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슬플때나 기쁠때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면 '기쁨은 배가되고 슬픔은 반으로 준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요즘 세대들은 이처럼 고마운 술을 다양하게 맛볼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붉은 빛깔의 프랑스 와인, 거품 가득한 독일 맥주, 오색빛깔의 칵테일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전통술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나친다. 굳이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떠올리면 동동주나 소주를 꼽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소주'를 많이 떠올리기도 하지만, 소주는 과거 몽골에서 유래된 것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천년 이상 우리 조상들의 곁을 지킨 술은 '동동주'인 셈이다.


#천년 이상 우리민족과 함께한 '동동주'

▲ 동동주.

우리 술의 기원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옛 문헌 등에 따르면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 시대에는 식량이 부족, 제천의식을 거행할 때만 마을 단위로 술을 빚어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 역사에 술 이야기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삼국사기'이다.


 실제 고구려를 세운 주몽 신화를 살펴보면,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 연못가에서 유화라는 여자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주몽을 낳았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물론 설화지만, 우리나라의 술 이야기도 그만큼 오래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고려시대는 우리 술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조기술 축적으로 양조곡주문화가 성숙기에 도달했다. 원나라에서 증류주 문화가 유입됐는데 약주, 탁주, 소주로 대표되는 우리 술의 기본 원형들이 완성된 시기이다. 이때 과실을 이용하는 혼양주조법과 약재를 이용한 약용혼양주조법도 등장했고, 누룩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게 발전해 밀과 보리, 쌀 등이 누룩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술 문화를 자랑했던 시기로, 현재까지 유명주로 꼽히는 술들이 나타났다. 고려시대를 거치며 다채로워진 전통주 제조기술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각 지방이나 가정마다 더욱 다양해졌다.

 

 유교 제례에 술은 필수적이라, 사대부들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이 늘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술도 고급화 추세를 보여 원료가 멥쌀에서 찹쌀로 바뀌기 시작했고, 고급주 형태인 중양주법이 주를 이뤘다. 고려시대부터 왕실중심으로 소비되던 증류주는 조선조에 와서 일반에게 급속도로 전파돼 일본이나 중국에 수출됐다.
 

 

#동동주·신선주·선녀주
한국의 전통주도 서양 못지 않게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전통술을 울산에서도 맛볼수 있는 집이 있다. 바로 남구 달동 875-5번지 '전통민속주점 동동울타리(☎052-227-2572)'이다.

 이 주점은 김재은(54) 대표가 직접 막걸리를 비롯해 과실주, 약주를 빚는다. 실제 김재은 대표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인증하는 막걸리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전통주에 대해 해박하다.

 동동울타리에서 판매되는 술은 햇볕을 받아 잘 익은 오곡, 깨끗한 물, 세월을 겹겹이 묵힌 누룩 등 한국 전통의 비법으로 정성스레 빚었다. 때문에 이 집 술맛을 맛본 손님들은 단골이 된다. 전통민속주점인 동동울타리에서는 소주나 맥주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동동주와 신선주, 선녀주 등 한국 전통주가 이를 대신한다. 안주도 해물파전, 동동주 옷닭, 홍어삼합이 전부다. 가지수는 적지만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 동동주와 신선주, 해물파전.

 김 대표가 추천하는 동동주와 신선주를 시음해봤다. 또 동동주와 어울리는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15분쯤 기다리자 술과 안주가 나왔다. 오징어, 조개 등 해물에 쪽파와 고추가 어우러진 파전이 큼직하다. 따라나온 콩나물, 미역, 멸치 등 밑반찬도 정갈하다.

 주인공인 동동주는 누런 빛깔부터가 시중에 파는 막걸리와 비교된다. 동동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주(農酒)다. 새참으로 한 잔 쭉 들이키는 한 사발의 동동주는 힘든 농사일을 거뜬하게 해내는 원동력이었다. 더욱이 최근 동동주의 효능이 새삼 조명받으면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우선 동동주를 시음했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탄산은 청량감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려주며, 밥알의 부드러움은 전체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맛들을 감싸준다. 마시면 마실수록 숭늉처럼 구수하다.

 이제는 사기 주전자에 담긴 신선주를 맛볼차례. 한번에 빚어지는 동동주는 일양주(알콜발효를 시키는 효모 배양을 한번만 하는 술) 혹은 단양주로 불리운다. 하지만 신선주는 무려 세 번이나 효모 배양을 거치기에 그만큼 귀하다는 뜻에서 신선이 마시는 술, 즉 신선주라고 한다. 일단 신선주의 빛깔은 동동주보다 맑다. 찹쌀로 빚은만큼 알콜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도 없고, 뒷맛도 깨끗하다. 톡쏘는 맛도 어우러져 '명주'라는 김 대표의 말이 틀린말은 아닌듯하다. 달콤해서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선녀주'도 맛보고 싶었지만, 남아있는 술이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김 대표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젊은 시절 양조장에서 일하면서였다. 당시 김 대표는 일과가 끝나면 양조장에 보관된 우리나라 전통술을 종종 시음했다. 이때부터 전통주의 매력에 푹빠지게 됐다.

 실제 동동울타리에는 김 대표가 취미생활로 '하수오' 등 약초를 이용해 빚은 술을 비롯, 산도라지와 60년된 자연산 더덕주, 마가목주 등 십여종의 술들이 장식돼있다. 다만 판매용이 아니라 아쉽다. 하지만 단골들에게는 가끔씩 맛보게 해준다고 하니 김 대표와 친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 김 대표가 직접 담은 다양한 술들이 진열돼 있다.

 시음을 마치고 나니 김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전통주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김 대표는 "소주나 양주, 맥주는 영양성분이 없다. 오히려 술에 당분이 많이 포함돼있어, 건강에 좋지않다"며 "하지만 전통술은 곡물로 빚기에 영양분이 많은 건강식이다. 옛 농부들이 밥 대신 동동주를 마신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시중에 판매하는 전통주들이 대량으로 급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모름지기 한국 전통주는 일주일이상 기간을 거쳐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서서히 빚어져야 제 맛이 나온다"며 "하지만 상업적인 면에 치우쳐져, 빨리 빚어지는 전통주는 부족함이 느껴진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한국 전통주에 관해 많은 애착을 가진 김 대표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술잔에 채워진 술이 정성으로 보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