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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풀까요? 말까요?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다섯 달이 되도록 이삿짐을 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울주군 상북면 명촌리 소나무의 탄식 섞인 외침의 소리다.

 300여 년 동안 집안의 13기 묘소를 지키던 굽은 소나무의 이삿짐을 풀지 못하고 있는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 17일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 묘소 옆에 서 있는 굵은 소나무가 자꾸 가지가 마르고 해서 걱정하던 종손이 조경업자에게 3천 만 원을 받고 나무를 팔았다. 이에 나무 이식을 위해 뿌리부분이 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을 했다. 그리고 들다가 줄기가 다칠까 보호대도 설치했다. 그리고 크레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로도 100여m를 개설했다. 크레인으로 들어올리기 위한 넓은 줄도 묶었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얇은 노끈들도 여러 가닥을 묶어놓았다. 소나무는 당초 마른 가지들을 모두 제거하고 나니 명품의 소나무처럼 보였다.

 당일 크레인과 트럭이 도착을 해서 옮기려고 하는 순간, 또 다른 조경업자가 나타나서 종손의 사촌동생으로부터 소나무를 사기로 하고 계약금과 일부금액을 지불했다고 하면서 소나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울주군에서는 진입로 개설구간이 사업구역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허가취소 및 원상복구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당초 옮기려 했던 업체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행정소송은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이 소나무는 소유권 분쟁으로 인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1억원짜리 소나무'로 알려지면서 전국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비싸다고 알려지면서 나무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소유권에 대한 다툼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도 서로간의 합의가 있기만을 기다릴뿐 결판의 기미는 묘연하다.

 분쟁이 생긴 이후에 소나무는 뿌리부분에 약간의 흙을 덮었다. 수돗물용 고무호수로 물을 공급받기는 하고 있다. 갈증이 심할 때 1회용 종이컵으로 물 받아먹는 정도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래서인지 소나무 가지 몇 군데는 누렇게 마르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섯 달 가까이 뿌리부분을 동여매고 있어 양분을 못 받아 들여서 그런지 잎의 생기도 점차 기운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진입로 부분에 있던 수령 40년생 이상으로 추정되는 곰솔 9그루다. 이 나무들은 뿌리가 뽑힌 채 도로위쪽에 가로로 누워 있다. 풀밭에 뽑아 버려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수분공급이 전혀 되지 않다보니 잎의 대부분이 쳐지고 마르고 있다. 뿌리도 마른 지 오래됐다. 잎이 붙은 채로 마르는 것은 수분이 증발하는 만큼 물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다보니 잎을 떨어뜨리지도 못한 채로 마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생불능의 상태임을 말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을 더 끌면 둘레 230cm의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굽은 소나무도 회생불능의 상태에 이를 수밖에 없음이 현실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큰돈을 투자해 놓고 무조건적으로 양보와 타협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나무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은 지역의 생명자원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허가취소, 원상복구명령만 내렸다고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공재로써 역할을 해야 할 명품소나무를 우선 살리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분쟁해결과는 관계없이 대집행을 통해 원상복구를 하고 발근촉진과 배수와 영양공급을 통해 나무를 원상회복시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 후에 소유권에 대한 조정자 역할을 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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