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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작정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하고 전화를 걸었을 땐, 당연히 그 자리에서 흔쾌히 성사될 수 없었다. 우선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내달라"는 그의 제안을 듣고, 이메일을 보낸 뒤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20일. 드디어 대면의 시간을 갖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서 느낀 인상은 강렬했다. '겸손'하면서도 병원 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그에게서 '보람병원'이 지금까지 울산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울산 첫 소아청소년 진료 특화 제2 도약 발판 마련"


올해로 보람병원은 개원 15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신축병원을 개소해 산부인과 전문병원은 물론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다지게 됐다. '환자의 만족이 우리병원의 보람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1997년부터 꾸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보람병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보람병원 김광태 이사장에게 들어봤다.
 

1997년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설립
소아청소년 전문의 24시간 진료 구축
다문화시대대비 외국어 서비스도 준비

# IMF 당시 산부인과 불모지 울산서 개원
"지난번에는 신관 개원을 준비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약속 어겨서 미안합니다"
 검정 양복에 말끔하게 넘긴 까만 머리. 듬직한 눈빛을 가진 보람병원 김광태(73)이사장은 처음 만나자마자 약속을 어겨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해댔다. 그는 조심스레 꼼꼼하게 작성한 답변지를 꺼내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보람병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를 회상했다.

 "1997년 그 당시로 말하자면 'IMF'가 닥쳤을 때였습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각 분야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으로 각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와 '전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죠. 병원도 기업과 다름없이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대형병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전문화된 전문병원을 설립해 경쟁에 효율성을 찾아야한다고 믿었습니다. 울산은 인구구조가 어느 도시보다 근로자가 많은 젊은 도시로서 출산인구가 전국 제일 상위 도시임에도 출산마저도 친정, 시댁 같은 연고지를 따라 옮겨가는 실정이었습니다. 그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산부인과 중심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고 여성들의 의료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고자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설립하게 된 겁니다"

   
▲ 보람병원은 지난 10일 신축병원 개월을 갖고, 내실있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소아청소년전문병원을 운영하기로 다짐했다.

 IMF와 같은 경제위기에 차별화된 전문병원을 설립해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으니,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게 아니냐"고 짚자, 그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보람병원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원동력은 '환자의 만족'만을 생각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 병원은 '환자의 만족이 우리병원의 보람'이라는 모토 아래 전 직원이 환자를 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병원 설립 초기 때부터 '환자의 만족'은 하나의 동기와 같았으니까요. 음식점과 병원은 안면만 보고 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환자에게는 '건강'이라는 권리가 있기에, 어쩌면 '환자의 만족을 보장한다'는 것은 환자의 권리가 손상된 걸 되찾아야하는 시민들의 욕구에 앞장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정방문서비스와 환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 끊임없이 고객의 소리를 듣고자 한 소소한 노력들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게 해 지금의 보람병원을 있게 한겁니다"
 
# 최신 의료시설·장비 갖춘 신관 개설
작은 노력들로 시민들 사이에서 보람병원은 '괜찮은 병원'으로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보람병원은 전국 분만건수 5위에 손꼽히기도 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전문병원으로도 지정돼 공식적으로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환자의 만족'을 병원의 근본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 이사장은 미국 시카고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가, 경영진에게 '번쩍'하는 경영 아이디어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환자가 병원의 홍보요원이다'라는 것이다. 환자를 상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면 병원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그러한 경영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전했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경험의 설득력이라고나 할까요.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환자는 '이 병원이 좋았다'하며 다른 이들에게 추천할 것이고, 그것이 곧 홍보가 되는 것이죠"

 보람병원은 지난 10일 신관을 개소하면서 본관을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분당차여성병원 원장 황윤영 의료원장과 울산대학병원 교수 유항조 부원장을 영입했다. 쉽게 말해 '빵빵한 의료진'을 구축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신축 병원을 개원하면서 약 80%의 의료진을 교체해 의료수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소아입원실 80병상을 마련해 질병 치료에 전념하고 소아심장센터를 구축해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소아청소년 진료를 특화시켜 24시간 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낮에는 멀쩡했지만 야간에 온 몸에서 열이 나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는 소아 환자의 특성이 있지만, 울산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응급기관에서는 이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의사로서도 야간에 소아과 전문의가 항상 대기하고 있기에도 어려운 실정이죠. 위급한 소아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자칫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 이번 소아청소년 전문의료진을 구축하게 되면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출산 후 가정에서 이뤄지던 산후조리의 문화가 편안하고 안심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해, 전문 의료진이 관리하고 빠른 회복을 돕는 산후병동을 40병상으로 확충했죠. 울산 여성 의료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끔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였습니다"
 
# 현재도 미래도 오직 보람병원의 일원으로 살고파
김 이사장은 우리 병원을 믿고 찾아주는 환자야말로 병원이 존립하는 근거며, 현재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다음으로 중요한 병원의 자산은 '직원'이라고 꼽았다.
 "황윤영 의료원장과 조윤원 병원장, 이흥재 소아병원장, 유항조 부원장 등 탄탄한 의료진은 국내 산부인과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의료진입니다. 알려진 명성만큼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내 가족을 치료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친절하게 솔선수범 해주는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수고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 모두가 보람병원의 큰 자산인거죠"

 기자가 조심스레 보람병원 이사장으로서 '김광태' 이사장과, 사람으로서 '김광태' 씨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특별한 차이는 없다며 자신을 '보람병원 직원 중 일원'이라고 소개했다.
 "보람병원 이사장과 저와의 차이는 따로 없습니다. 저는 보람병원에 소속된 한 구성원일 뿐입니다. 지난 1997년 병원을 개소하고 운영하면서부터 '보람병원'을 배제하고, 개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직 보람병원만을 위해 달려왔죠. 현재도, 미래도 오직 보람병원의 일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평생 병원 운영을 위한 외길 인생을 살아온 만큼, 앞으로도 병원 전 직원과 함께 울산에 꼭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오래토록 시민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보람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김 이사장은 보람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인정받은 것에만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료기관인증제'를 위해 인증평가준비단을 발족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십여 차례의 회의와 교육을 실시하고, 실전 대비 모의 평가를 갖는 등 수술실, 검사실, 식당 등 인증평가 기준에 맞춰 진료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이밖에도 김 이사장은 다문화 시대에 맞춰 외국인들도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울산 역시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외국어에 능통한 의료진과 직원들을 배치하고 있죠.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울산 시민들이 충분히 만족을 했으면 합니다. 저를 비롯한 보람병원 전 직원은 여성들의 '더 젊고,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한' 삶을 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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