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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요즘, 으레 생각나는 것이 뜨끈한 국물이다. 우동, 라면, 해물탕 등 뜨끈한 국물이야 많지만, 정작 먹으려하면 '색다른 것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된다. '생소하지만 맛있는 음식'. 고민 속에 번쩍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이 제철인 '매생이'와 '굴'의 만남. 바로 매생이 굴국밥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울산에 있어 찾아가봤다.

 

#바다의 꽃, 굴

▲ 매생이 국밥.

굴은 바닷가 바위에 붙어살아 석화(石花) 즉 '돌에 핀 꽃'이라 불린다. 보통 10월부터 3월까지 제철로 본다. 통영 굴은 씨알이 굵고, 속살이 뽀얗고 물컹하다. 서산태안 굴은 작다. 통영 굴은 국내시장의 60∼70%를 차지한다. 통영사람들은 굴을 '꿀'로 발음한다. 그래서 '꿀(굴)맛이 꿀맛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R자가 없는 달 5∼8월(May, June, July, August)엔 굴을 아예 먹지 않는다. 이땐 굴의 산란기라 맛이 아리고, 날씨가 더워 상하기도 쉽다. R이 들어있지만 4월(April), 9월(September)에도 꺼린다. 우리나라도 보리이삭이 패면 먹지 않는다.


 서양에서 굴은 스태미나 음식의 상징이다. '굴을 먹어라, 그러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Eat oysters, Love longer)'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회를 잘 못 먹는 서양인들도 굴만은 날 것으로 즐겼다.


 바람둥이로 이름난 이탈리아의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식사 때 50개의 생굴을 먹었다.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한 번에 175개를 먹었고, 프랑스 앙리 4세는 식사하기 전에 300∼400개씩 먹었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거장 발자크도 한 번에 144개를 먹었고, 로마황제 위테리아스는 한 번에 1,000개까지 해치웠다는 설이 있다. 나폴레옹도 굴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의 해안선을 침공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도 있다.
 

#실크보다 부드러운 겨울 별미, 매생이
매생이는 겉보기엔 창자파래의 어린 개체와 비슷하지만 이보다 부드럽다. 굵기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실크보다 부드럽다.


 매생이는 자연 채취로만 수확한다.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만 채취하고, 성장기간 동안 계속 번식한다.


 지형적으로 조류가 완만하고 물이 잘 드나드는, 특히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 나라에서는 완도, 부산 등 남해안 지역에서만 채취한다. 주요 생산지는 장흥과 완도이다.

 

▲ 매생이전.

 매생이는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고 보관·운반이 용이하지 않아 보통 채취된 지역에서 모두 소비되는 편이다. 철분과 칼륨, 단백질 등을 많이 함유하고 특유의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 오래 전부터 별미로 사랑받아 왔다.

 


 남도지방에서는 '미운 사위에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이 있다. 매생이로 국을 끓이면 촘촘하고 가는 조직에 막혀 뜨거운 김이 위로 올라오지 못해 모르고 먹다가는 입 안을 데이기 쉽기 때문이다.


#겨울철 별미, 매생이따로굴국밥
매생이는 몇 해 전만 해도 남도음식 전문집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웰빙바람을 타고 인기가 치솟으면서 울산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중구 성안동의 '굴촌 풍경채'에서는 매생이를 주재료로 매생이따로굴국밥, 매생이전, 매생이찹쌀옹심이 등의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많은 메뉴 중에도 제철을 맞은 굴과 매생이의 특별한 만남, 매생이따로굴국밥을 먹어봤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매생이따로굴국밥을 먹으면 매생이와 굴의 앙상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드러움과 단백함, 깔끔함, 구수함, 시원함에 경상도 사람이 좋아하는 칼칼한 맛까지 챙겼다.


 남도식 매생이 조리법은 참기름을 넣고 매생이를 볶은 후에 다시마 육수를 넣은 다음, 액젓과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생굴을 넣어 한소끔 끓여서 내온다. 이 집은 여기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으로 만든 다대기를 곁들여 남도식 매생이 굴국밥을 경상도 식으로 재탄생시켰다.


 매생이 양이 푸짐하고 향도 좋다. 다른 음식점에는 이름에 매생이가 들어가도 양이 적어 아쉬운 적이 있었는데 이 집은 아니다. 그릇에 초록빛이 넘쳐난다. 매생이 사이사이 수줍게 얼굴을 비치는 두부가 보이고, 숟가락으로 그릇을 휘~ 저으면 오동통한 굴이 가득 존재를 과시한다.


 국밥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밥은 뚝배기 안에 들어있지 않고 따로 나온다. 매생이의 향과 질감을 그대로 느끼라는 주인장의 배려다. 전남 장흥에서 온 매생이와 경남 통영에서 온 굴의 신선함에 대한 자신이기도 하다. 후후 불어 한 입 떠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닷내음이 기분 좋다.


 아무리 침이 꼴깍 넘어가더라도 멋모르고 한 숟가락 덥썩 떠 넣었다간 입천장이 홀랑 벗겨지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자와 떠 먹을 그릇까지 갖다 준다.

 

▲ 생굴회.

 매생이굴국밥은 숙취해소에도 좋다. 매생이의 섬유질과 미네랄, 굴에 들어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알코올과 지방 때문에 둔화된 대장운동을 촉진시켜주고 숙취를 제거해준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아삭하니 입맛을 돋운다. 집안 어르신들이 밭에서 키운 배추와 무, 고추로 만든 것이란다. 자랑하고 싶어도 믿어줄까 싶어 참는 일이 많다고 한다.


 요즘은 건강에 좋다고 입소문이나 찾는 손님도 많이 늘었단다. 신선함과 맛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매생이집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인기의 원인이다. 가정주부, 직장인, 노인 등 굴촌 풍경채를 찾는 손님도 다양하다.


 매생이는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제 몸에 맛과 향을 가두기 때문에 요즘 같은 한겨울에 제 맛을 낸다. 굴도 마찬가지다. 칼바람에 속을 뜨끈하게 데워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 굴촌 풍경채에 가보는 건 어떨까. 매생이따로굴국밥 7,000원. 매생이전 8,000원. 매생이찹쌀옹심이 7,000원. ☎052)245-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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