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마련인 겨울이면 오히려 더 활기차지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스포츠 '보딩'(Bording)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스키장의 아득하게 펼쳐진 하얗게 빛나는 설원을 보면 눈과 가슴이 시원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의 대표적인 보드 동호회 '유니트' 회원들 역시 겨울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유니트는 2004년 온라인 다음 카페에 둥지를 튼 동호회로 현재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인원만 200여명,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인원은 4,630여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활동무대는 울산에서 가까운 에덴벨리부터 하이원, 용평 스키장까지 설원이 있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는다.

   
울산 스노보드 동호회원들이 용인리조트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처음 탈 땐 100번은 넘어질 각오해야"
지난 20일 보드동호회 유니트 회원들과 함께 어스름한 새벽 3시 반쯤 용평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서 회원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중 "보드는 처음 타 본다"는 내 얘기에 "그렇다면 100번은 넘어질 것을 각오해야 할 거다"라는 한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오전에 도착해 한 나절간 보드를 타고 나니 다리도 후들거리고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보기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운동이 바로 보드였다.
 짧은 겨울해가 기울고 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쓰는 시즌방이라는 공간에서 꿀 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쯤 회원들이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또다시 보드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어딜가냐고 물어보니 야간보딩을 나간단다. 까만 밤 새하얗게 빛나는 눈밭에서의 야간보딩의 묘미를 직접 느낄 수는 없었지만 쏜살같이 내려오는 모습이 그저 보기만 해도 멋진 장관이었다. 이윽고 야간보딩이 끝나자 서로들간의 흥겨운 시간이 이어지더니 새벽쯤 되서야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밤늦게까지 논 터라 분명 늦잠들을 잘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아침 7시부터 스키장의 슬로프가 오픈하는 아침 8시면 땡!하고 나가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깨끗한 슬로프에서 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땡보딩'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라면을 끓여먹고 스키장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보드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보드는 배우면 배울 수록 기술의 단계가 확연히 드러나 또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겨울스포츠다. 고급 코스에서 보딩을 즐기는 유니트 회원.
# 배우면 기술 차이가 뚜렷해 또다른 성취감

이틀간 지친 몸을 이끌고 보드를 타면서 문득 이들은 이렇게 힘든 보드를 왜 계속 타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말하는 보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회원들은 우선 보드가 참 스릴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운동에 비해 배우는 단계가 보드를 타는 기술의 차이로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에 성취감이 더 높다고 했다.
 강신학(39)씨는 "새로운 것이나 즐거움이 없는 일상생활을 탈피해 스키장과 같은 먼 곳에 와서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보드 타는 것을 즐기다보면 여러모로 유익하고 얻는 게 많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니 체력이 좋아지고 보드에 몸을 싣고 스피드를 즐기다보면 어느 새 일상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절로 사라진다"고 보드의 매력을 설명했다.
 손연경(여·31)씨는 "보드를 타러 오는 시간은 대학 때 MT와 비슷한 기분을 안겨준다"며 "일주일간 일하면서 쌓인 피로나 스트레스를 스키장에 여행 오는 기분으로 와서 멋진 설경 속에서 보드를 타다보면 몸은 힘들지만 다시 일주일을 버틸 에너지를 얻고 갈 수 있다"고 했다.
 
# 시작은 간단하게 렌탈부터 시작을
보드를 처음으로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필요한 준비물은 어떤 게 있으며 어떻게 준비하는가일 것이다. 유니트 회원들의 답변은 간단하다.
 설은정(31)씨는 "처음부터 보드 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 가장 필요한 장비, 옷 등은 렌탈하고 왕복 버스비, 식사비 정도만 간단하게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또 흔히 일반인들이 보드에 가지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치스러운 운동이라는 것인데 최성재(34)씨는 보드를 충분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 장비렌탈권, 리프트권 할인권 등을 이용해 첫 시작을 저렴한 비용에 시작해 보드를 타는 것이 즐겁고 자신과 잘 맞으면 그 때 시즌권을 사서 타는 경우가 많다. 또 스키장이나 리조트에서 현금확보를 위해 일정금액 거치금을 받은 뒤 그대로 환급해주는 경우도 있어 현금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돈을 쓰지 않고 보드를 탈 수도 있다고 했다.

   
 
 보드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란 얘기에 손연경씨는 "돈, 시간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금세 빠져드는 것이 바로 보드"라며 "용기를 내 우선 시작부터 해보라"고 말했다.
 동호회에 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문학위(30)씨는 "해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동호회에 가입하지만 각자들의 사연에 따라 한 해가 지나고 다음해까지 동호회에 남아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겨울스포츠인 보드의 특성상  보드를 탈 때만 동호회 활동을 반짝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음을 열고 꾸준히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면 넓은 인맥 등 얻는 것이 참 많다"며 꾸준한 활동을 강조했다.
 또 보드를 잘 타려면 무릎을 굽히고서도 보드를 단단히 받칠 수 있는 장딴지와 허벅지 힘, 양발과 무릎의 균형감각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습득과 함께 이 같은 힘을 집중적으로 길러야 한다.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히고 많이 타보야 우리가 흔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보더들처럼 새하얀 눈밭을 자유로이 가로지를 수 있다.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 맺을 수 있는 동호회

   
 공통관심사를 통해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역시 동호회 활동의 매력이다.
공통관심사를 통해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역시 동호회 활동의 매력적인 점이다. 특히 유니트는 2004년 까페의 창단멤버들 중 현재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자랑한다.
 손연경 씨는 잘 타는 사람이 못타는 사람을 이끌어주기도 하고 함께 리프트를 타는 재미도 동호회 활동에서 빠질 수 없다고 했다.

 타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울산에 발령이 나는 바람에 인맥도 넓히고 보드도 탈겸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는 문학위(30)씨는 자신에게 동호회 사람들은 가족, 친지 및 친구가 없는 울산에서 가족 같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으로 보드원정을 갔다 팔을 다쳐 4개월간 입원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병원에 문병오던 동호회 친구들의 따뜻한 발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좋아서 오랫동안 동호회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곽선영(여·32)씨 역시 "보드를 매개체로 만났지만 지금은 보드시즌인 겨울이 아니라도 서로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어른이 돼 이해타산 없이 서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다보니 다른 사람들과는 하기는 힘든 얘기도 동호회사람들에게는 속내를 터놓을 정도로 친해졌다"며 "동호회활동을 통해 진심어린 관계를 맺은 것이야말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얻은 진정한 성과"라고 했다.
 움츠러들고 게을러지기 쉬운 추운 겨울 보드와 같은 계절레포츠를 즐기며 제대로 된 겨울나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의 즐거움을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김주영기자 uskjy@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