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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매서운 칼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동장군의 맹위를 느끼게 되는 때가 요즘이다. 포근한 이불 속에서 제철과일을 먹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 상상만 해도 소소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불 속에서 단 한 발짝도 나오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줘야 한다. 겨울은 활동적인 계절이 아니던가. 일상에서 겨울스포츠를 즐기기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니 가벼운 산책 정도 즐기는 것은 어떨까.


# 편백나무 우거진 수변산책로

▲ 명덕호수공원의 자랑은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편백나무 숲이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울산시 동구 명덕호수공원은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인 산책 코스를 갖추고 있다. 총 길이 2.6km의 수변산책로는 천천히 걸었을 때 딱 1시간 길이의 걷기 코스다.


 명덕호수공원은 과거 명덕저수지로 불리던 곳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저수지'는 한마음회관이나 울산대학병원을 방문할 때 거치던 곳에 불과했다. 접근성이 낮은데다 수심도 깊어보였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는 '저 저수지에는 괴물이 살지도 몰라'라며 수근거렸다는 후문도 있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정작 동구 주민들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명덕저수지. 이제는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여느 호수공원처럼 화려한 조형물을 갖추고 있지는 않아도 그저 편안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이 공원을 걸을 때는 맑은 공기를 한 몸에 느낄 수 있다. 인체 면역기능 활성화와 아토피 예방 등의 효과가 있는 '편백나무'가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편백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라는 방향성 물질이 그 원인인데, 이는 인체에 건강한 작용을 하고 있어 '웰빙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명덕호수공원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장소다. 뒤 돌아서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있고, 앞을 내려다보면 깊은 호수가 있기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힐 수 있다.
 
#달맞이교·해맞이교와 첫 만남
명덕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다보면 두 개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달맞이교'라고 불리는 교량이다. 그리고 연달아 아치형의 '해맞이교'가 설치 돼 있다. 멀리서 이 공원의 전경을 바라보면 한 눈에 두 다리를 담을 수 있다.


▲ 해맞이교.
 달맞이교와 해맞이교라는 이름은 동구청이 지난해 9월 시민들에게 공모를 받아 선정한 이름이다.
 두 교량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숲의 분위기는 더욱 고즈넉하다. 살짝 눈을 돌리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불어오더라도 이 곳은 한적하기만 하다.


 이 겨울, 낮 시간 동안 공원을 찾는 주민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꽁꽁 싸매고 있다. 그러나 발걸음만은 가볍다. 추위를 이겨내고자 걷고 있는 사람들의 힘찬 걸음과 손동작이 매서운 동장군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정자에 앉아 즐기는 여유
정자에 앉아 자연경관을 즐기는 것은 아마 공원 산책의 묘미일 것이다. 


 명덕호수공원에도 이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해맞이교를 지나면 아담한 모양의 정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잠시 앉아 한 숨 돌리는 것도 꼭 해봐야할 산책 코스다.


 물결의 미동 하나 없는 고요한 호수와 높게 뻗어 있는 아파트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둘의 조화는 꽤 볼만하다. 동구에 사는 주민이라면 더욱 정겹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 우거진 편백나무 숲 사이의 정자.
 산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굳은 몸을 가볍게 풀어나가는 데 있다. 그리고 일상에 지친 머리를 식히려 하게 되는 것이 산책이다. 아마 공원에 정자가 있는 것은 걸으며 생각한 고민들을 정자에 앉아 쉬며 다시금 정리를 해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명덕수변공원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가족 같은 공원'이다. 친근함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고,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다. 그만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이 공원이다.


 지금 공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소소한 사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얼굴을 맞대야만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대화다.


 상쾌한 공기와 사람들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 소소한 행복이 있는 이 곳이 살아 숨 쉬는 피로회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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