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혹자는 현시대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이후의 고분자시대라고 부른다. 고분자 물질은 플라스틱, 섬유, 고무, 접착 코팅재의 소재로 현대 문명에 필수불가결하다. 현재 년당 2억톤 이상의 고분자 물질이 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 폴리에틸렌(PE)이 8천만톤으로 가장 많고, 폴리프로필렌(PP)이 4천5백만톤, PVC가 3천5백만톤, PET가 3천만톤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고분자 물질은 주로 1940-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되어 상품화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70-1980년대 도입되었다. 즉, 우리 생활에 고분자 물질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60여년이다.

 고분자 소재가 여러 면에서 유용하고 편리하지만 최근 고분자의 부정적인 면들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보면 거의 모두 고분자 물질이다. 우리가 1년간 제조하여 사용한 고분자 물질을 월드컵 경기장에 쌓으면 약 40㎞까지 쌓인다. 현재 우리가 제조하여 사용하는 고분자는 분해성이 없다.
 중국에서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나라 서해안 해변에 쌓이고,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일본 동해안에서 쌓이고, 일본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하와이 해변에 쌓인다.
 태평양 한 가운데 한반도 크기 만한 폐플라스틱이 떠다니는 섬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플라스틱 조각을 바다의 생물이 먹어 생태계가 교란된다.
 플라스틱은 탈 때 유독물질이 나와 사용 후 태워 버리기도 용이하지 않고, 화재 발생시 인명 피해의 주 원인이 된다. 소각할 때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 물질이 생성된다. 또한 고분자 물질의 환경호르몬 문제의 주범이다. 고분자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은 모두 석유를 원료로 제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는 우리가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1세기 고분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재생가능자원을 원료로 사용하여 고분자를 제조하고 또한 제조된 고분자가 생분해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고분자가 옥수수를 발효시켜 얻어진 젖산을 이용하여 제조된 폴리락타이드(PLA)이다.
 2000년대 초 Cargill-Dow에 의하여 'NatureWorks'라는 상품명으로 상업화되어 현재 년당 약 15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석유를 원료로 제조되었지만 생분성이 있는 지방족 폴리에스터인 PBSA(polybutylene succinate co-adipate)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업체도 친환경 고분자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폴리우레탄의 원료 물질인 에폭사이드 화합물을 원료로 사용하여 고분자 물질을 제조할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고활성 촉매 개발로 2008년 국내 학계에서 초고활성 촉매가 개발되어 SK에너지에 기술이전하였다.

 이 새로운 고분자는 이산화탄소가 질량비로 44-50% 들어가 있고, 생분해성이 있고, 또한 태울 때 유독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고, 환경호르몬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환경친화적이다. 또한 접착력이 좋고 산소와 물 차단성이 높아 다양한 용도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SK에너지는 실험용 파일롯을 지어 '그린폴(GreenPol)'이라는 상품명으로 상업화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0년 3월에는 울산시와 그린폴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하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MOU)도 맺었다.
 현재 우리나라 고분자 생산량은 세계 4-5위로 많고 이 중 약 절반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절반은 해외 특히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 및 비중이 크다. 현재까지 고분자 생산 공장을 포함한 거의 모든 석유화학 공장은 선진국에서 기술 도입하여 건설하였다. SK에너지의 그린폴 생산 공장은 세계 최초의 자체 개발 기술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공업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다. 또한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점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