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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맣게 나는 벌들도 알고 보면 갈 길만 간다 종례 끝난 아이들처럼 와와 흩어져서는 정해진 벌통으로 간다 가방 속에서 찰랑거리던 숟가락처럼 더듬더듬 간다
 
가서는, 사방에 꽃이 있다고, 팔자 춤을 춘다 나이별로 달라질 아이들의 재롱이 이 집의 양식이다 혼인비행에 나선 여왕벌은 한 번 나들이에서 일생 몫의 정자를 다 받고 이후로는 내내 산통이다
 
밀어들의 아파트에 갇혀서, 가끔 허기를 못지우면 제가 낳은 알을 제가 집어 먹기도 하면서, 여왕벌은 대가족들의 가화만사성을 짓는 것이다

■ 시작노트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익숙한 그림 속에 전혀 낯선 모습으로 숨어 있다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어휘들을 '낯설게 하기'를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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