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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는 출범이래 경제와 관련된 정책을 수없이 많이 만들어내었다. 그 동안 정책당국에 의해 제기된 정책 또는 정책방향은 동북아 중심국가 달성, 동북아 경제중심의 달성, 동북아 화해협력의 달성,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육성, 일자리의 창출, 동반성장의 달성, 양극화 해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 중 특히 남발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 창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이란 이름하에 정부부처별로 다양하면서도 끈질기게 제시되고 있는 의욕적 정책들이다. 소위 몇 년간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거시목표에서부터 여성,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 정보통신분야에서의 수십만 일자리 창출 등 수많은 일자리 창출계획이 경제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세심한 검토 없이 남발되었다. 아마 지금까지 제시된 모든 일자리 창출목표가 달성된다면 수십 퍼센트에 이르는 경제성장이 가능해지고 유사 이래 가장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을 터인데 실물경제는 이런 정책목표와 너무나 동떨어져 보인다.
 이런 정책들이 갖는 특징을 요약하면 여러 가지 매력적인 이름으로 제시되는 다양함에 있다. 본질적으로 유사한 정책이 새로운 이름으로 제시되는 가변성과 중첩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책의 추진과정이 제대로 체크되지 않으면서 여러 정책이 제시되다 보니 실행보다 구호성이 강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문제 해결을 매력적인 정책용어로 포장하다 보니 당장의 경제문제보다는 중장기적인 경제문제를 언급하게 되므로 미래형, 기반조성형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실현가능성을 어렵게 평가하는 이런 정책이 남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뉴가 화려한 식당에는 고객을 매료시키는 '깊은 맛을 지닌 음식'을 만들 능력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정책수단으로 볼 때 현 정부의 산업정책이 산업을 육성하는 선도자(leader)로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추종자(follower)로서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산업정책은 지속적으로 모색되고 추진되며,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산업정책의 진행과정을 보면, 정부부처에 의해 관련계획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다음은 기업에게 애걸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실제 많은 대기업들은 정부정책의 수행과정에 사업자로 참여하는데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정책자금이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지만 여러 가지 부수적인 업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어쨌든 산업정책이 입안되면 주로 주관사업자로 대기업이 선정되고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기를 강요받으니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중소기업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대기업이 책임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중소기업은 참여하더라도 지적재산권을 보장받기 힘든 경우에다 심지어 자기가 개발한 기술을 재 구매하는 사례도 있어 적극적인 참여유인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이것이 바로 산업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숨겨진 모습들 중 하나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청간의 이전투구, 현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경제 부분의 이슈는 사실상 실종된 지 오래다. 경제정책이 슬그머니 사라졌으니 여타 다른 정책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에 '아닌 밤에 홍두깨'식으로 추진체계를 변경한 '생태산업도시 구축'사업도 마찬가지다. 시행한지 1년도 채 안되어 주관기관을 변경하여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공염불이 되게 하였다. 정치 논쟁에 파묻혀 정부의 여러 가지 정책의 화두(話頭)는 망각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아침에 뱉은 말이 저녁에 달라지는(朝令暮改) 줏대 없는 정책에 한숨만 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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