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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보물창고란 이름값을 하듯 100년 역사 5일장이 열리는 데 남창옹기종기시장은 1916년 개설돼 3일과 8일 장이 열리며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오래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시설현대화 이후 전통시장으론 드물게 매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장이 열리는 다고. 울주군 근해 청정해역에서 잡은 해산물, 싱싱한 무공해 채소 등 먹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며 주중엔 1,500여명과 주말엔 3,000여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옹기가 유명한 마을

사라져가는 전통 재래장 속에서 긴 역사와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남창옹기종기시장'은 단순한 재래장에서 벗어나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울산 대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이 곳 장터에는 외고산 옹기마을 장인들이 구운 옹기가 있다. 옹기를 파는 할머니는 "이것은 꽃 심어도 돼요. 꽃 심어도 물이 안세요. 금붕어 키워도 물 안세요"라며 옹기에 대해 자랑한다. 요즘은 장으로 사용되는 항아리 보다 화분으로 어항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한 아주머니는 어릴 적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가 김장하고 아버지는 땅을 파 이 옹기를 깊게 묻곤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일단 옹기를 사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옹기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옹기를 닦고 있는 옹기장수 할머니는 "김치냉장고가 나오고 부터는 옹기를 사가지 않는다"며 "김치냉장고가 없을 땐 이 옹기가 인기가 좋았는데"라며 푸념한다. 함께 장터를 지키던 옹기점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남은 옹기점은 여기 딱 하나다.


 농사짓고 아이들 키울 적에 어찌나 돈이 없던지 옹기 장사를 여럿이 어울려서 했는데 지금은 이 할머니 혼자라고 한다. "딸들이 그만하라고 성화지만 내 재미로 하는 데 나보고 하지 말라고 하면 자기들이 돈 줄꺼야?"라고 말하며 할머니는 크게 웃는다.
 
#바다에서 잡힌 풍부한 해산물
바다가 지천이니 여기저기 어물전이 넘친다. "자, 돌문어 자연산, 자연산입니다" 척 봐도 힘이 넘치는 이 문어는 누가 잡았을 까. 문어를 팔던 최 씨 아저씨는 "문어는 내가 잡고, 이런 홍합하고, 전복은 해녀인 우리 집사람이 잡아왔다"며 자랑한다.


 여기 울주군은 제주도 다음으로 해녀가 많았던 곳.


 최 씨의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해녀로 활약을 했다고 한다. 횟수만 43년째라고 한다. 어부 남편과 해녀 아내가 나란히 물질을 해서 잡아온 어물을 다정히 장터에서 판다.


 이렇게 장터에 나온 어물들은 설을 맞이해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금방 팔려나간다.


 한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한 박영순씨는 문어 한 마리를 사려고 흥정을 시작한다. "문어 한 마리 얼마에요? 2만원요? 너무 비싸요. 1만5,000원에 하죠"라며 흥정을 붙이고 결국 박 씨의 뜻대로 5,000원 깎아냈다. 흥정보다 인심이 앞선 상인의 따뜻한 마음의 결과다.


 해녀는 "추운 겨울에 물질하며 잡은 건데 남는 거 하나도 없네"라며 아쉬워하지만 문어를 건내 주며 "맛있게 드세요"라며 정겹게 손님을 떠나보낸다.


시골 장터에서는 장보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 사람사는 냄새와 온정,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주부는 "추운데서 고생하는 할머니들 생각하면 깎으면 안 돼는 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보인다.


 제수용 반건조를 파는 상점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오랜 단골이 제사에 쓸 물건이니 정성스럽게 싸고 또 싼다.


 시커먼게 있어 물어보니 바다달팽이라고 한다. 사투리로는 '군수', 표준말로는 '군소'라고 불린다.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인데 여기에서는 제사 때는 꼭 쓰인다고 한다. 멍게 향이 약간 나는 맛이라고.
 
#고래 고기, 상어고기의 고장
장터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고기 수육이 눈에 띈다. 바로 12가지 맛으로 유명한 고래 고기다. 어르신들이 좋아해 사러왔다는 한 아줌마. "저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데, 그러니 맛을 몰라 어느 부분이 좋은지 모르는데 우리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해서"라며 한 묶음을 사간다.


 주인 아주머니가 머리고기는 고소한 맛이고 내장은 담백한 맛으로 먹는다며 고래 맛에 대해 설명을 한다.


 뒤편에는 고래 고기 음식점이 있다. 허름해 보이지만 맛은 최고라고 하는데. 음식점 내부에는 50~60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앉아 고래 맛을 음미하고 있다.


 이 일대 앞바다에 포경선이 오가던 시절을 경험한 분들에게는 옛 추억을 살려내는 맛이라고 하니 모처럼 추억을 되살리며 마시는 고래 고기 한 점에 소주한잔은 얼마나 달까.


 이 장터에서는 고래와 쌍벽을 이루는 상어고기도 이 장터에서는 맛볼 수 있다.


 연안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개상어'는 회로 먹으면 잡내가 안나고 꼬들꼬들하니 맛이 있다고 한다. 입맛 따라 부르기만 하면 바로 썰어 올린다고 하니 한번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맛나는 장터 국밥

설날을 앞두고 5일장이 열린 남창옹기종기시장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많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터에 가면 꼭 유명한 장터국밥집이 있게 마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남창 시장와서 사람 북적북적거리는 국밥집을 지나칠 수는 없다.


 식당 앞 가마솥에서 풍겨나는 내음과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모습 보고 어찌 지나칠 사람이 있겠는가.


 국밥집은 우시장을 끼고 형성돼 있고 선지국밥, 수육, 국수 등을 막걸리와 같이 먹을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온산공단이 형성되면서 공단 내 3교대를 하는 야근조가 새벽 남창시장 선지국밥집에서 양철지붕의 별을 보고 선지국과 막걸리를 먹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지금도 내려고 있다 한다.


 비록 지금은 우시장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국밥집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뻥이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뻥튀기 아저씨
그래, 장에 뻥튀기가 빠지면 섭섭하다.


 장터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삑~삑'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뻥이요~"
 뻥튀기 아저씨의 '뻥' 하는 소리들은 옛 시골장의 흥을 더욱 돋운다. 구수한 강냉이 냄새가 퍼지면 운 좋게도 한 두 줌씩 거저 얻어먹기도 한다.


 남창옹기종기장의 명물 이동 박상 아저씨가 있다.


 이 씨 아저씨는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뻥튀기 장수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장터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의 소리 중에 누구나 공통적으로 있을 법한 소리가 뻥소리가 아닐까 싶다. 하얀 연기와 함께 마술같이 뻥튀기되어 나오는 쌀이며, 떡, 콩과 옥수수들의 모습들이 놀라웠던 기억은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우리 인생도 뻥튀기 기계 속에 넣어 행복을 부풀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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