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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이마가 타이레놀 두 알을 삼킨다
 타이레놀 두 알이 성모 마리아다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리며 그가 오고 있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중년의 저녁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기형도를 읽다 말고
 그의 텅 빈 이마를 바라본다
 
 비닐하우스가 바람에 떨고 있다
 문풍지처럼 사진 속의 기형도가
 들판의 작은 집에서 떨고 있다
 사랑을 잃고 나는 무엇을 쓰리
 
 기형도를 닮은 그가
 괴로운 새벽을 차고 일어나
 밤을 새운 내게 인사를 한다
 이제 나는 잠들어야 한다
 시를 접고 책갈피를 접고
 우울한 기형도를 접고
 타이레놀 속 성모 마리아를 접고
 
 열쇠 구멍이 돌아가는 소리
 엘리베이터의 어깨를 끌어내리는 소리
 산다는 건 시를 쓴다는 건
 그와 나의 엇갈린 세계처럼 멀다

■ 시작노트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빚어지는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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