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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물에서 서로 상반된 개념은 무수하다. 남녀, 요철, 상하, 천지 등도 상반된 개념의 사례에 속한다. 사례 중 요철은 '톡 튀어나온 곳'과 '쑥 들어간 곳'의 대표적 사례이다. '톡 튀어나온 곳'과 '쑥 들어간 곳'이 해안선에서 생성될 경우 쑥 들어간 지형을 '만(灣)'이라 하며, 톡 튀어나온 해안을 '곶(串)'이라 부른다. 만과 곶을 요철(凹凸)과 음양(陰陽) 등에 비교하면 만은 요(凹)며, 음(陰)이다. 곶은 철(凸)이며, 양(陽)과 유사하다.
 만과 곶은 해안 혹은 호반을 따라 형성된 자연적 지형이다. 만과 곶의 영어는 베이(bay)와 케이프(cape)이다. 베이(bay)는 형성된 지형에 따라 큰 것을 걸프(gulf)라하며, 작은 것을 커브(cove)라한다. 보통 베이는 걸프와 커브의 중간을 말한다. 만하면 연상되는 것이 하와이 진주만, 소말리아의 아덴만, 베트남과 중국 사이의 통킹만, 인도의 뱅골만 등이 생각난다.
 케이프(cape)는 곶이다. 곶은 우리말이며 한자어는 곶(串)으로 쓴다. 케이프(cape)는 만과 반대로 육지가 바다쪽으로 툭 튀어 나온 지형이다.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이 대표적이다. '곶'하면 장산곶이 떠오른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드니 금일도 상봉에 님 만나보겠네 에에" 라는 가사의 민요 '연평도 난봉가'가 생각난다. 그런가하면 포항의 '호미(虎尾)곶'도 있다. 조홍제는<울산방언(2000)〉에서 곶은 "반도처럼 생긴 곳의 땅 이름"이라고 개념 정리했다. 이희승은 <국어사전(1977)에서 곶을 곶(串)이라 표기하면서 "지명 밑에 붙어서 갑(岬)을 나타내는 말"이라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름난 만과 곶이 있다. 만으로는 충청남도 서쪽 해안의 천수만, 경상남도 마산의 합포만, 자연생태공원으로 활용된 전라남도 순천의 순천만과 제철의 중심 광양의 광양만 등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울산에도 만과 곶이 있다. 울산만과 간절곶이다. 울산만은 입구가 좁아 파랑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울산항(蔚山港), 방어진(方魚津), 장생포(長生浦), 염포(鹽浦), 미포(尾浦) 등으로 항(港), 진(津), 포(浦)로 활용된다.
 간절곶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있다. 간절곶(艮絶串), 간절(竿絶) 등으로 쓰고 있다. 간절(艮絶) 방향적 중심의 접근이다. 간방은 정동(正東)과 정북(正北)의 사이 한가운데 방향이다. 간절(竿絶) 긴 장대의 접근이다. 일반적으로 톡 튀어나온 것으로 많이 표현되는 촉새, 송곳, 촛대 등과 같이 해안 혹은 호반의 돌출 부분을 곶, 갑(岬), 각(角), 관(串), 단(端), 기(崎) 등으로 표현한다.
 울산지명사(울산문화원, 1986)에 의하면, 간절끝으로 소개하면서 "간절갑(艮絶岬)은 등대가 있는 곳인데 갑(岬)이라 함은 곶(串)으로 육지가 바다로 뻗어나온 곳을 말한다. 이곳을 이조 초에는 이길곶(爾吉串)이라 하였다. 이(爾)가 가지고 있는 뜻은 넓이며 길(吉)은 길(永)다 하는 말의 借音이니 넓고 길게 튀어나온 곶이라는 말이 된다. 또 한편으로 간절갑(竿切岬)이라고도 하는데 간(竿)은 간짓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절(切)은 길다(永)의 방언 '질'의 차음이니 '간질갑'으로써 간짓대처럼 길게 나온 곶이라는 뜻을 가졌다."라고 했다.

 한편 간절곶은 문학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마음의 정성과 육체의 실천을 다하여 애절하게 갈구하는 간절(懇絶)로 표현되기도 한다. 문학적 표현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생성되는 만큼 시대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생성된다. 소쩍새는 애절한 울음으로, 진달래꽃은 붉은색에 흩어진 반점으로, 달래고개는 달라고하는 말의 뉘앙스에서 각각 다양한 이야기가 생성되어 전승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동방 15마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트롤어선이 침몰하는 안타까운 해상사고가 있었다. 열심히 수색했으나 끝끝내 찾지 못한 실종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와 천도재를 지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바다와 함께 한 삶의 이야기를 간직한 간절곶은 짭짤한 갯내음과 함께 파랑의 빗질로 흔적마져 지워버린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연이 쌓이게 됐다. 쌓인 가슴아픈 사연은 전국 각지의 방문객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생성될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이제는 간절곶의 애틋한 이야기로부터 진취적 이야기로 변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진취적, 생산적 이야기에 울산 문학인이 많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승려 일연은 울산 바다를 두고 처용의 이야기를 생성시켰으며, 누군가는 계변천신 설화를 생성시켰다. 김극기는 전화앵의 이야기를 전승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누군가는 무룡산의 팔용이야기를 생성시켰다. 간절곶의 이야기도 이제 아름답게 꾸며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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