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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26)가 러시아로의 귀화를 결정했다. 러시아빙상경기연맹이 러시아정부에 안현수가 러시아 시민권 자격을 얻도록 요청했으며, 그는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가 하고 싶은 운동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마음편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인터넷에는 그를 옹호하는 글과 함께 '매국노'라는 다소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우리는 사건의 표면보다는 그 내면, 안현수같이 뛰어난 선수가 왜 귀화라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일명 '왕따'였다.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그는 홀로 여자대표팀 코치진에 속해 훈련을 받아야 했으며, 동료선수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했다. 구타를 당한 적도 있었으며 본래 1년에 두 번 치러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그의 부상과 함께 한 번으로 바뀌어, 국가대표로 선발되지도 못하였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라며 세계가 인정한 안현수가 말이다. 천재는 외롭다고 했던가. 그는 늘 동료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고, 빙상연맹조차 그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준 국보급 인재인 그를 대한민국은 보호해주지 못했고, 결국 그는 대한민국을 떠났다.

 우리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그를 배신과 매국노라는 단어로 먹칠할 권리가 있는가. 애국을 위해 국가대표가 되고자 하는 선수는 없다.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다보니 그것이 스포츠였고, 스포츠인로서 성공하기 위한 길은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을 따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그 순간을 위해 피땀흘려가며 훈련을 한다. 안현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준 선수였다. 외국에서 허다하게 들어온 러브콜도 코리아 안현수로 인정받고 싶다며 거절한 그였다. 그러나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감독들의 자존심 싸움과 파벌싸움, 그리고 비리가 들끓는 빙상연맹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스포츠계의 파벌관련 문제는 예전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 왔었다. 어디 쇼트트랙 뿐인가. 축구, 탁구 등 모든 스포츠계에 파벌주의는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안현수의 귀화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안현수를 깔끔하게 보내 주어야 한다. 국가가 그에게 해준 것이 전혀 없으므로. 국가를 그가 배신했다고? 아니다. 국가가 그를 배신한 것이다. 앞으로 상처를 입은 채 한국을 떠나는 제 2의 안현수 선수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빙상연맹은 하루빨리 빙상계의 현실을 자각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해당 관계자들을 완전히 스포츠계에서 퇴출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단호한 정책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쇼트트랙 대표팀을 아예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팀을 소집하지 않고 각자의 개인훈련에 맡긴 뒤 국제대회를 앞두고 평가전을 치러 출전선수를 선발해 대회에 나가는 방식을 실시하면 파벌싸움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벌싸움의 시작인 감독과 코치의 자격요건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여 선수들이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전히 그가 떠난 것이 필자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안톤 오노마저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그의 스케이팅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나오는 것 같다" 라고 극찬한 우리의 안현수. 그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천재는 외롭다. 하지만 승리한다. 안현수 선수가 한국에서는 외로웠지만 러시아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가 러시아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따 러시아의 국가가 울려 퍼지더라도 그는 영원히 '코리아 안현수'로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층 성숙해진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청운고 시사칼럼동아리 '필담' 투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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