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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추돌사고를 낸 아반떼XD 운전자 동구 방어동 김 모(45)씨는 사고 장소 근처의 남구 삼산동 자동차정비업소에 차를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 100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수리비가 200만 원을 넘었기 때문. 정비소 측이 파손도 되지 않은 부품들을 갈아 끼워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김 씨는 "처음 가본 정비소에 차를 맡긴 것이 화근"이라며 "보험사에 신고했지만 바가지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해 수리비를 그대로 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접촉사고로 상대 차량의 수리비를 보험 대신 현금으로 처리한 박 모(39·남구 달동)씨는 북구 한 정비소에서 겪은 일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아는 정비업체에서 알려준 수리비는 30여만원이었는데, 상대 차량 소유자가 맡긴 정비소에서는 55만원으로 25만 원이나 비쌌다. 2개 수리비 견적서를 내밀며 이유를 물었더니 정비소 직원은 "여자라서 바가지를 씌운 것이 아니라 차량을 다시 점검하니 수리할 곳이 더 발견된 것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견적서를 분석한 결과 정비소 직원의 설명과 달리 부품을 더 교환하거나 수리를 꼼꼼히 해서 수리비가 비싸진 것은 아니었다. 남성 운전자에 비해 시간당 수고비를 3만∼5만 원 높여 잡거나 부품 값에 이미 청구돼 있는 부가가치세를 한 번 더 청구하는 식으로 수리비를 부풀린 것. 박씨가 "보험사기로 고발하겠다"고 화를 내자 결국 업체 측은 35만원에 고쳐주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비소 마다 부품값 들쭉날쭉  

   
▲ 사고 종류나 정도에 따라 어떤 수리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접근해 수리비 과잉청구의 틈새를 제공하고 있다.
 차량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울산 지역 자동차 정비업소마다 차량 수리비는 물론 소모성 부품값이 제각각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때문에 상당수 자동차 운전자들은 정비소가 청구하는 대로 수리비를 내면서도 '혹시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한국손해보험협회 영남본부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이 사고차량에 지급한 수리비에서 자동차부품 값의 비중은 45%(2009 회계연도 기준 1조6,600억원)에 달한다. 부품지급액은 지난 1998년 이후 연평균 18%씩 급증하고 있다. 전체 수리비에서 부품 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부품으로 지급되는 돈이 늘어날수록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삼성화재의 한 관계자는 "정비업계 전문가가 아니면 일반인들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교묘한 방법으로 정비업체들이 수리비를 부풀리고 있다"며 "수리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보험금이 과다 지급되면 결국 이는 다른 보험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품값' 보험료 지급 비중 45%
 자동차사고 때의 수리 기준이나 범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보험금을 겨냥한 수리비 천차만별을 부추긴다.


 사고 종류나 정도에 따라 어떤 수리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접근해 수리비 과잉청구의 틈새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협회 영남본부 관계자는 "이런 범행으로 보험금이 새나가면 결국 보험료가 상승해 계약자들의 호주머니만 축내는 셈"이라며 "표준정비기준이 없어 정비소 간 수리비 차이가 나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리비 부풀리기' 보험료까지 상승
 또 "부품비 과다 청구, 품질불만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품질 및 가격표시 의무화가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보험료가 보험사별로 제각각인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큰 문제다.


 올 초 한국소비자원이 14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한 결과,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삼성화재가 비교적 저렴했으며, 오프라인 자동차보험 요율은 한화손해보험이 낮았다.


 일부 자동차보험 요율은 가장 비싼 곳이 가장 싼 곳보다 7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출동서비스 특약보험료는 온라인의 경우 악사손해보험, 오프라인은 삼성화재와 동부화재가 비교적 저렴했으며, 대형차가 소형차보다 더 싼 것으로 조사됐다.
 

품질·가격표시 의무화 피해 줄여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달 1일부터 손해보험협회가 금융위원회의 '보험상품 공시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소비자 맞춤형 자동차보험료 조회시스템을 협회 홈페이지에 구축·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가입조건과 비슷한 유형에 대한 회사별 보험료 수준만 비교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보험가입자 개인별로 자신의 보험료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영남본부 측은 "소비자들이 회사별 자동차보험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이달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조회시스템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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