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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30대 중반 회사원 A씨는 얼마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이 불편해졌다. 사람이 모여든 곳에 가면 죽음이 임박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이 가슴을 옥죄여오고, 두통, 현기증, 호흡곤란, 손발 저림 등 불안함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처음 공황장애를 겪은 A씨는 증상이 점차 심해지자 휴직을 내고 회복을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사이 좋게 장도 보고싶고, 나들이도 가고 싶지만 야외활동만 하면 발생하는 불안한 증상 때문에 쉬이 나설 수 없었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보이지만, 정신적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중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황장애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진료환자 5만8,551명 중 40대가 1만6,811명(28.7%)으로 가장 많았다. 50대(1만3,689명)와 30대(1만2,065명)가 그 뒤를 이었다. 30~50대 중·장년층이 전체 환자의 4분의 3을 차지한 것이다. 공황장애는 평균 발병나이가 25세지만,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 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도 으레 심장내과나 호흡기내과 등을 먼저 찾는다. 이 곳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가장 마지막에 들르는 곳이 정신과다. 그만큼 의심을 쉽게 할 수 없는 질환이 '공황장애'. 그 증상과 원인, 치료방법에 대해 마더스병원 문석호 박사에게 들어봤다.

# 지난해 6만여명 치료 30~50대가 75%
공황장애는 최근에서야 '혹시 내 병이 공황장애가 아닌가'하고 의심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진단 체계에서 보면 개념이 복잡한 병이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진단체계와 우리가 사용하는 세계보건기구에서의 진단체계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공황장애가 광장공포증이 동반되는 공황장애와 동반되지 않는 공황장애로 나누며 광장공포증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공황장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로 분류를 달리하는 질환으로 되어 있어 그만큼 불안이란 문화적 환경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점도 있다.

 광장공포증이란 그곳에서의 탈출(escape)이 어렵거나 또는 당황스러운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공포를 일컫는데, 그 곳에서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엄습하는 상황을 겪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장소에서 심하게 발작적으로 오는 불안을 공황 또는 영어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를 '패닉'이라고 부른다.
 이런 패닉어택(불안발작)은 13개의 증상 항목 중 적어도 4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만을 이야기하는데, 예컨대 두근거림, 땀 흘림, 떨림, 가슴 조임, 흉통, 숨 가쁨, 오심, 어지러움, 비현실감, 조절 실패의 두려움, 죽음의 두려움, 감각이상, 오한까지이다.

 정신건강과를 방문하는 환자에는 크게 봐서 두 가지 종류의 증상이 있다. 한 가지는 본인이 고통스러워 찾아오는 증상과 다른 하나는 주위 사람이 괴로워서 데려오게 되는 경우의 증상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행동장애에 포함시킬 수 있는 난폭한 행동이라면 전자의 대표적인 것은 불안이다.
 불안은 정말 자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그래서 자아에게 조절할 수 없는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써, '숨이 막히지 않을까 그래서 죽고 마는 것 아닐까' 하는 식으로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는 것과 같은 공포이다.
 그런 불안이 어디서 오느냐는 정말 다양해 많은 원인을 고려해야하며, 이론에 따라서 보는 시각이 다르고 그래서 치료적 접근도 달라지는 것으로 요컨대 그 개인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 유전 등 생물학적·불안 등 심리학적 요인 많아
어느 때는 생물학적 원인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어 예컨대 혈압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경우라든가 불안이 오게 되는 신체적 배경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이다.
 심리학적 원인이 고려되는 경우에도 다양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에서는 광장공포증이 불안발작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이다. 광장에서 피할 수 없고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으리라는 어떤 '은연중의' 생각이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며 그런데 그 광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은연 중'의 생각은 좀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정신분석에서 보는 불안의 원인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질 위험에서 겪는 분리불안, 다른 사람에 의해서 본인에게 가해질지 모르는 신체적 위해에 대한 거세불안, 도덕적 가치를 위반하는 것으로 생겨날지 모르는 불안, 자기통합에 이르지 못하고 분열에 빠질 것 같다는 분열불안 등이다.
 환자에 따라 어떤 모델이 그에게 맞는가? 정말 심사숙고해서 그 환자에게 맞는 불안을 풀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불안에 대한 원인 말고도 불안을 실존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불안이란 실존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낄 수 있으며 그 불안이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촉구하는 의미의 불안일 수 있다. 그 불안을 받아들이고 해야 하는 바를 하는 것, 그것은 사실 자신의 존재를 펼쳐 나가는 일이고 불안은 그곳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 정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폭풍과도 같이 다가온 공황적 상황에서 실존적인 것으로 그 불안을 풀어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공황장애란 정말 깊이 생물학적 소인에서 일으켜진다. 이때는 우선 약물요법에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최선이다. 그런 다음의 과정을 더 잘하게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치료이다.

# 꾸준한 약물치료로 일차적 증상 개선
우울증에서와 마찬가지로 약물요법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증상을 개선해 상담과 일상생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약을 끊고 나면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증상을 없애기만' 하는 것이고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라고 말할 수 없다. 증상이 가라앉히는 것이 생물학적 모델에서는 치료이기도 하지만, 증상이 가라앉고 일상생활을 하며 사회활동에서 성취하는 것이 다시 자신감이 돼 결국 불안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약은 심리적 회복에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인구의 1%에서 1.5%가 앓아본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양한 불안장애 중 공황장애만을 말하는 것이어서 실제 임상에서 '불안증상'으로 찾아오는 환자는 훨씬 더 많다고 보여진다.
 병이 안정되고나면 자신의 증상에 무관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곧 불안이 가장 큰 자신의 염려가 돼버리며 주위에까지 근심걱정이 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불안증상은 나아졌다가 악화되는 널뛰는(fluctuation)경과를 밟고, 그래서 50% 정도는 길게 봐서 회복되고 20%정도는 변화가 없이 계속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70%정도에서 우울증이 후유증으로 동반된다는 것인데 사실 우울과 불안은 같이 따라다니는 감정이 아닌가 느낄 때가 많다.
 
# 병은 알려야 치료가 쉬운법
근래 공황장애란 어려운 말이 이렇게 많이 알려진 것은 그것을 앓는 연예인들의 '공'이 많다. 자신이 앓고 있는 불안 증상을 보통은 숨기게 되고 그래서 결국 치료가 더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용기를 내어 그것도 대중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보통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것이 피하기 때문에 불안해 진다는 것이다. 마주 서면 사라지는데 도망가면 귀신처럼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결국, 병에 대한 태도에서 큰 희망을 읽게 된다.

 공황장애는 누구라도 다 생길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병들을 극복하면서 더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사실 자신이 두려워(불안)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불안만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그 불안의 용기가 그냥 피어오르게 놔둘 수 없고 그곳에서 피한다는 것이라는 것인데, 불안한 증상이 가라앉더라도 계속 상담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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