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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을 두고 하는 가장 흔한 말이 "옛날에 우리가 자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로 시작하는 힐난이다. 그러면서 꼭 "버릇이 없다. 철이 없다"는 등의 말로 끝을 맺는다. 학교에서 특정 학생을 '왕따'시킨다는 등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 같은 말을 하기 십상이다. 또 학생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던가, 교사를 폭행했다는 등의 소식을 접하면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이들을 타매한다. 그런데 울산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장학회를 만들고 장학기금을 모아 1년 가까이 형편이 어려운 학우를 돕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6일 울산고등학교(교장 안태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학생회장 조민욱(3년.18)군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율 장학회인 '옹달샘'을 만들어 매월 기금을 모아 월 3∼4명씩 지금까지 모두 32명의 학생에게 30만원씩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장학회가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학생회장 조군이 올해 2월 학생회장 선거에서 이 장학회 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학생회장에 당선된 뒤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곧 바로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지만 꼭 필요하고 마르지 않는 장학회가 되자는 의미에서 옹달샘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장학회는 처음에는 학생들만 용돈을 쪼개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이 소식을 접한 교직원과 일부 학부모들이 장학기금 조성에 동참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지금은 학교의 큰 자랑거리가 됐다는 소식이다. 조군은 "우리 스스로 학우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학생자율 장학회인 '옹달샘'을 만들기로 했으며 학우들이 이 운동에 흔쾌히 응했다"며 "이 장학회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 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이모(18)군은 "학우들이 용돈을 쪼개 한 푼 두 푼 모은 정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봉사하고 친구들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장학회를 만들려고 생각한 학생들이나 이 장학회에서 마련한 장학금을 받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70~80년대, 학생들의 월사금(등록금)마저도 모든 가정이 부담스러워 할 때 제때 돈을 내지 못한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이나 교직원에게 당했던 수모와 서러움은 형언할 수 없었다.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하기 일쑤고, 심할 경우 수업을 받다가도 집으로 돈을 받아오라고 쫓겨 가기까지 했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40~50대들이기에 이번 학생들의 자율장학회는 우리를 더 없이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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