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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문화를 꽃피운 선사인들은 바위에 수 많은 그림을 남겼다. 이른바 암각화이다. 아직 깊은 연구가 없어 제작 시대 구분이 확실 하진 않지만 이 지역에 분포된 암각화의 제작 연대는, 대부분  홍산문화 후기에서 청동기 시대로 접어드는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 초기 청동기문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난샨끈(南山根) 유적이나 랴오닝성 스얼디엔잉쯔(十二臺營子) 유적과 인접한 곳일 뿐만 아니라 인샨(陰山)산맥의 랑샨(浪山)지구, 우란차뿌(烏蘭察布) 고원의 청동기 시대 암각화의 유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신석기 시대 초기에 그렸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어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 곳의 암각화가 직,간접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아마도 홍산문화 흔적이 울산에도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반구대 암각화의 동물 그림과 천전리 각석의 동심원, 마름모 문양등은 홍산문화 지역의 것과 유사하다.

▲ 광이촌 암각화. 이곳의 사슴그림은 아시아 대륙 최고의 사슴그림 걸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광이촌 암각화 모사도(중간)과 반구대 암각화 탁본 채색화. 활 쏘는 인물상과 사슴모양 등 유사성으로 홍산문화와 한반도의 교류가 있었음을 추측할수 있다.

# 홍산문화 후기~청동기 초기 제작 추정
내이멍꾸(內蒙古) 츠펑시(赤峰市)의 커시커등치(克什克騰旗) 남부를 가로질러 흐르는 시라무룬허(西拉沐淪河)의 지류인 바이차허 강변은 중국 동북 지역 대표적 암각화 분포 지역이다.
 시라무룬허는 랴오허(遼河)의 상류로, 커시커등치 홍샨쯔향(紅山子鄕)에서 발원 하는 강으로 230여 킬로미터를 동으로 흘러 랴오허로 합류한다. 암각화가 비교적 집중 되어 있는 바이차허는 커시커등치 남부와 허베이성(河北省) 웨이창(圍場)과의 경계에 있는 치라오투 산맥에서 발원 하여 145킬로미터를 흘러 시라무룬허로 흘러든다.
 바이차허 암각화 유적은 용싱(永興), 빤시팡쯔(板石房子), 위슈린쯔(楡樹林子), 광이(廣義), 완허용(万合永), 따허롱(大河隆), 후지아오투(胡角吐), 꺼우먼(溝門), 산첸(山前) 유적등 크게 9개 지역으로 나뉜다. 주로 마을을 낀 언덕이나 산의 절벽에 그려져 있는데 훼손이 심한게 몹시 안타깝다. 자연적 훼손도 있지만 최근에 와서 인위적인 파손이 심해 보호책이 시급하다. 일부는 암각이 있는 바위를 채석 하여 주택을 짓는데 이용된 것도 있어서 더 더욱 보존책이 절실함을 느낀다.
 필자는 1992년 중국의 개혁, 개방이후 암각화 분포 지역인 바이차허 강변을 네차례 답사한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두드러지게 훼손 되고 있는 것을 직감할 수 있어서 안절부절 한 바 있다.
 수차례 당국에 보존책을 건의했지만 별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곳의 암각화는 중국의 암각화이면서 우리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의 암각화가 제대로 보존 되어야 울산의 암각화의 흐름을 연구 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아시아 최고 걸작 사슴묘사 광이 암각화

▲ 바이차허 강변의 산첸촌마을 뒤 절벽의 암각화, 사슴 그림이 선명하다.

바이차허 상류인 광이촌 마을 옆 절벽에 있는, 비교적 보존이 잘되고 있는 광이(廣義)암각화는 바이차허 유역의 암각화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는 지상에서 20미터 윗쪽으로, 절벽의 암면 가운데 유일 하게 편편 해서 그림을 새기기 적합한 조건이다. 암각화를 새긴 편편한 암면은 폭이 1.8미터, 높이 4.3미터 정도이다. 바위면의 아랫부분에는 서너 사람이 올라 설 수 있는 폭 1.5미터의 공간이 있는데 당시 제의적 행사를 할 적에 이용한 공간으로 추측 되기도 한다.
 새겨진 그림은 대부분 커다란 뿔이 있는 사슴들이며, 큰 몸집의 맹수와 활을 쏘는 사람과 기마 인물상도 보인다. 맹수에 쫓기는 사슴 무리들이라 매우 역동적인 모습으로 묘사 했다. 이 곳의 사슴 그림은 아시아 대륙 암각화의 사슴 묘사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긴 수법은 그림의 윤곽을 쪼아 낸 후 몸체는 얇게 갈아 내었다. 쪼아 낸 부분도 얕은 편이지만 몇몇 사슴뿔은 5~6밀리로 깊이 새긴 곳도 있다. 아마 뿔을 특별히 강조 하고자한 흔적이 아닌가 생각 된다. 왼쪽 위, 오른쪽 중간에는 선(線)그림 처럼 윤곽만 얕게 쪼았는데 면을 갈아내기 위한 전단계로, 미완성 그림일 가능성이 짙다.

# 츠펑 주변의 한국형 암각화 분포
왼쪽 바위면에는 큰 사슴과 작은 사슴이 화면 전체에 고르게 배치 되어 있는데 이리 저리 뛰는 모습을 무리 없이 표현 했다. 바위면 중심부에는 몸체 길이 70센티에 이르는 큰 동물 한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입을 크게 벌리고 긴 꼬리를 위로 말아 올리고 있는 품이 사슴을 쫓는 맹수를 표현한 것 처럼 보인다. 중국 학자들은 훈련된 사냥개로 보고 있다. 맹수 앞에는 말을 탄 사람이 맹수와 마주 하고 있다. 왼쪽 바위면 아랫 부분에도 기마상이 하나 있는데 활을 겨누고 있는 사냥꾼으로 보인다. 이 암각화에서 주목 되는 것은 왼쪽 아랫 부분 중간에 활을 쏘는 시늉을 하는 그림으로, 흡사 반구대 암각화의 활쏘는 인물상과 유사 하다.
 이 바위면에는 18마리의 사슴과 2마리의 맹수, 3개의 기마인물상, 그리고 활을 쏘는 인물등 모두 24점이 새겨져 있다. 중국 학자들은 이 암각화를 홍산문화 후기의 것으로 보고 있다.
  광이촌에 가기 전인 바이차하 강변마을인 산첸촌(山前村) 뒤의 절벽에 금방 새겨 놓은 것처럼 선명한 암각화가 있는데 이 역시 홍산문화 후기의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는 청동기 시대 이후에 제작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곳에는 사슴들과 인면상이 새겨져 있는데, 인면상은 반구대 탈 모양의 인면상과 흡사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역삼각형의 얼굴 윤곽이 비슷 하고 눈과 코의 표현이 닮아 있다. 사슴들이 새겨진 수직 암면에 세개의 인면이 가로로 나란히 배치 되어 있다. 얼굴 높이 22센티, 20센티, 30센티의 선(線)그림이다.

▲ 홍산문화의 근원지. 츠펑 부군에서 발견된 검파형 암각화와 동심원이 새겨진 바위(위) 와 탁본. 사진제공: 고려대 한국고대사 연구팀

▲ 한국형 암각화 포항 칠포리의 검파형 암각화. 이러한 유형은 한반도 남동부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 검파형 인면·동심형·마름모 문양 등 유사
여기서 2008년 고려대 한국 고대사 연구팀이 발견한, 홍산문화의 근원지 츠펑(赤峰) 부근의 한국형 암각화에 대해 잠시 살펴 보자.
 한반도 남동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검파형(칼의 손잡이 모양)암각화가 다른 나라에는 발견 되지 않아 검파형 암각화를 '한국형 암각화'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네이멍꾸(內蒙古) 츠펑(赤峰)일대에서 검파형 암각화가 발견 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커시커등치(克什克騰旗) 가오라오잉쯔(閣老營子) 암각화이다.
 이로써 한국형 암각화 계통과 성격에 대해 새롭게 조명할 실마리가 될 소지가 있으며 츠펑과 한반도 암각화와의 연관성과 전파 경로도 규명하여 한국 청동기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암각화로 불리우는 검파형 암각화는 한반도의 경우, 포항 칠포리를 비롯해서 경주 석장동, 고령 양전동등에서 서로 조금씩 형상의 차이를 두면서 한반도 남동부를 동서로 가로 지르며 분포 하고 있는데, 연구자들은 인면, 신상(神像)으로 풀이 하고 있다.
 고령 양전동 암각화에는 검파형 인면과 함께 동심원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태양신 숭배의 집단이 제의적 행사를 한 성소로 보고 있다. 츠펑 주변에서 발견된 암각화에도 동심원과 함께 검파형이 나타나 그 곳과의 연관성을 생각 하게 한다. 검파형 뿐만 아니라 천전리 각석의 마름모 문양도 나타나 유사성을 생각하게 한다. 츠펑(赤峰)의 츠자잉쯔(遲家營子)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의 것과 마름모 형태가 거의 같다. 이러한 암각화 유적과 여타 유물로 보아 홍산문화의 절정기인 신석기 시대부터 후대인 청동기 시대에 이르기 까지 츠펑 지역과 울산을 비롯한 한반도와는 꾸준한 문화의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 시라무륜허(랴오허지류)지류인 바이차허강. 이곳은 암각화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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