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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한국문학 최고의 유산,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출생해 어린 시절을 조부모 밑에서 보내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어머니를 따라 서울의 현저동으로 왔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면서 마흔 살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해산바가지》 《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목마른 계절》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을 발표했으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두부》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한국문학작가상(1980),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등에 이어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빛나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며 2001년에는 <그리움을 위하여>로 제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에피소드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참절한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총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도 헛되이 여덟달 만에 죽어 나가고, 1.4후퇴의 서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남의 집 물건에까지 손을 대야 했던 시절을 그는 살아내야 했다.


 배고팠던 그 시절의 우리네 일상과는 너무나 달랐던 별천지, 미군 피엑스에서 넘쳐나는 미군 물자와 문화에 비굴하게 길들여져 가던 시절도, 같은 피엑스 직원이었던 남자와 첫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던 아름다운 시절도, 그 남자가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시절도, 뒤이어 1년 만에 아들을 가슴에 묻었던 시절도, 이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정화되고 또 정화되어 박완서 문학의 거대한 봉우리 하나하나로 솟아나 있다.
 

▲ 박완서 문학의 결정체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최근 인기작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은 2011년 작가의 팔순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원고를 다듬어나가던 작가가 담낭암으로 타계한 뒤, 그간 함께해온 기획위원들과 작가의 후손들이 작가의 뜻을 이어받아 원고를 다듬고, 일주기를 기해 출간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첫 등단작인 『나목』부터, 작가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를 그린 자전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비롯하여 최근 장편 소설인 『그 남자네집』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작가의 유일한 연작 소설인 『엄마의 말뚝』도 본 목록에 들어 있다.


 박완서의 글은 마치 멀리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읽힌다. 그리고 마치 보물 창고같이 뜻밖의 어휘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문장 속에 숨어 있다.


 이는 부드러운 문장 속에서 시기와 지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내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박완서는 꼭 딱딱한 글이 아니더라도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비판적 시선을 흐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의 작품들로써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기본 성향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삶의 경험, 언어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겸손한, 수줍고 맑았던 한국문단의 어머니는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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