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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회 비준을 놓고 온 나라가 쑥대밭이다. 광우병 괴담으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결국 FTA 괴담으로 마무리를 할 모양이다. 대표적인 괴담은 듣기만 해도 황당하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는 이야기부터, 한·미 FTA가 시행되면 의료민영화로 인해 맹장수술비가 현재 30만원에서 900만원까지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긴 이 같은 괴담 홍수는 이미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당시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에 맞아 폭침한 것이 아니라 미 항모의 포격 때문이라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양 퍼졌다. 이른바 SNS의 위력이다.
 SNS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온건파로 알려진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절충안 서명 작업을 벌이다 곤욕을 치렀다.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구두 또는 서명으로 동의를 받아 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던 김 의원과 당내 온건파 의원들은 어제 하루 동안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무수한 공격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서명 등 일련의 활동에 대해 입을 닫아 버렸다. 이들이 절충안을 주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에서는"민주당도 한나라당과 똑같은 매국노 정당"이라거나 "강봉균·김성곤·김동철·최인기 의원을 반드시 낙선시키자"는 등의 글이 올랐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괴담의 원조 격인 괴벨스는 괴담의 위력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다음은 의심하나 계속하면 결국 믿게 된다"는 말을 남겼다. 골수염으로 다리가 기형인 탓에 어릴 때부터 열등감을 안고 살아 온 그를 제대로 알아본 것은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괴벨스로부터 전수받은 괴담과 조작의 기술을 자신의 머리를 통해 확대 재생산해냈다. 히틀러가 가진 대 국민관,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해 대중관은 '조작 가능한 우매한 집단'이었다. 그는 핵심 참모들에게 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을 하려면 굉장한 거짓말을 하라, 대중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잘 잊어버린다." 대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론에서 탁원한 귀재였던 괴벨스였지만 히틀러는 한술 더 뜬 격이었다.
 괴담은 대체로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위기의 상황을 넘기기 위해 만든 상황의 조작이다. 단순한 말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위기의 상황을 넘기기 위한 조작이기에 우선은 상황 자체를 조작해야 한다. 괴벨스는 이를 독일이 안고 있던 가난과 고난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차용했다. 히틀러의 주둥이 역할을 했던 괴벨스의 한마디 한마디가 독일 대중에게 먹혀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가난 때문이었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가난과 고통의 문제를 간명하게 설명하고 도움을 약속하는 절름발이 괴벨스를 향해 기꺼이 튼튼한 두 다리가 되어 주었다.
 선동의 기술을 터득한 괴벨스는 입버릇처럼 "내게 한 문장만 달라. 그렇다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 분노와 증오의 적재적소의 활용은 대중을 열광시켰다. 그 입이 라디오를 타자 독일은 나치의 추종자가 되고 그가 히틀러를 총통각하라고 하자 독일인들은 히틀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독일 밖에서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독일의 상황은 그랬다. 당시 괴벨스의 궤변에 맞선다는 것은 곧바로 반민족 반나치로 변해 대중의 돌팔매를 감수해야 했다. 조작된 여론의 위력은 그만큼 무서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온 세상이 열려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 괴담이 흐르고 있다. 괴담이 괴담을 낳고 그 괴담이 괴물을 만드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광우병 때도 그랬고 천안함 때도 그랬다. 지금처럼 SNS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병풍을 몰고 왔던 김대업은 지금 언론에 대고 "이회창 후보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입이 유력한 대선 후보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도 괴담의 힘이다. 다 지난 일이니 헛기침 몇 번으로 지나칠 일이지만 지금의 형편은 기침이 아니라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문제는 괴담을 제압하는 수준이다. 기껏 생각해 내는 것이 SNS 규제법을 만들자는 정도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괴담의 주체는 날마다 진화하는데 괴담으로 온몸이 분탕질 당하는 쪽은 퇴보를 거듭한다. 핵심은 당당함이다. 정도를 가고 진정성을 깔고 있다면 괴담에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스스로 감출 것이 많으면 괴담을 향해 "그래, 거짓말을 해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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