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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해결책으로 울산시의 '유로변경안'과 문화재 당국의 '수문설치안'이 팽팽히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화계는 울산시가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암각화 보존 의지가 없다면서 감정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울산시는 시민의 생명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양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제기되다가 최근에서야 주요 언론인의 걱정하는 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반구대가 한강 상류 어디쯤에 있었다면 댐 하나 들어내든 물길을 바꾸든 해결되었을 것이다"(11.22), "반구대암각화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소모적인 논쟁을 끝냈으면 한다"(12.1), "식수와 암각화 보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해법은 절대 없는 것일까"(12.1), "자칫하면 무더기로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하고 싶다"(12.5). 모두들 뾰쪽한 해결책이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수천년 전 제작된 반구대암각화는 1971년에야 발견되었지만 이미 6년 전에 암각화가 위치한 지역 아래쪽에 사연댐이 만들어졌으며, 이후 45년 이상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 하게 되었다. 발견된 뒤 14년이 지나 국보로 지정되었고 그렇게 오늘의 분쟁을 낳게 되었다.
 문화계와 울산시의 타협점이 나온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암각화 물고문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 문화계와 울산시가 서로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식수 보존이 최우선'이란 울산시의 명제와 '자연경관의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문화계 요구의 접점은 없을까? 울산시민이 낙동강 하류의 저급수를 공급받아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은 거듭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로변경을 위한 제방과 수로터널 굴착은 문화계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경부고속철도 경주노선을 설계할 때처럼 각종 조사를 위한 문화재발굴 허가를 내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전면에 나서 있는 사람들이, 경주남산 옆에 KTX역사가 세워짐을 저지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아니 더 많은, 소위 문화지식인을 동원해 성명전을 낸다면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영월 등지가 한반도지형에서 볼 수 있는 휘돌아가는 S자 물길로 관광명소가 되고 있음을 본다면(인터넷으로 정경을 찾아볼 수 있다.) 반구대 물길이 지형가치가 있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이대로라면 45년간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 하는 암각화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으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뒤로 미루고 긴급처방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암각화가 더 훼손된다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 처방으로 울산시도 제시했다고 보도된 '한시적 유로변경안'을 가지고 정부와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 울산시가 제시한 암각화 보존 방안 4가지 중에 3번째 안인 차수제방 대신에 임시 차수벽을 설치하되 최대한 짧은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보완된 방법을 찾아서 이번 겨울에 끝내버리는 것이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서산간척지 방조제 물막이로 폐선을 쓴 것처럼 긴급재난 해결의 명분으로 당장 국회에 계상된 30억원의 예산으로 현대중공업 기술진이 철판을 제작해 현지에서 용접하는 것이다. 누수 차단공사도 하고 일부 미관공사도 하면 될 것이다.

 암각화 접근교량은 설치하지 않고 사람의 접근도 제한적으로 해 암각화를 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물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차수벽을 철거하고 모세관현상과 홍수 시 세굴 등 폐해는 적절한 공법으로 방지하면 될 것이다. 댐 설치 이전에도 암각화는 수천년 동안 이 계곡에서 훼손되지 않고 있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안마저 부정적이라면 울산시 당국의 의지가 아닌 울산시민의 주민투표로 유로변경안이나 긴급 차수벽 설치 후 생태차수제방안을 채택하고 유네스코 지정은 그 뒤의 과제로 남기겠다면 문화계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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