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진지한 눈빛과 차분한 말투를 가진 장혁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펼치고 있다. 영화 <의뢰인>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최근 <뿌리깊은 나무>에서 겸사복 강채윤 역을 맡아 또 다른 자신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펼쳐보이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 만나면
긴장되고 호기심 생겨
다양한 경험 해보고파

진지한 눈빛과 차분한 말투를 지닌 배우 장혁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울산사람들에게 '장혁'은 인기 드라마 <추노>나 영화 <의뢰인>에서 멋드러진 연기를 펼친 배우로 먼 존재지만, 장혁에게 울산은 가깝다. 그에게 울산은 푸근하고 정감이 넘치는 '시골 할머니집'이다. 울산에 할머니와 고모 등 가까운 친인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장혁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지키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 결례인줄 알지만 장혁을 만나 최근 개봉한 영화와 방영 중인 드라마, 그가 생각하는 배우에 대해 들어봤다.

#친척들 대다수가 울산에 살아 자주 놀러와

"울산은 제게 고향같이 정겨운 곳입니다"
 그의 프로필이나 필모그래피에서 '울산'이라는 단어는 찾기 힘들다. 울산 근처 부산 출신이라는 것이 전부다. 그의 울산이 정겨운 곳이라는 답변이 의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울산에 사셨고, 고모 등 친척들 대다수가 울산에 살아요. 어렸을 적부터 많이 놀러왔죠. 또 8년전 울산대공원에서 있었던 커플마라톤대회에 사인회차 참석하기도 했고요"

#정적인 내면연기 영역 넓히는데 많은 도움

장혁은 1997년 드라마 <모델>로 데뷔했다. 군 생활을 한 2년의 시간을 빼고 단 한 번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30여편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 큰 인기를 끌었던 <추노>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마이더스>, 하반기에는 영화 <의뢰인>과 SBS 수목 미니시리즈 <뿌리깊은 나무>로 종횡무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먼저 영화 <의뢰인> 얘기를 꺼냈다. <의뢰인>은 국내 최초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채택해 일주일 만에 100만관객을 동원, 흥행 중이다. 장혁은 이번 '의뢰인'서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려 법정에 서는 피고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눈빛, 말투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다. 관객들은 그런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야구에 비교하자면 그 전까지는 투수의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포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엔 액션을 던졌다면 이번엔 리액션 하는 연기였어요. 정적으로 모든 것을 내면에 담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텁텁한 느낌이랄까? 증언할 때 순간적으로 증폭하는 것도 그렇고. 저에게는 새로운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저의 영역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국제에미상 후보 "이미 상탄 기분"

 장혁은 <추노>로 내달 21일 뉴욕에서 열리는 2011 국제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장혁은 영국배우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을 비롯한 유명 배우 세명과 함께 경쟁하게 됐다.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이미 상을 탄 기분이예요. 결과가 좋다면 좋겠지요. 세계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를 인정해줬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뿌리깊은 나무'강채윤 피로도 높은 캐릭터

장혁은 '추노'에서 조선시대 최하층 추노꾼 이대길 역을 맡았고,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을 죽이려는 복수심에 불타는 노비의 아들 강채윤 역을 소화한다. 같은 사극이지만 어떤 차이점을 뒀는지 물었다.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는거죠. 삶이 목적하는 바가 다르니까 표현도 자연스레 달라져요. '추노'의 이대길이 노비를 뒤쫓으면서도 한 여인에 대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라면 '뿌리깊은 나무'의 강채윤은 어제에 대한 노이로제로 내일을 살아가는, 복수 외에는 존재가치를 찾지 못하는 인물이죠.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은 캐릭터입니다"

 그가 20대때 보여줬던 연기와 지금 보여주는 연기는 사뭇 다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그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달라지듯 고르는 기준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20대 때는 단면적인 부분이나 트렌드, 스타일을 중시했다면 요즘은 사람에 대한 느낌을 더 생각해요. 어떤 사람인지, 이 사람의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더 보게됐죠. 그 다음은 캐릭터가 잘 놀 수 있는 환경(시나리오), 마지막으로 같이 만드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고 고릅니다"

#배우는 컨트롤러…자신의 매력 전달해야

작품에 나서는 배우의 자세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배우는 캐릭터 컨트롤러라고 생각해요. 그 캐릭터의 포지션, 인간관계, 성격 등을 역할에 대해 질문을 많이 던져보고 답을 구해내고, 거기에 독창적인 매력이 묻어나도록 하는 거죠. 어떻게 자신의 느낌을 잘 남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 묻자 그는 단박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답했다.

 "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아니예요. 여러 가지를 열어두고 해나가고 싶어요. 하나의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긴장되면서도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제가 연기하는 이유는 기록이 되고 새로운 경험과의 조우가 너무 재밌기 때문입니다"
 계속 성장하는 배우 장혁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