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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 골목에는 벽화에는 파란 바다와 푸른 산,  그리고 에드벌룬이 둥둥 떠다니는 그림 등 형형색색의 다양한 벽화가 새겨져 있었다. 

경남 통영하면 생각나는 것은 오직 '바다' 밖에 없었다. 최근 알게 된 정보가 있다면, 벽화로 유명해진 '동피랑마을'.
 통영에 무엇이 유명하다는 몇 가지 정보만 머릿속에 넣은 채 무작정 통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철저히 계획된 여행도 흥미롭지만, '즉흥여행'은 짜릿함을 찾는 과정이 즐겁기에 더욱 끌리는 법.
 이날은 유난히 따스한 기운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완연한 봄이 온 듯. 따스한 봄을 만끽하러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중앙시장 주변 삼삼오오 모여있는 볼거리
울산에서 통영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약 2시간 30분 소요됩니다"라고 알려줬으나, 초행길이었기에 30분정도 더 지체됐다. 울산에서 출발해 마산 시내를 거쳐 통영으로 달리는 그 시간. 빨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휴식 한 번 취하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이날은 동피랑 마을과 남망산조각공원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는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주말이라 시장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끼룩끼룩' 갈매기도 신나게 비행을 해댔다. 통영 바다 위에서 날고 있는 비둘기의 비행은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었다. 중앙시장 맞은 편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과의 격전을 떠오르게 하는 임진왜란의 상징이다. 거북선을 본떠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거북선 안에는 전쟁 당시 쓰였던 대포와 갑옷 등이 전시 돼 있었다.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꿀빵
거북선에서 나와 중앙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에는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솜사탕과 달고나 등 간식거리를 팔고 있었다. 그 중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니, 바로 '목마'였다. 어릴 적 타던 '목마'는 동전만 넣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요즘 놀이기구와는 매우 다른 매력이 있다.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던 '목마'를 여기서 만나니 참으로 반가웠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신나게 목마를 타는 어린 아이의 미소를 카메라에 가득 담고 중앙시장을 향해 걸었다.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에는 역시 '먹거리'가 빠지지 않는다. 중앙시장 입구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충무김밥'과 '꿀빵'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건어물과 각종 해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작은 가게까지. 밥에 김을 싼 미니 김밥을 김치, 오징어무침, 어묵볶음 등과 곁들여 먹는 충무김밥은 통영이 원조란다. 아침 일찍 울산에서부터 달려와 출출했던 차에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 충무김밥 한 입 맛봤다. 뜨끈한 시레기국물과 함께 먹는 충무김밥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던 무김치는 혼자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였다.
 다음은 또 다른 통영의 명물, '꿀빵'이다. 기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필수요소는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그란 찹쌀 도넛처럼 생긴 '꿀빵'은 말 그대로 '꿀이 발려 있는 달콤한 빵'이었다. 팥, 고구마, 녹차 등 다양한 앙금으로 속을 채우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관광객들마다 꿀빵 한 봉지는 들고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통영스러움'이 묻어나는 동피랑 골목골목
꿀빵 한 봉지 사들고, 동피랑 마을로 향했다. 이날 목적지로 꼽았던 동피랑 마을과 남망산조각공원은 모두 중앙시장 인근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었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더욱 유명해진 동피랑 마을에는 역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는 높은 경사로 시작하는데, 올라가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 벽화마을답게 입구에는 '동피랑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아기자기한 벽화가 방문객을 맞았다. 단체로 나들이에 나선 여학생 4~5명이 깔깔 웃으며 설렌 마음에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한다. 유쾌한 웃음을 따라 마을에 올라섰다.
 동피랑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을 '꿈이 있는 마을'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여기서 부터가 벽화마을 '동피랑'이라는 것을 알리는 벽화에는 파란 바다와 푸른 산, 그리고 에드벌룬이 둥둥 떠다니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중간에 '꿈이 있는 마을'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띠었다.
 입구에는 통영답게, 통영스러운 게시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관광객들을 향한 환영의 메시지를 구수한 통영사투리로 풀어낸 것이다.
 /통영시장에서 폴딱거리는 괴기로 회도 떠 묵고, 써언한 매운탕에 밥도 마이 무-서 배도 부린께 다리품을 팔아감서로여, 저, 댕기보거로!/
 글을 읽자마자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 통역(?)하자면, '중앙시장에서 싱싱한 고기로 회도 먹고, 시원한 매운탕에 밥도 많이 먹고 배도 부르니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여기 저기 다녀보게'라는 뜻이다. 이 글을 읽고 있자니, 아무래도 이 언덕은 힘차게 올라서야 할 것 같다.

#벼랑끝서 지켜낸 마을 사람들의 꿈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로, 통영시는 낙후된 마을을 철거해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결국 시민들이 지켜냈다. 지난 2007년 10월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공공미술'이라는 테마를 들고 '통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술대학 재학생과 개인 등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마을' 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동피랑마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자, 통영시는 마침내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 집 3채만을 헐고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했다. 쇄락해갔던 마을을 주민 스스로 부흥케 만든 것이다.
 
#벽 가득 채워진 관광객의 낙서엔 '눈살'
어느 정도 마을에 올라서 보니 넓게 펼쳐진 강구항이 한 눈에 들여다보인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통영 바다만의 냄새는 동해바다와는 또 달리 따스한 느낌이 강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숨 한번 고르고, 구석구석 골목길로 향한다.
 골목으로의 안내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서 담당하고 있었다. 비록 그림 속 노부부였지만, '퍼뜩 오이소' 하고 실제로 손짓을 하는 것 같다.
 골목에는 형형색색 다양한 벽화가 새겨져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서인지 그 흔적이 과도하게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왔다 간다'는 방문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진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일부러 '흔적을 남겨주세요' 하고 배려를 해 놓은 벽화도 있었지만, 다른 벽에도 관광객들의 낙서는 가득했다. 그나마 훈훈함을 남겼던 건, 한 할머니의 집 앞에 새겨진 글귀였다.
 '어여뿐 황두리 할무이 항상 건강하세요'
 이것도 낙서일지, 하나의 작품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문구 하나 만큼은 낙서처럼 보이진 않았다.

#남망산조각공원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 또다른 느낌
동피랑마을 투어를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 남망산조각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조각공원은 세계 유명 조각가 해수수, 라파엘, 소토, 대니 카라반, 장 피에르 에이노 등을 포함한 15명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4개의 움직이는 풍경'이라는 작품이다. 회전하는 4개의 조각이 햇빛을 반사하고 통영의 넓은 바다를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하는데, 움직이는 조각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공원에서 본 통영 앞바다의 전망은 동피랑마을에서 내려다 본 경치와는 또 달랐다. 카메라에 빗대자면, 동피랑은 일반렌즈, 공원에서의 경치는 광곽렌즈로 바라다보는 느낌이었다.
 이른 봄에 찾은 통영은 완연한 봄기운을 자랑하고 있었다. 따뜻한 기온만으로도 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통영의 봄이 특별했던 건 통영만이 가지고 있는 봄의 기운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노력, 그리고 통영만이 가지고 있는 명물, 문화. 그것이 통영을 영원히 봄의 안식처로 남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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