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에 발붙인 지 32년, 나는 이젠 어디를 가도 울산사람임을 자처한다. 50여년 전까지만해도 소도읍에 불과한 울산은 농산어업에만 의존하던 가난한 시골이었지만 그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100만명이 넘는 인구에 경제규모도 어마어마해지고 市勢도 엄청 커졌다. 시민들의 평균연령도 낮아 젊은 도시이면서 시민경제활동도 활발하고 1인당 공원면적도 전국 1위라고 하니 어깨가 들썩여질 때가 많다. 그러나 정신적이거나 문화적인 면에서 울산의 자랑거리를 말하라치면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의 사적과 처용무 외에 그렇게 뾰족하니 생각나는게 없어 머뭇거릴 때가 있다.
 그런데 지난달인 10월 19일에 우연히 울산공고에서 열린 고 차성도 중위 사망 42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울산의 인물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1970년 5월 아마 중학교 2학년때 쯤이었던가? 야간에 수류탄 투척훈련 중 부하의 실수로 안전핀이 뽑힌 채 떨어진 수류탄을 미처 다른 곳으로 던질 일각의 시각조차 없었던 그 찰나에 소대장이었던 차성도 중위가 몸을 던져 자신이 산산조각나면서 전 소대원들을 살린 거룩한 뉴스를 들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울산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던 것이다. 병영초, 울산제일중,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육군3사관학교 1기생으로 졸업하여 소위로 임관된지 겨우 2개월인 풋내기 장교였던 그가 취한 반사적인 행동은 어떤 계산도 없고 그저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대장으로서 책무감이 몸에 배인 살신성인의 모습이었다. 그가 울산 사람이었고 바로 내 이웃이었다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의 흉상을 바라보며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귀감이 될까?
 어디 그뿐이랴, 한글의 문법체계를 완성하고 지금처럼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우리글을 다듬기에 평생을 바치신 최현배 선생님이 울산 병영 출신이라니 얼마나 가슴뿌듯한 일인가? 병영동 최현배선생님의 생가에 가서 좌정하여 책을 읽고 있는 모습과 일제침략기에 감옥소에 갇혀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밀랍인형을 보고는 그 무게감에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을 뻔하였던 기억이 난다. 깨알같이 적은 원고며 그 어려운 시대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한글연구에 전념하던 흔적들을 보면서 존경심에 저절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또,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71세의 나이가 되는 43년이라는 기간 동안 목숨을 건 항해를 하면서 조일 외교 현장을 뛰어다니며 국가간의 마찰을 줄이고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세종시대의 충숙공 이예! 일본 현장을 직접 보고 느껴 온 탁월한 현장 경험과 국제 관계를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지혜로 40여 회의 일본 사행 동안 무려 조선인 포로 667명을 구출하고 일본과의 조약을 이끌어내는 등의 외교적 활약상들을 보아 그가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 협상가였는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일제하에서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박상진 의사, 지체장애자로 태어나 동요를 작곡 작사하여 어린이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불어넣은 서덕출 선생, 아름다운 문체로 민중의 마음을 잡았던 문학가 오영수 선생도 있고, 경제가 또는 종교가로서 이름을 떨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곧 울산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의 지표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가?

 울산은 급성장한 도시로 유독 유입인구가 많아 상호 갈등을 일으키고 화합을 깨뜨릴 소지가 많다. 나무는 옮겨심은 땅에 새 뿌리를 내려야만 살아갈 수 있다. 빨리 토양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양분을 빨아들여 자리잡아야 한다면 이러한 자랑스런 울산인들에 대한 홍보와 교육으로 스스로 울산인임을 자처하게 하고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야만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와 현장체험학습으로 내 고장 인물들에 탐구할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게다.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최현배 생가를 찾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뉴스는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사회와 기관은 홍보와 안내에 좀더 심혈을 기울이고 학교와 가정에서는 주제가 있는 현장체험으로 자랑스런 울산사람들을 가슴으로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가도록 해야하겠다. 그들이 또 머잖아 또 자랑스런 울산인으로 등록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