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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가르며
 기차 지나가는 소리, 영락없이
 비 쏟는 소리 같았는데
 
 또 어느 날은
 긴 어둠의 밤 깔고
 저벅대는 빗소리, 영락없이
 기차 들어오는 소리 같았는데
 
 그 밤기차에서도 당신은
 내리지 않으셨고
 
 그 밤비 속에서도 당신은
 쏟아지지 않으셨고
 
 뛰쳐나가 우두커니 섰던 정거장엔
 얼굴 익힌 바람만 쏴하였습니다
 
 다시 하얗게 칠해지곤 하는 날들
 맥없이 눈이 부시기도 하고
 우물우물 밥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시작노트*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세계>에서 오래 비춰준 '침묵하는 실체'를 내 안에 들이고자 애썼던 시간의 틈에서 비집고 나온 시다. 관계에 대한 '환멸'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모든 것은 다시 하얗게 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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