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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낮, 억새밭을 배경으로 가을 산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2011 임동창의 울주오디세이' 행사가 신불산 간월재에서 열렸다. 그 행사도 볼 겸해서 산행에 나서 해발 900m가량의 간월재에 올랐다.
 무대 부근의 데크에서는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하얀 억새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하늘에는 나래연도 날리는 것을 보면서 함께 온 사람들과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행사 오프닝 무대가 열리고 공연이 멋들어지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들 앞으로 요란스럽게 무대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날 노인의 날 행사에 내빈으로 참여했다가 특별히 승용차로 온 사람들이었다.

 아마 노인들 권하는 술잔을 뿌리치지 못해 흐트러진 모습도 보였다. 그 와중에 한 분이 "어디 여기 간월재 저 자리에 휴게소를 짓는다 말이냐?" 큰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함께 목격하게 되었다.
 마침 옆자리에 보인 관련 공무원께 한마디 하게 되었다. 휴게소 건립에 대해서는 그 때는 건물의 형태 등을 몰라서 언급을 피하고, 대신에 "여기에 큰 우체통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말을 건넸다. 그런데 대답이 "간절곶 우체통만큼 크게 만들어 산 위에 있는 초대형 우체통으로 기네스북에 올리려 한다"라 하였다.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억새풀 전망이 시작되는 간월재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위치와 형태의 휴게소 건립하려는 것을 보고, 또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대형우체통을 세우려는 계획을 듣고는 어이가 없어 나머지 행사 즐기기를 포기하고 하산해 버렸다.

 남창 외고산마을에서 다섯 번의 실패 끝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로 기네스북에 올린다고 하더니, 덩달아서 영남알프스 산마루에도 초대형 우체통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올리겠다는 전시행정을 돌아보니 기분이 심히 언짢았다.
 간절곶에 여기저기 즉흥적으로 건조물을 만들더니 지난해는 드라마 세트장도 만들었다. 그러나 복잡한 애정을 다룬 무대가 되어서인지 지금은 부자연스럽게 되어 새로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선암호수공원 테마쉼터 내에 1~2명이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사찰 '안민사', '호수교회'와 '성베드로 기도방'의 3대 미니종교시설을 지어 기네스북에 올리려고 협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참신한 발상이라 크게 칭송을 해주고 싶다.
 아주 작은 종교시설을 만들어 호수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휴식하면서 잠시 호젓하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있게 추진한 것은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큰 것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내용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관광명소도 인공적인 큰 시설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명소가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 누는 소년상'이 어디 커서 관광객이 찾는가?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은 어떤 사랑의 유래도 없는 단순한 절벽이지만 하이네의 시로 유명해져서 라인강의 명소가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도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한다는 전설로 유명해졌다. 북미 5대호 동쪽 끝에 위치한 천섬에 미국과 캐나다의 작은 두 섬을 연결한 작은 다리 국경선에 꽂힌 두 나라 국기는 오히려 섬과 다리가 작기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다.
 억새평원의 절경이 시작되고 영남알프스 둘레길의 포인트가 되는 간월재에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휴게소 건립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네스북 환상에 발목 잡혀 대형우체통 설치하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길 촉구하는 바이다. 간월재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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