차량을 단속하는 경찰 오토바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선물가격이 전일대비 5%이상(코스닥의 경우 6%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여 1분간 지속될 경우 사이드 카가 발동되어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시장 마감 40분전 이후에는 발동할 수 없으며 1일 1회에 한함).

 여기서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시장의 가격변화가 현물시장에 영향을 주는 매개가 되는 거래로 보면 된다. 보통 비슷하게 움직이는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이 만기 전에는 이론가격 이상의 차이를 보일 때가 있는데 이 격차를 이용하여 컴퓨터에 프로그램 된 투자전략대로 일정 차익이 발생할 경우 무위험 차익거래를 일으키는 것이다.
 가령 선물가격이 이론가보다 고평가된 경우 선물을 매도하고 동시에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하는 것을 매수차익거래라 하며, 선물가격이 이론가보다 저평가된 경우 선물을 매수하고 동시에 고평가된 현물을 매도할 경우 매도차익거래라 한다.
 따라서 선물가격의 급변으로 프로그램 매매가 일어나면 동시에 현물시장에도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며, 이를 잠시나마 막아주는 것이 사이드카의 역할이다.

 한편, 정부가 나서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공매도란 쉽게 말하면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한다. 하락 장세가 이어질 경우 우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차후에 저가로 매수한 주식으로 되갚으면 그 만큼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매도는 다시 주가 하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므로 폭락 장세를 막기 위해서 정부 당국이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이번 주가 폭락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바로 이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주식시장 폭락으로 지난 8.8일과 9일에는 써킷 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하였고, 10일부터는 정부의 공매도 조치까지 내려졌으니 시장이 얼마나 패닉에 빠져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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